[텐아시아=조현주 기자]
유인나 / 사진=텐아시아 DB
유인나 / 사진=텐아시아 DB
“위기에 봉착한 건 아니다. 위기로 몰아가는 게 더 문제다.”

한국의 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사드·THAAD) 배치 결정으로 한류 콘텐츠에 대한 중국의 보복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그냥 나오는 말은 아니다. 여러 조짐들이 보이고 있다. 지난달 유인나는 촬영 중이던 중국 후난위성TV의 28부작 드라마 ‘상애천사천년2 : 달빛 아래의 교환’에서 최종 하차했다. 드라마 촬영을 3분의 2 이상 마친 상황에서 뚜렷한 사유 없이 하차를 했기 때문에 유인나가 사드 배치의 희생양이 된 것이 아니냐는 목소리가 커졌다. 강소위성TV 음악 예능 프로그램 ‘더 리믹스’에서 싸이가 모자이크 처리됐고, 아이콘의 무대는 편집됐다. 황치열 역시 저장위성TV ‘도전자연맹 시즌2’에서 통편집 됐다. 이 같은 조짐들 때문에 중국이 한류를 제재한다는 ‘금한령’(禁韓令)과 ‘한한령’(限韓令)이 본격화되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의 시선이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위기라고 단정 짓는 것은 성급한 일이다. 중국 측은 이전부터 한국콘텐츠에 대한 강도 높은 규제를 해왔다. 중국 내 한류 스타들의 인기와 예능·드라마가 큰 인기를 누리는 것과 비례해서 갖가지 규제들을 신설했다. 또한 중국 국가신문출판광전총국(광전총국)은 한류 스타 출연 금지와 관련해 공식 문건을 배포한 적도 없다. 다만 중국 내 방송사들이 당국의 눈치를 보며 한국 연예인들의 출연을 자제하는 분위기는 감지되고 있다. 유인나가 촬영했던 드라마의 방송사인 후난TV는 광전총국의 제1번 위성이라는 점이 그렇다.

한류스타가 소속된 한 소속사의 관계자는 “한류가 위기에 봉착한 것은 아니다”면서 “유인나의 상황은 정말 운이 좋지 않은 사례다. 위기로 몰아가는 현 상황이 더 위기다”고 말했다.

실제 최근 ‘한한령’ 중에 한국 연예인이 만석 이상이 동원된 공연을 할 수 없다는 내용이 온라인을 통해 확산됐다. 그러나 이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냈다.

내달 3일 비(정지훈)는 중국 산터우에서 1만2000석 규모의 콘서트를 개최한다. 엑소 역시 오는 30일 중국 항저우에서 6만 명 이상을 동원하는 공연을 개최한다. 현재 콘서트 예매가 이뤄지고 있는 상황으로 별 문제없이 예매가 진행되고 있다. 장근석은 7월 30일 심천, 8월 28일 상해에서 성황리에 아시아 투어를 끝마치기도 했다.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는 “광전총국에서 공식적으로 사드와 관련해서 한류 제재를 들고 나온 것이 아닌 상황에서 방송사나 제작사가 사드를 구실로 우위에 서려는 상황이 아닐까 한다”면서 “그렇게 공포감이 조성되면 우리 쪽에서 저자세로 가거나 불평등한 관계를 용인할 수도 있다. 중국은 아직까지 한국의 콘텐츠가 필요한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 측에서 부당한 것을 용인한다면 중국 시장에 종속될 수도 있다. 때문에 기획사나 방송사들이 그 어느 때보다 현명한 대처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조현주 기자 jhjdhe@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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