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현지민 기자]
SBS ‘닥터스’ 속 PPL / 사진=방송 화면 캡처
SBS ‘닥터스’ 속 PPL / 사진=방송 화면 캡처
잘 나가던 드라마 주인공이 개연성과 상관없이 특정 제품을 사용하고, 카메라는 노골적으로 제품을 비춘다. 과도한 간접 광고, 즉 PPL이 드라마의 완성도를 낮추고 있다.

PPL(Product Placement)을 직역하면 ‘제품 배치’다. 작품 속에 제품을 배치해 간접적으로 노출하는 방식이다. 이것은 곧 제작비와 연결된다. ‘풍족한’ 드라마를 위해 PPL은 불가피한 선택인 것. 드라마 주인공들이 꼭 한 브랜드의 카페만 찾거나, 특정 화장품만 사용하는 모습은 어느덧 익숙한 그림이다.

문제는, ‘직접 광고’ 수준의 홍보가 극을 헤친다는 점이다. 수많은 드라마들이 개연성 없는 PPL 남용으로 대중들의 질타를 받아왔다. 개선되지 않은 상황에서 또 하나의 드라마가 도마 위에 올랐다. SBS 월화드라마 ‘닥터스’가 그 주인공. 최근 방송에서는 특정 헤어 제품을 비추기 위해 비현실적으로 머리를 감는 유혜정(박신혜)의 모습과 더불어, 제대로 감지도 않은 머리에 두피 에센스를 언급하며 바르는 모습이 담겼다.

또 갑작스럽게 인물들이 화장품 가게에 들어가 특정 제품을 얼굴에 발랐다. 뜬금없는 자동차 선물도 모자라 이를 운전한 최강수(김민석)는 충돌 사고를 낸 뒤 “차가 좋아서 그런지 세게 박았는데 이 정도”라고 말했다. 이들에게 ‘CF 같다’는 말은 더 이상 칭찬이 아니다.

이 같은 지적은 지난 4월 종영한 KBS2 ‘태양의 후예’에도 있었다. 극중 유시진(송중기)과 강모연(송혜교)는 해장을 위해 모 프랜차이즈 샌드위치 전문점을 찾았고, 스마트폰의 간편 결제 기능을 이용해 계산하는 모습이 담겼다. 또 술을 마시다가 뜬금없이 “건강에 좋다”는 이유로 브랜드 로고가 박힌 아몬드를 먹었다. 공감할 수 없는 난잡한 PPL은 몰입도를 깼다. 심지어 차 안에서 달달한 분위기를 이어가던 서대영(진구)과 윤명주(김지원)는 자동차의 자동 운전 버튼을 누른 후 키스했고, 핸들과 키스신의 교차편집은 보는 이들을 경악케 했다.

때문에 ‘태양의 후예’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심의를 받았다. 시청률이나 화제성과는 별개로 ‘PPL의 후예’라는 불명예를 안았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PPL 노출은 몰입을 깨지 않는 선을 지켜야 한다”며 “PPL이 어쩔 수 없이 필요하다는 것을 인정한다. 다만 일반인들도 다 느낄 만큼 과도한 PPL이 광고주에게는 이익이 될 수 있겠지만, 극을 즐기는 시청자들의 입장은 배려하지 않은 것”이라고 말했다.

현지민 기자 hhyun418@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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