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조현주 기자]
‘혼술남녀’ 포스터 / 사진=tvN 제공
‘혼술남녀’ 포스터 / 사진=tvN 제공
TV가 ‘나홀로족’의 일상에 파고들고 있다.

1인가구 500만 시대다. 이에 따라 홀로 밥과 술을 하고, 여가를 즐기는 ‘혼족’(혼자 사는 사람)을 대상으로 한 기업들의 다양한 마케팅이 늘어나고 있다. 1인가구를 위한 특색 있는 상품은 물론 주거, 통신, 금융 등 전방위적이다. 이들을 대상으로 한 TV 콘텐츠 역시 증가하고 있다.

혼족에게 주목한 프로그램은 지난 2013년 첫 방송된 MBC ‘나 혼자 산다’다. 독신 남녀와 1인가정이 늘어나는 세대를 반영해 혼자 사는 스타들의 일상을 담은 ‘나 혼자 산다’는 3년째 동시간대 1위를 유지하며 순항 중이다. 최근에는 혼술(혼자 술을 마시는 일), 혼밥(혼자 밥 먹는 일) 등 혼족의 구체적 라이프스타일에 주목한 프로그램이 선보이고 있다.

9월 5일 첫 방송되는 tvN ‘혼술남녀’는 노량진 학원가를 중심으로 혼술을 하는 노량진 강사들과 공시생들의 이야기를 그린다. 실제 미혼남녀 10명 중 7명이 혼술을 즐긴다는 요즘, ‘혼술남녀’는 2030 세대들에게는 공감과 팍팍한 삶에 위로를 안겨줄 전망이다. 연출을 맡은 최규식 PD는 “각자 다른 이유로 혼술을 하지만, 그 안에서 정서적 공감대가 형성될 것”이라고 했다. 극심한 취업난으로 고시 준비생만 30만 명에 육박하는 현 상황과 혼술이 어우러지며 현실 공감 드라마를 예고했다.

‘조용한 식사’ 영상 캡처 / 사진=올리브 제공
‘조용한 식사’ 영상 캡처 / 사진=올리브 제공
올리브의 ‘조용한 식사’와 ‘8시에 만나’는 혼밥을 주제로 한 프로그램이다. ‘조용한 식사’는 제목 그대로 연예인의 한 끼 식사를 조용하게 담아낸다. 대본도, 설명도, 내레이션도 없다. 오로지 먹는 행위와 소리에만 집중한다. 9월 13일 전파를 타는 ‘8시에 만나’는 2명의 MC가 다양한 음식 취향을 가진 유명인들을 오후 8시 온라인으로 초대, 메뉴 준비부터 음식 취향, 입담 등을 선보인다. 연출을 맡은 최정하 PD는 “혼밥이 일상인 사람, 혼밥 미식으로 힐링하는 사람 등 다양한 혼밥족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기획 의도를 밝혔다.

SBS ‘다시 쓰는 육아일기! 미운 우리 새끼’와 tvN ‘내 귀에 캔디’ 역시 혼족들의 일상과 외로움에 집중한다. ‘미운 우리 새끼’는 엄마의 입장에서 자녀들의 삶을 바라보는 콘셉트로 김건모·김제동·허지웅·박수홍 등 나홀로 연예인의 리얼한 일상이 가감 없이 드러나며 화제몰이중이다. ‘내 귀에 캔디’는 장근석·서장훈·지수 등 혼자 살고 있는 스타들이 내 이야기에 귀 기울여주는 익명의 친구 ‘캔디’와의 비밀 통화를 통해 교감하고 소통하는 프로그램. 혼족의 외로움과 그들에게 친구를 만들어주며 소통의 중요성을 일깨운다. 고독한 삶을 살다가 자신의 말에 귀 기울이고 이해해주는 인공 지능에 사랑을 느끼는 영화 ‘그녀(her)’의 예능판 버전을 표방한다.

‘8시에 만나’ 영상 캡처 / 사진=올리브 제공
‘8시에 만나’ 영상 캡처 / 사진=올리브 제공
김지영 CJ E&M 홍보팀장은 “싱글족과 1인가구가 많아지면서 그들의 생활을 다루는 프로그램이 많이 증가하고 있다. TV에서 나와 비슷한 사람들의 모습을 보면서 지친 삶의 위안을 얻기도 하고 같이 웃고 우는 재미가 있다”면서 “1인가구의 증가 추세에 맞춰 방송사 역시도 이들을 겨냥한 다채로운 콘텐츠들을 많이 기획하고 내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TV 콘텐츠가 혼족에 관심을 가지게 된 이유는 급속도로 증가하는 1인가구에 그 이유를 두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1인가구는 511만 가구로, 2020년에는 1인가구의 숫자가 600만까지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하재근 문화평론가는 “혼자에 주목하는 콘텐츠의 수요는 1인가구 증가를 자연스럽게 반영한 현상이다”고 진단했다. 이어 “꼭 혼자 살지 않더라도 혼자서 영화를 보거나 밥을 먹는 등 홀로 행동하는 사람들이 굉장히 많아졌다”면서 “TV 콘텐츠는 이 같은 현실을 반영하고 시청자들에게 공감을 안긴다. 때문에 앞으로 대가족 이야기보다는 나홀로족의 마음에 희망과 위안을 주거나, 요리법이나 집 꾸미기 등 생활의 팁을 줄 수 있는 콘텐츠가 더욱 각광받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조현주 기자 jhjdhe@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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