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한혜리 기자]
사진=tvN ‘기억’ 포스터
사진=tvN ‘기억’ 포스터
‘기억’이 가슴 따뜻한 조언을 남기고 떠났다.

tvN 금토드라마 ‘기억’(극본 김지우, 연출 박찬홍)은 지난 7일 16회를 마지막 방송으로 막을 내렸다. 방송 전부터 명품 배우 이성민의 주연으로 화제를 모았고 KBS2 ‘마왕’, ‘부활’ 등을 집필한 김지우 작가의 작품으로 관심을 끌었다. 그간 여운을 남기며 많은 사람들의 인생 드라마로 꼽히는 작품들을 숱하게 남긴 김지우 작가는 이번에도 역시 알츠하이머에 걸린 로펌 변호사의 마지막 변론기를 그린 ‘기억’이란 명품 드라마를 남겼다. 매회 인생을 돌아볼 수 있는 대사와 장면들로 깊은 여운을 남겼다. ‘기억’은 이미 떠났지만, 우리는 아직 ‘기억’이 전한 인생 조언들을 기억하고 있다.

# “좋은 건 절대 사라지지 않는다.”
알츠하이머로 기억을 잃어도 박태석(이성민)이 절대 잊지 못하는 말이다. 지난 7회 방송에서 정우(남다름)는 아빠 박태석에게 “희망은 좋은 것이다. 최고의 선물이니까. 좋은 건 절대 사라지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정우는 영화 ‘쇼생크 탈출’의 대사를 인용해 아빠에게 ‘좋은 건 절대 사라지지 않는다’는 새로운 희망을 심어줬다. 이후 박태석은 12회 방송에서 정우의 조언을 다시 한 번 되새겼다. 희망을 불어넣는 마법의 주문 같은 이 대사는 박태석의 의지를 더욱 견고하게 만들었고, 가족에 대한 사랑을 더욱 단단하게 만들었다.

마법의 주문이 통했던 것일까. 마지막 16회에서 박태석은 가족을 알아보지 못할 정도로 알츠하이머가 심해진 가운데에도 이 말 만큼은 기억해낸다. “나에게 한 가지 소망이 있다면 내 가족과 친구들을 영원히 잊지 않는 것이다. 그러리라 믿는다. 좋은 것은 절대 사라지지 않기에. 지금 난 어느 때보다 행복하다.” 박태석은 이 대사를 통해 희망의 위대한 힘을 증명했다.

# “세상을 속일 순 있지만, 자신을 속일 순 없어.”
14회에서 과거의 죄로 괴로워하던 이승호(여회현)에게 전한 박태석의 말이었다. 이승호는 박태석의 아들 박동우를 죽게 만든 뺑소니 범이었지만, 원래 착한 심성을 가지고 있는 인물이었다. 사고 이후론 다시 운전대를 잡지 못했고, 늘 죄책감에 시달려왔다. 자백하려고도 했었지만 두려움을 이기지 못했다.

박동우의 죽음은 이승호에게도 고통으로 남았고, 박태석에게는 더 큰 고통으로 남게 됐다. 두 사람 모두 고통에 사로잡힌 인물이지만 이승호는 고통을 숨기기에 급급했고, 박태석은 고통에 대한 진실을 밝히기 위해 노력했다. 박태석은 이승호에게 “세상을 속일 순 있지만, 자신을 속일 순 없어. 아무리 도망쳐도 스스로 겪어내지 않는 한 고통을 절대 사라지지 않는다”라고 전하며, 자신의 죄를 가리기에 급급한 이승호가 자신의 고통을 되돌아보고 반성하게 만들었다.

# “죽어라 사는 이유는 그거잖아, 행복하려고.”
지난달 15일 방송된 9회에서 박태석은 이찬무와 부정한 관계를 숨기려는 한정원에게 말했다. 박태석은 ‘변호사 선배로서 후배 한정원에게’가 아니라 ‘인생 선배로서 인간 한정원에게’ 진심 어린 조언을 전한 것. 이는 후배 한정원만이 아닌 이 세상을 살아가는 모두에게 전하는 메시지였다. 현대 사회에 사는 사람들 대부분은 내일을 위해 치열하게 살아간다. 그들이 내일을 좇는 이유는 ‘내일’에 행복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느 순간 행복은 잊어버린 채 ‘내일’에만 매달리기 마련이다. 박태석은 한정원을 향한 조언을 통해 시청자들이 진정한 ‘행복’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만들었다.

한혜리 기자 hyeri@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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