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조현주 기자]
’38사기동대’ 스틸컷 / 사진=OCN 제공
’38사기동대’ 스틸컷 / 사진=OCN 제공
“나 국가에 의무 없어.”

과거 비양심적인 체납자를 추적하는 프로그램이 있었다. “돈이 없다”는 변명과 달리 호화스러운 집에서 사치스럽게 살고 있는 그들의 모습에 국민들은 분노했다. OCN ‘38사기동대’(극본 한정훈, 연출 한동화)에 나오는 세금체납자들 역시 다르지 않다. 그들은 온갖 불법을 이용해 세금을 내지 않는다. 그러면서도 당당하다. ‘38사기동대’는 그런 뻔뻔한 이들에게 외친다. “끝까지 사기 쳐서 반드시 징수한다!”

‘38사기동대’의 힘은 통쾌함에 있다. 지난 9일 방송된 8회는 시청률 4.7%(닐슨코리아 유료플랫폼 전국가구 기준)를 나타내며 역대 OCN 오리지널 중 가장 높은 시청률을 보유했던 ‘나쁜 녀석들’(2014)의 기록(4.3%)을 갈아치웠다. 일찌감치 중국·일본·홍콩·대만 등 10개국에 판권이 판매됐다. OCN 첫 금토극으로 매회 새로운 기록을 갱신 중이다.

◆ “재밌죠? 이게 사기야” 통쾌 사기극

‘38사기동대’는 강력계 형사와 나쁜 녀석들이 힘을 합쳐 더 나쁜 녀석들을 소탕하는 이야기를 그린 ‘나쁜 녀석들’ 제작진이 의기투합한 작품이다. 답답한 현실에 복장 터지는 세금 징수 공무원 백성일(마동석)이 매력적인 사기꾼 양정도(서인국)와 합심하여, 편법으로 부를 축적하고 상습적으로 탈세를 저지르는 악덕 체납자들에게 세금을 징수하는 좌충우돌 과정을 그리며 ‘사이다’ 같은 속 시원함을 안긴다.

서원시청 소속 세금징수 3과 과장 백성일은 상습 체납자들을 찾아 세금을 받아 내는 일을 한다. 하지만 몸싸움과 날벼락은 기본, 고액 체납자들의 조롱과 비아냥을 듣기 일쑤다. 50억이 넘는 세금을 체납하면서도 당당한 고액 체납자 마진석(오대환)은 백성일이 양정도와 힘을 합치게 만든 장본인이다. 다단계 기업의 회장인 방필규(김홍파)는 500억을 체납하고도 “국가에 의무 없다. 국가가 나에게 의무가 있다”며 분노를 유발시키기도 했다.

’38사기동대’ 포스터 / 사진=OCN 제공
’38사기동대’ 포스터 / 사진=OCN 제공
백성일과 양정도는 든든한 자금줄 노방실(송옥숙)과 대포폰, 대포통장 같은 각종 대포물건을 만드는 장학주(허재호), 어리숙해 보이지만 알고 보면 천재 해커 정자왕(고규필), 매력적인 꽃뱀 조미주(이선빈)와 함께 세금징수 사기팀 38사기동대를 꾸렸다. 이들은 판을 짜고, 미끼를 던지고, 사기를 치며 매회 안방극장에 스릴을 선사한다.

CJ E&M 김지영 홍보팀장은 “납세의 의무를 다하지 않는 사람들에게 사기를 쳐서 세금을 받아내는 과정이 시청자들에게 제대로 어필한 것 같다. 사기를 치는 과정에서 나오는 흥미로운 스토리와 재미있는 요소가 더해지면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고 평했다.

◆ 꼭 이뤄져야 할 조세정의

“모든 국민은 납세의 의무를 진다. 헌법 38조에 다 나와 있는 거야. 난 그걸 받아내야 하는 사람이고. 너는 나를 도와주면 되는 거지.”

백성일은 양정도와 손을 잡으며 이렇게 말한다. 너무나 당연한 말이지만 실상은 그렇지 못하다. 극 속 상습적으로 체납을 저지르는 악덕 체납자들이 요리조리 법의 테두리를 벗어나는 모습은 답답한 현실과 맞닿은 부분이기도 하다. 때문에 백성일이 마진석에게 사기를 친 뒤 “57억 체납세금 완납하셨다. 앞으로 부끄럽게는 살아도 치사하게는 살지 말자”고 말하는 멘트는 통쾌함 그 자체였다.

‘38사기동대’를 기획한 박호식 CP는 “국민의 4대 의무 중, 납세의 의무는 누구에게나 공평한 의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세금하나만큼은 공평하게 내자고 강조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는 “사회 부정의를 다루는 드라마의 수요는 계속해서 있었다. 부조리와 정의롭지 못한 세태들을 추적하면서 권선징악을 보여주고 있다”면서 “부정이나 부패를 바로잡는 모습을 통해 현실 공간에서는 이뤄지지 않는 정의를 충족시키는 대리만족의 코드가 있다”고 ‘38사기동대’의 인기요인을 진단했다.

’38사기동대’ 스틸컷 / 사진=OCN 제공
’38사기동대’ 스틸컷 / 사진=OCN 제공
◆ 마동석X서인국, 이런 ‘브로맨스’ 없습니다

마동석과 서인국의 브로맨스 역시 극의 인기를 끄는 주요 요인이다. 피해자와 사기꾼으로 만난 두 사람은 티격태격하다가도 힘을 합쳐 사기를 치는 모습으로 유쾌한 시너지를 발휘하고 있다.

김 평론가는 “마동석과 서인국의 캐릭터 조합이 흥미롭다. 요즘 인기 있는 브로맨스 코드로 시청자들을 공략하고 있다”면서 “능글맞은 서인국과 의협심 넘치는 마동석 캐릭터의 결합이 잔잔한 재미로 작용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마블리’ 마동석은 기존의 카리스마 넘치는 이미지와 상반되는 우직하고 어수룩한 면모까지 섭렵하며 ‘마동석 전성시대’의 정점을 찍고 있다. 서인국은 빠른 두뇌회전과 능청스러움을 장착한 사기꾼 양정도에 완벽하게 빙의된 모습이다. 둔갑술과 임기응변은 물론 한껏 물오른 비주얼로 섹시한 사기꾼으로 매력을 마음껏 뽐내고 있다.

조현주 기자 jhjdhe@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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