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 JTBC ‘잘 먹는 소녀들’이 네이버 V Live로 인터넷 생방송을 했다. 이날 방송에서는 에이핑크 남주와 트와이스 다현·오마이걸 지호와 아이오아이 강미나·트와이스 쯔위와 레드벨벳 슬기·나인뮤지스 경리와 시크릿 전효성이 먹방 대결을 펼쳐 승자를 가렸다. 내로라하는 걸그룹들의 멤버들이 출연했지만 누리꾼들의 반응은 좋지 않다. ‘잘 먹는 소녀들’은 ‘먹방’의 맥을 잘못 짚었다.
먹방은 지난해부터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는 예능 트렌드다. 먹방이 인기를 끌면서 다양한 포맷의 먹방이 등장했다. JTBC ‘냉장고를 부탁해’처럼 셰프들이 스타들의 냉장고 속 재료로 상상 이상의 요리를 만들어 내기도 하고, tvN ‘수요미식회’처럼 한 가지 요리에 대해 심도 있는 이야기를 나누기도 한다. SBS ‘백종원의 3대천왕’ 같은 맛집 탐방 프로그램도 있다. 맛을 소개하는 방법은 다양해도, 공통적으로 놓치지 않는 것이 있으니 ‘넉넉한 시간’과 ‘음식의 퀄리티’다. 어떤 먹방도 출연자를 보채는 법이 없으며, 맛있는 음식은 ‘먹방’의 기본이다. ‘잘 먹는 소녀들’은 이 두 가지를 놓쳤다.
‘잘 먹는다’는 표현이 곧 ‘많이 먹는다’는 것은 아니다. 코미디TV ‘맛있는 녀석들’이 인기를 끄는 이유는 출연진들이 많이 먹기 때문이 아니다. 먹는 것을 즐길 줄 알기 때문이다. 복스럽게 먹는 것도 잘 먹는 것이며, 더 맛있게 먹는 요령을 아는 것 또한 잘 먹는 것이다. 먹는다는 것은 수치화할 수 없는 영역이다.
그런데 ‘잘 먹는 소녀들’은 수치화할 수 없는 것으로 대결을 붙였을뿐만 아니라 10분이라는 제한시간까지 뒀다. 과연 10분 안에 잘 먹는 것을 보여줄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짧은 시간이 정해졌기 때문에, 출연자들이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은 많이 먹는 것밖에 없다. 여기에 MC들은 ‘필살기’까지 요구하고 있으니, ‘3대천왕’의 백종원·김준현이 와도 잘 먹기는 힘든 조건이었다.
‘먹방’을 보며 시청자들은 내가 지금 먹지 못하는 맛있는 음식을 먹는 모습을 보면서 대리만족을 느낀다. 그러려면 ‘먹방’에는 당연히 ‘맛있는 음식’이 나와야 한다. 그런데 ‘잘 먹는 소녀들’에서 나온 음식들은 그다지 맛있어 보이지 않는 것이 문제였다. 특히, 트와이스 다현이 선택한 짜장면은 첫 번째 대결에 등장한 음식임에도 불구하고 불은 것처럼 보였다. 긴 대기 시간 탓에 나머지 음식도 상황은 비슷해 보였다. 시청자들이 보기에는 맛있어 보이지 않는 음식을 맛있게 먹어야 하는 상황이었다. 이는 고역에 치러야 하는 상황에 놓인 걸그룹 멤버들을 걱정하는 것으로 이어졌고, 이에 8강에서 탈락한 멤버들의 팬들은 “잘 먹었지만 잘 졌다”는 격려를 하고 있다.
선(先) 인터넷 생방송의 선구자인 MBC ‘마이 리틀 텔레비전’도 모든 출연자가 생방송을 하는 3시간 동안 웃기지 못한다. 그러나 편집을 통해 누구나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마이 리틀 텔레비전’이 만들어진다. 과연 ‘잘 먹는 소녀들’에게도 편집의 기적이 일어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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