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조현주 기자]
‘옥중화'(왼쪽위부터 시계방향으로) ‘닥터스’ ‘원티드’ ‘또 오해영’ ‘굿와이프’ 스틸컷 / 사진=MBC, SBS, tvN 제공
‘옥중화'(왼쪽위부터 시계방향으로) ‘닥터스’ ‘원티드’ ‘또 오해영’ ‘굿와이프’ 스틸컷 / 사진=MBC, SBS, tvN 제공
동화 속 왕자님은 없다.

‘밀당’(밀고 당기기)이 없는 것은 기본이다. 주먹을 휘두르며 덤비는 조폭을 제압하기도 한다. 요즘 드라마 속 여주인공의 모습이다. 진취적이고, 주체적이다. 과거 삼각관계에서 갈팡질팡하거나, 연약한 모습으로 ‘민폐’를 끼치던 모습은 이미 사라진지 오래다. 시청자들은 이런 여주인공을 열렬히 환호하고 있다. 안방극장은 지금 여인천하다.

SBS ‘닥터스’에서 박신혜의 등장은 다소 파격적이었다. 그는 응급실에서 행패부리는 폭력배를 발차기와 텀블링으로 화려하게 제압했다. ‘닥터스’의 원제는 ‘여깡패 혜정’으로 박신혜가 연기하는 유혜정의 강한 면모를 보여준다. 유혜정은 자신을 도둑으로 몰아가는 홍지홍(김래원)에게 하이킥을 날리며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조폭과 싸우면서도 굴하지 않는 강단도 보였다. 학창시절 반항아였던 유혜정은 사람을 살리는 의사를 동경하고, 자신의 의지로 다른 삶을 선택한다. 의사가 되고 나서도 자신의 과거를 숨기지 않는다.

MBC ‘옥중화’ 속 옥녀(진세연) 역시 무술에 능하다. 어머니의 죽음에 얽힌 비밀을 파헤치기 위해 포도청 다모가 되기로 결심한 그는 무술을 배웠고 남자들 못지않은 빼어난 무술실력을 가지게 됐다. 여타 사극 속 청순하고 여리여리한 인물과는 다른 캐릭터다. 실제 박신혜와 진세연 모두 대역 없이 직접 액션신을 소화하며 ‘걸크러시’의 주인공으로 맹활약중이다.

미션을 수행하는 여배우도 있다. SBS ‘원티드’ 속 정혜인(김아중)은 납치된 아들을 구하기 위해 매회 실현 불가능할 것만 같은 미션을 수행해내고야 만다. 김아중은 아들을 잃어버린 엄마의 절절한 심리를 표현하는 것은 물론 아이를 찾기 위한 미션을 수행할 때는 냉철한 판단력을 발휘하며 극의 몰입도를 높이고 있다.

tvN ‘굿와이프’ 역시 여성 캐릭터가 돋보인다. 전도연이 연기하는 김혜경은 검사 남편이 구속되자 생계를 위해 결혼 이후 15년 만에 로펌 변호사로 복귀하는 인물이다. 오랜 시간 평범한 가정주부로 살았지만 연수원 시절 “천재 소리”를 들었던 재원이다. 물론 늦은 나이에 로펌에 입사해 어린 라이벌과 경쟁하고, 재판이 시작됐는데 법정에서 서류를 뒤지며 횡설수설하다 판사에게 질책을 받는 어리바리한 모습을 보이기도 하지만, 변호사로 차츰 성장하고 단단해져가는 내면이 돋보인다. 전도연 혼자 한회 90%에 육박하는 분량을 소화해내야할 정도로 ‘굿와이프’는 전도연의, 전도연에 의한, 전도연을 위한 드라마로 봐도 무방하다.

인기리에 종영한 tvN ‘또 오해영’ 속 오해영(서현진)은 일과 사랑에 치이는 현실적인 30대를 그려내며 공감을 샀다. 무엇보다 박도경(에릭)을 향한 ‘재지 않는’ 사랑으로 열광적인 반응을 얻었다. 박수경(예지원) 역시 부하직원의 외모를 칭찬하는 상사에게 “성희롱이다”고 지적하는, 당당한 여성의 모습으로 환호를 받았다.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는 “그간 여성 캐릭터를 소비하는 주체는 거의 남성이었다.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연약하거나 청순한, 남성들이 좋아하는 캐릭터가 힘을 발휘하지 못하는 대신 ‘걸크러시’를 느낄 수 있는, 여성들이 선호하는 캐릭터나 배우들이 인기를 누리고 있다”고 말했다.

여풍은 계속된다. 오는 20일 첫 방송되는 MBC ‘W-두개의 세계’에서 한효주는 호기심 많은 외과의사 오연주 역으로 강철(이종석)이 사는 웹툰 세상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인물이다. 오연주가 아픔과 상처를 지닌 강철의 삶을 어떻게 변화시키는지가 드라마의 관전 포인트다.

5명의 매력적인 여대생이 셰어하우스에 모여 살며 벌어지는 일을 그릴 JTBC ‘청춘시대’ 역시 기대를 모은다. 오는 22일 첫 방송되는 ‘청춘시대’는 한예리·한승연·박은빈·류화영·박혜수 등 최근 주목 받고 있는 여배우 5인방이 출연해 유쾌하고 발랄한 여대생 동거드라마를 그릴 예정이다. 외모부터 남자 취향, 연애스타일까지 모두 다른 여대생의 이야기를 현실적이면서도 시청자들의 공감을 자아낼만한 이야기를 기대케 한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시청자들이 원하는 여성상이 달라졌다. 남자주인공에게 종속되거나, 수동적인 캐릭터가 아니라 능동적으로 자신이 선택해나가는 캐릭터가 많아졌다”면서 “과거에는 흔히 말하는 신데렐라, 캔디형 캐릭터가 많았다. 그러나 요즘은 자기가 좋아하는 걸 찾아가고, 자기가 해야 할 일들 안에서 성취를 느끼는 여성 캐릭터들이 훨씬 더 많은 공감을 받고 있다. 실제로 그런 여성 캐릭터들이 지금의 시청자들이 보고 싶어 하는 상이기 때문에 주목을 받고 있다”고 진단했다.

조현주 기자 jhjdhe@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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