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SBS ‘딴따라’ 캡처
사진=SBS ‘딴따라’ 캡처


SBS ‘딴따라’ 13 2016 6 1 오후 10

다섯 줄 요약

석호(지성)가 경찰서에 보낸 동영상 증거로 법정에 서게 된 김주한(허준석)과 이지영(윤서). 하늘은 이들 때문에 누명을 썼음에도 법정에서 주한·지영이 처벌받지 않기를 원한다. 하늘의 누명은 완전히 벗겨졌지만 그의 친형 조성현(조복래)이 과거 KTOP 이준석(전노민)에게 억울하게 곡을 빼앗기고 자살한 것이 드러난다.

리뷰

이제 갓 스무 살밖에 안 되었는데 어떻게 이리 마음이 깊을까? 하늘은 자신에게 성추행 누명을 씌운 것으로 모자라 배신의 상처를 준 지영을 무고죄로 처벌시킬 수 있었다. 그녀와 함께 사건을 조작한 주한까지도 죄를 물어 둘 다 콩밥을 먹일 수 있었다. 그런데 그렇게 하지 않았다. 가수가 되고 싶었던 지영의 간절한 꿈, 달걀세례 받는 딸을 온 몸으로 막는 지영이 아버지의 심정, ‘전과자’란 낙인이 찍힌 후의 삶…하늘은 이 모든 것을 생각한 듯했고, 그래서 지영도 주한도 처벌받기를 원치 않는다는 선처를 구했다. 자신은 ‘성추행범’으로 오인 받아 산전수전 공중전까지 다 겪었는데도 이 죄인들을 용서했다. 하늘은 ‘멋진 놈 코스프레’가 아닌 진짜 멋진 놈이었고, ‘감정 사치자’가 아닌 자신에게 해를 끼친 죄인도 용서해줄 수 있는 멘탈갑의 소유자였다.

하늘의 용서가 아름답긴 했지만, 성추행 조작 사건이 자신과 지누(안효섭)의 누명을 벗기는 차원에서 끝난 건 아쉽긴 하다. 주한·지영은 어차피 KTOP 악의 축의 ‘머리’가 아닌 ‘팔·다리’에 해당하는 인물들이었으니 처벌받지 않은 게 분노가 솟구칠 정도는 아니다. 그렇지만 이 사건을 더 파고들어가, 성추행 사건을 기획·조작한 ‘머리’ 이준석까지 치고 들어가는 집요한 전개력을 보여줬다면 심장이 더 쫄깃해지지 않았을까?

약간의 아쉬움이 있긴 했지만 이날 방송에선 우리가 몰랐던 성현 죽음의 진실이 드러나 큰 울림을 주었다. 성현이 준석에게 곡을 빼앗긴 후 자살한 이면에는 그가 다리가 불편한 장애인이란 사실이 숨어 있었다. 성현은 다리가 불편해 천재 싱어송라이터임에도 작은 레코드 가게에 웅크리고 있었다. 석호는 이런 성현의 재능을 알아보고 그를 ‘보석’처럼 귀하게 여긴다. 석호는 ‘눈이 아닌 귀와 마음으로 노래를 듣는 사람’이기에 성현의 장애쯤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하지만 준석은 그렇지 않았다. 석호는 페어(fair)해야 사는 사람이지만 준석은 내가 살아야 세상이 공정하다고 보는 사람이었다. 준석은 회사 이익을 위해 성현의 곡을 빼앗아 당대 인기가수 최준하의 곡으로 위장해 버린다. 내가 살겠다는 명목으로 불공정한 짓거리를 한 것이다.

‘조성현 작곡’으로 써있어야 할 음반에 최준하 이름이 적힌 것을 본 성현. 이 기 막힌 현실에 성현은 준석에게 곡을 돌려 달라고 애원하지만, 준석은 “제대로 걷지도 못하는 게”라며 가슴에 대못박는 말을 한다. 성현이 뭘 그토록 잘못했나? 자기가 만든 곡으로 노래를 잘 불렀을 뿐인데 단지 다리가 불편하단 이유로 곡 빼앗기고 인격 모독까지 당하는 현실은 너무나도 암담하고 씁쓸하다. TV 밖 시청자가 보기에도 이런데 성현의 마음이 오죽했으랴. 성현은 결국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쓸쓸히 생을 마감한다. 자신의 불편한 다리를 만지고 또 만지다가.

누명을 쓴 성추행범 전과자, 싱글 대디, 갇혀 지낸 청춘을 품어주고, 이젠 범죄자 용서에 장애인의 숨은 아픔까지 보여주는 드라마라니. 이렇게 착한 드라마 또 있나. 죽기 전 성현이 동생에게 준다던 ‘울어도 돼’ 노래가 돌고 돌아 노래 주인인 하늘을 찾아갈 기회가 생기고, 이 때문에 석호가 성현 죽음의 진실과 마주하게 될 날이 얼마 남지 않은 지금. 이 운명의 장난과도 같은 현실을 석호는 감당할 수 있을까? 우리의 착한 주인공 석호 참 꽃길 걷기 어렵다.

수다포인트

– 쎄시봉 조복래의 노래는 말이 필요 없다, 엄지척.

– 조복래도 울고 나도 울었다, ‘울어도 돼’

– 1회 지성이 한 짓, 무명 작곡가의 자살과 꼭 닮은 전노민과 조복래의 에피소드, 절묘한 스토리 엮음새.

– 이지영·김주한 죄를 선처한 강민혁, 태평양급 자비심을 갖춘 하늘 보살

– 강민혁·안효섭 살렸으니 이제 전노민 감방 보내자. 또 보살처럼 용서해주기 없기

이윤미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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