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현지민 기자]
JTBC ‘마녀보감’ 포스터
JTBC ‘마녀보감’ 포스터
신-구의 조화가 빛났다.

지난 16일 JTBC ‘마녀보감’(극본 양혁문 노선재, 연출 조현탁 심나연)이 20회를 끝으로 막을 내렸다. 저주에 걸린 비운의 공주와 주변의 이야기를 다룬 이번 작품에서는 윤시윤과 김새론을 주축으로 한 청춘 배우들의 열정과 이성재·염정아 등 중년 배우들의 노련함이 돋보였다.

‘마녀보감’은 사랑하는 사람뿐 아니라 나라까지 망하게 하는 저주를 갖고 태어난 연희(김새론)와 열혈 청춘 허준(윤시윤)의 사랑과 성장을 그린 판타지 사극이다. 우연한 계기로 만나게 된 두 사람은 함께 연희의 저주를 풀기 위해 흑주술을 사용하는 홍주(염정아)와 맞섰다.

김새론, 윤시윤 / 사진=JTBC ‘마녀보감’ 방송 화면 캡처
김새론, 윤시윤 / 사진=JTBC ‘마녀보감’ 방송 화면 캡처
영화 ‘아저씨’를 통해 아역배우로 얼굴을 알린 김새론은 이번 작품을 통해 완벽한 변신에 성공했다. 그는 순수한 소녀 연희와 백발의 마녀로 변해버린 서리(김새론)의 두 가지 모습을 설득력 있게 표현해내며 배우로서의 성장을 입증했다.

특히 극중 연희는 사랑하는 사람들이 홍주의 흑주술에 잠식되고 다치는 상황에 이성을 잃고 분노하다가도 저주를 풀기 위해 열정을 다하는 모습을 보였다. 무녀 홍주와의 대결에서도 결코 뒤지지 않는 카리스마를 내뿜었다. 특히 김새론은 극 후반부로 갈수록 격해지는 감정 변화를 절절하게 표현해내며, 보는 이들의 마음까지 울렸다.

연희의 곁을 지키는 허준을 연기한 윤시윤은 안방극장을 웃기고 울렸다. 그는 때에 따라 유쾌하고 코믹한 모습을 보이다가도 사랑하는 연희의 기구한 운명 앞에서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허준과 연희는 여느 드라마에 있는 그 흔한 키스신 없이도 서로를 향한 애틋한 감정을 온몸으로 드러내며 극에 애틋한 분위기를 더했다. 특히 연희의 저주를 풀기 위해 자신의 희생을 결정한 허준과, 그런 허준을 구하기 위해 먼저 죽음을 선택한 연희의 기구한 엔딩은 긴 여운을 남겼다.

염정아, 이성재 / 사진=JTBC ‘마녀보감’ 방송 화면 캡처
염정아, 이성재 / 사진=JTBC ‘마녀보감’ 방송 화면 캡처
두 주인공이 자칫 뻔해질 수 있는 ‘저주’라는 소재의 극을 이끄는 역할을 했다면, 염정아와 이성재는 극에 단단한 뒷심을 보탰다.

염정아가 연기한 홍주는 조선 시대 최고의 무녀. 특히 그는 사악한 기운의 흑주술을 이용해 나라의 대를 끊기 위해 혈안이 된 인물이다. 하지만 ‘절대 악’보다는 사연이 있는 인물로, 아련하면서도 표독한 두 가지 모습을 보여줬다. 그를 저지하기 위해 나선 최현서(이성재)는 점차 홍주의 흑주술에 잠식돼 자신이 그토록 지키려던 연희의 숨통을 조이고 만다. 특히 이성재는 평소 다정다감하고 우직한 최현서와 조종당해 악행을 저지르는 무시무시한 최현서를 모두 소화했다. 염정아 이성재의 연기는 비현실적인 소재의 스토리에 그럴듯한 개연성을 부여했다.

두 사람은 ‘마녀보감’ 최종회에서 강렬하게 퇴장했다. 최현서는 힘이 빠져버린 홍주를 안고 함께 불길 속으로 들어갔다. 마냥 나쁘기만 했던 것은 아닌 인물들의 희생은 보는 이들을 먹먹하게 했다.

‘마녀보감’은 배우들의 열연에 여운을 남기는 엔딩을 더해 ‘웰메이드’ 드라마가 됐다.

현지민 기자 hhyun418@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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