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현지민 기자]
KBS2 ‘구르미 그린 달빛’ / 사진=방송 화면 캡처
KBS2 ‘구르미 그린 달빛’ / 사진=방송 화면 캡처
보지 않아도 알 것만 같은 남장여자+청춘 사극 스토리지만 ‘구르미’는 특별했다.

지난 22일 KBS2 ‘구르미 그린 달빛’(극본 김민정 임예진, 연출 김성윤 백상훈, 이하 구르미)이 첫 방송됐다. 앞서 ‘구르미’는 퓨전 사극이라는 소재로 ‘제2의 해를 품은 달’이라는 수식어와 더불어 남장여자 스토리로 ‘성균관 스캔들’과도 비교 선상에 놓이며 기대를 받아왔다.

하지만 뚜껑을 연 ‘구르미’는 ‘구르미’ 그 자체였다. 이날 방송에서 이영(박보검)과 홍라온(김유정)은 서로 오해를 품고 첫 만남을 가졌다. 특히 함께 구덩이에 빠지게 된 두 사람은 설렘과 코믹을 오가는 상황들 속에서 환상의 ‘케미’를 보여줬다.

이날은 특히 남장을 하고 다니게 된 홍라온과 여느 세자와 다르게 ‘꼴통美’를 뽐내는 이영 등 인물의 성향이 유쾌하게 그려졌다. 홍라온은 어린 시절 불우한 사건으로 인해 남자 행세를 해야 했지만 시종일관 긍정적이고 청량한 매력을 뽐냈다. 세자는 필요에 의해 거짓말을 하는가 하면 등에 붙은 뱀에 기겁하듯 소리를 치는 모습으로 유쾌함을 더했다.

극 중간 중간 공개된 홍라온의 여리고 따뜻한 내면은 캐릭터에 입체감을 더했다. 피가 섞이지 않은 아버지를 부양하기 위해 사방을 다니며 돈을 모으는가 하면 과거 엄마와의 기억을 떠올리며 눈물을 지어 보는 이들을 뭉클하게 한 것. 또 내자원에 끌려가 내시가 될 위기에 놓인 그가 현실을 피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모습은 묘한 긴장감마저 자아냈다.

남장을 한 여자와 남자 주인공의 달달한 로맨스 이야기는 익숙하다. 남들은 다 아는 사실을 끝끝내 모르는 남자 주인공과 분장을 했지만 누가 봐도 귀여운 소녀인 여자 주인공의 아슬아슬한 줄타기가 극을 이끌기 때문.

‘구르미’ 1회는 이러한 공식을 따르면서도 로맨스를 극대화하는 영상미와 입체감이 살아있는 캐릭터들을 더해 보는 이들의 몰입도를 높였다. 기분 좋게 문을 연 ‘구르미’가 끝까지 웃을 수 있을지 벌써부터 기대가 모아진다.

현지민 기자 hhyun418@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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