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조현주 기자]
‘구르미 그린 달빛’ 화면 캡처 / 사진=KBS 제공
‘구르미 그린 달빛’ 화면 캡처 / 사진=KBS 제공
역시 ‘잘 자랐다’는 소리가 절로 나왔다. 예쁜 얼굴은 둘째 치더라도 안정적으로 극을 이끌었다. 처세의 달인으로서의 면모는 물론 남주인공과의 찰떡 호흡까지, 단 1회 만에 ‘아역 꼬리표’를 떼고 여배우로서 위엄을 과시했다. 배우 김유정이다.

22일 KBS2 ‘구르미 그린 달빛’(극본 김민정 임예진, 연출 김성윤 백상훈, 이하 구르미)이 첫 방송됐다. 드라마는 ‘로코 사극’이라는 타이틀에 걸맞게 악연으로 얽힌 박보검과 김유정이 달빛 비추는 밤에 재회하면서 설렘을 가득 안겼다. 무엇보다 김유정의 매력이 돋보였다.

이날 방송은 특별출연한 차태현에게 연애 상담을 해주는 남장여자 홍라온(김유정)의 모습으로 포문을 열었다. 홍라온은 조선판 ‘그린라이트’를 켜주는 자타공인 여심전문가였다. 그는 돈을 받고 연서를 써준 정도령을 대신해 연서의 상대를 만나러 갔다. 사실 연서의 대상은 왕세자 이영(박보검)의 여동생 명은공주(정혜성)였으나 연서를 가로챈 이영이 이 자리에 나왔고 이를 꿈에도 모르는 홍라온은 정도령의 연서 대상이 이영이라고 굳게 믿었다. 이 과정서 티격태격하는 홍라온과 이영의 모습은 웃음을 자아냈다.

양반 행세를 하는 자신을 의심하는 이영을 구덩이에 빠뜨린 홍라온이지만 발목이 붙잡혀 함께 빠졌다. 이영을 그곳에 두고 혼자만 빠져 나온 홍라온은 이후 빚쟁이들에 의해 내시가 되는 문서에 지장을 찍고 궁궐에 들어갔다. 그곳에서 이영과 마주치게 됐다.

홍라온은 빚과 어렸을 때 사정 등 피치 못할 사연으로 남장을 하고 ‘삼놈이’이라는 가명을 써야하는 신세였지만 웃음을 잃지 않았다. 시종일관 유쾌한 미소를 짓는 김유정의 모습은 청량 그 자체였다. 김유정은 맞춤옷을 입은 듯 긍정적이고 생활력 강한, 사랑스러운 면모를 한 가득 품은 홍라온에 빙의됐다.

피가 섞이지 않은 아버지를 정성껏 부양하고 남의 사연에 공감하고 이를 들을 줄 착한 마음씨까지 더해지며 캐릭터의 매력은 온전히 살았다. 무엇보다 내시로 강제 계약을 맺은 그는 기지를 발휘해 궁으로 입성할 수 있게 됐다. 상투를 벗고 긴 머리를 늘어뜨린 모습에서는 홍라온이 아닌 삼놈이로 살 수밖에 없는 애처로움까지 느껴졌다.

이제 홍라온은 내시로 살아가는 고충과 남장을 들키지 않게 하기 위한 아슬아슬한 궁중 생활, 여기에 이영과 김윤성(진영)과의 설레는 삼각 로맨스까지 펼칠 예정이다.

안정적인 연기력으로 홍라온의 다채로운 매력을 입체적으로 살린 김유정이 앞으로 보여줄 활약에 더욱 관심이 모아지는 대목이다.

조현주 기자 jhjdhe@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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