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한혜리 기자]
김원석 작가 / 사진제공=태양의후예 문화산업전문회사, NEW
김원석 작가 / 사진제공=태양의후예 문화산업전문회사, NEW
하나의 현상을 바라보는 방법은 매우 여러 가지다. 사람은 저마다 자신의 입장에서 현상을 바라보고 해석하기 때문이다. 하나의 드라마를 보는 시선 역시 여러 가지다. 배우가 해석하는 KBS2 ‘태양의 후예’가 다르고, 시청자가 해석하는 ‘태양의 후예’가 다르듯이 말이다. 작품을 가장 면밀히 바라본다고 할 수 있는 작가의 해석 역시 다르다. ‘태양의 후예’의 작가 김원석은 종영 인터뷰를 통해 자신이 바라보는 ‘태양의 후예’에서 가감 없이 털어놨다. 작가 김원석의 시선으로 논한 ‘태양의 후예’는 어쩌면 가장 ‘뻔’할 수도, 가장 흥미로울 수도 있다.

10. 신드롬에 가까운 ‘태양의 후예’ 인기를 예상했는가.
김원석 :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그래서인지 너무 신난다. 한편으로는 너무 높은 파도 위에 올라와 있는 것 같아서 무섭기도 하다.(웃음) 한 번은 김은숙 누나에게 그런 문자를 했었다. “누나가 살던 고산지대는 이런 곳이구나?”

10. 방송 전후로 무엇이 가장 바뀌었나.
김원석 : 와, 나도 이런 질문을 받아보는구나. 하하. 사실 나는 잘 모르겠다. ‘태양의 후예’ 전이나 후나 똑같은 것 같다. 물론 좋은 동료들부터 시작해서 관심과 사랑, 얻은 건 많다. 하지만 잃은 건 잘 모르겠다.

10. 주변 반응은 어떤가.
김원석 : 주변 형수님들의 열화와 같은 지지를 받고 있다. 덕분에 형님들은 너 때문에 못 살겠다고 원망하지. 하하.

10. ‘태양의 후예’가 꼬리표로 작용할 때도 있지 않을까.
김원석 : 꼬리표보다는 훈장이다. 이 훈장을 잘 간직하고 가져갈 거다.

10. 인기 드라마의 작가가 된다는 건 어떤 기분인가.
김원석 : 음, 어려운 질문인 것 같다. 아직 나에게 그런 호칭을 붙이기엔 과분하다. 그래도 얘기를 하자면 그런 느낌이다. 마법사랑 한 편 먹고 싸우는 기분? 하하. 김은숙이라는 든든한 내 편이 있었기에 용기를 낼 수 있었다.

10. 인기만큼 책임감의 무게도 늘어났겠지.
김원석 : 맞다. ‘태양의 후예’는 쉽지 않은 시도였고 누군가는 무모하다고 했었던 작품이다. 어마어마한 제작비의 무게도 있었고 장르나 소재 역시 쉽지 않았다. 그런데 이렇게 많은 분들이 사랑해주셔서 너무 감사할 뿐이다. 이 작품은 김은숙 작가님, 감독님, 방송국, 제작사, 배우, 스태프, 중국 관계자들 모두가 함께해서 만든 작품이다. 이 무모한 도전에 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하다. 한 가지 바람이 있다면 ‘태양의 후예’를 시작으로 사전제작 시스템과 새로운 이야기들이 많이 시도됐으면 좋겠다.

김원석 작가
김원석 작가
10. ‘공동 집필’이란 작업은 어땠는가. 의견조율에서 어렵지는 않던가.
김원석 : 혼자서도 최선을 다해서 썼지만, 같이 작업을 시작하면서 2년 간 정말 치열하게 대본을 썼다. 하고 싶은 이야기를 다 털어놓은 것 같다. 결과적으로 ‘공동 집필’은 성공적이었다. 작품도 발전하고 좋은 성과도 얻었으니까.

10. ‘태양의 후예’를 혼자 작업했다면 어땠을까.
김원석 : 해낼 수 없었을 거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웃음)

10. 김은숙 작가는 어떤 사람인가.
김원석 : 기본적으로 유쾌하고 해피한 사람이다. 타인의 마음을 이해할 줄 알고, 타인의 목소리를 귀 기울여 들을 줄 안다. 배울 점이 많은 사람이지. 공동 작업이라는 게 정말 쉬운 일이 아니다. 김은숙 작가와 함께했기에 좋은 시너지를 내고 무사히 마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10. 김은숙 작가는 자신만의 색깔이 강한 작가다. 그런 작가와 함께 작업하는 건 쉽지 않은 일이었을 것 같다.
김원석 : 김은숙 작가 작품들의 팬이다. 사실 남자 작가다 보니 로맨스 물을 모두 다 챙겨보지는 않는다. 하지만 김은숙 작가의 작품들은 항상 본다. 재밌는 게, 김은숙 작가의 작품들은 판타지 안에 묘한 리얼리티가 있다. 내겐 이 점이 가장 흥미롭다. 많이 흉내 내기도 하고 생각이 막힐 때마다 교과서같이 김은숙 작가의 작품을 다시 봤다. 이번 작업을 통해서도 많이 배웠다. 이젠 ‘나도 멜로를 잘 쓸 수 있지 않을까’라는 마음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멜로는 배워서 될 일이 아닌 것 같다. 하하.

10. 의견 충돌은 없었나.
김원석 : 많았다. 하지만 의견 충돌로 서로 눈치를 준다거나 불편한 상황이 된 경우는 전혀 없었다. 분명한 자기 생각들과 본인의 취향을 가지고 열심히 토론했다. 아마 끝까지 의견이 안 맞았더라면 아직까지 대본을 쓰고 있을지도 모른다.

10. 김은숙 작가의 의견이 ‘신의 한 수’였던 적은?
김원석 : 앞에서도 김은숙 작가를 ‘마법사’라고 표현했다. 말 그대로 ‘마법’ 같다. 대사의 한 글자만 바꿔도 느낌이 달라진다. 심지어 내가 쓴 대사를 크게 바꾼 것도 아닌데도 다르게 들릴 때가 있다. 김은숙 작가는 ‘심쿵’하고 설레는 포인트들을 잘 알고 있다. 김은숙만의 묘한 마법인 것 같다.

10. 김은숙 작가의 제안으로 유시진의 직업이 군인으로 바뀌었다고 들었다.
김원석 : 처음 김은숙 작가가 제안했을 때 나는 흔쾌히 동의했다. 멋있는 캐릭터라고 생각했다. 대한민국에서 군인을 주인공으로 한 로맨스는 많이 없다. 대한민국 인구 절반이 군인 출신인데도 말이다.(웃음) 이왕에 새로운 시도하는 김에 모든 걸 도전해보자는 마음이었다.

10. ‘태양의 후예’라는 제목도 합의를 통해 도출된 결론인 건가.
김원석 : 첫 기획 회의 때 김은숙 작가가 제안한 제목이었다. ‘태양의 후예’를 얘기했을 때 드라마의 많은 요소를 담을 수 있겠다 싶었다. 마지막 16회에서 강모연의 내레이션 중 “수많은 강모연과 수많은 유시진은 엄숙히 선서했다. 그들의 선서가, 이 모든 땅에서 이 태양 아래 모든 곳에서 지켜지기를”이란 대사에 제목에 대한 의미를 담기는 했는데, 이 의미가 아니더라도 보시는 분들에 따라서 각자 나름의 기준을 가지고 해석해주셨으면 좋겠다.

10. ‘태양의 후예’의 모티브가 된 소재나 작품이 있는가.
김원석 : ‘태양의 후예’는 많은 이야기들에 빚을 지고 있다. 하지만 재난, 분쟁, 전염병, 분단 등 무거운 주제들을 담고 있기 때문에 제일 큰 빚은 어떠한 영화나 드라마 같은 작품이 아닌 실제로 활동하시는 분들에게 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대본을 쓰면서 국경없는 의사회, 중앙 119 구조대, 특전사 군인들, 병원 등 많은 곳을 방문하기도 하면서 조사했다. 이 분들께는 특히 더 감사할 따름이다.

10. 캐스팅에 많은 사람이 거론됐었다.
김원석 : 지금은 유시진은 송중기밖에 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너무 잘해줘서 고맙고, 송중기가 유시진 대위여서 너무 좋았다.

10. 송중기, 송혜교 두 주연배우는 작가가 봐도 반할 만했나.
김원석 : 그렇지.(웃음) 송중기한테는 생각이 깊고 캐릭터에 진심을 잘 담는 배우라는 걸 느꼈다. 남자가 봐도 멋지다. 잘생긴 건 두말할 필요도 없고. 송혜교는 연기를 너무 잘한다. 사실 강모연은 쉽지 않은 캐릭터다. 때로는 속물적인 의사이기도 하고 사명감을 발휘하는 의사이기도 하고 울다가 웃기도 하는 감정 변화가 급격한 캐릭터다. 심지어는 이 모든 게 한 시간 안에 다 이뤄지기도 한다. 송혜교는 강모연의 감정 변화를 완벽하게 소화해냈다. 나 역시도 송혜교의 연기를 보면서 마음이 뭉클했을 정도였다. 송혜교는 정말 멋진 배우다.

10. 구체적으로 어떤 장면이 본인의 마음을 움직였나.
김원석 : 모든 장면이 아름다웠다. 하하. 하나를 꼽자면, 2회에서 강모연이 김은지(박아인)와 난투극을 벌이고 이후에 방송 대본을 부여잡고 울 때가 기억난다. 그때 정말 진심이 느껴지더라. 생각보다 지문을 잘 살려줘서 감정이 잘 전달됐던 것 같다.

10. 주연 배우들 이외에도 매력적인 캐릭터들이 참 많이 등장했다. 각각의 캐릭터들의 이야기가 좀 더 나왔으면 좋았을 것 같다는 의견도 있다.
김원석 : 그걸 보면서 배우들한테 굉장히 미안했다. 해성병원 사람들, 우르크 특전사 팀들… 김은숙 작가와 나랑 아차 싶더라. 나중엔 대사 한 줄이라도 더 부여하려고 노력을 많이 했다. 촬영을 다 마치고 첫 방송을 모두가 모여서 봤다. 그제야 아리따운 의료팀 여자 배우들이 보이더라. 남자 작가로서 뼈저리게 잘못했음을 느꼈다. 하하. 모두 정말 열심히 해줘서 정말 고맙다.

10. 송중기-송혜교 커플만큼이나 진구-김지원 커플도 많은 사랑을 받았다. 이들이 이렇게 사랑을 받을 거라고 예상했었나.
김원석 : 물론. 하하. 열심히 만들었으니까. 진구는 연기를 안 하는 것 같이 연기를 한다. 그만큼 자연스럽다는 얘기다. 눈빛이 듬직했고 멋있었다. 김지원은 윤명주의 좋은 면들을 잘 살려줬다. 초반엔 본인 스스로 걱정이 많았던 것 같은데 잘하더라. 이 친구가 정말 좋은 배우구나라고 느꼈다.

김원석 작가
김원석 작가
10. 결말은 언제부터 정해져 있던 것인가.
김원석 : 결말은 처음부터 해피엔딩으로 예정돼 있었다. 무거운 소재를 담고 있었기 때문에 ‘희망적으로 끝내자’라는 하나의 작전이 있었다.

10. 결말을 추측하는 수많은 가설을 보았는가.
김원석 : 봤지. 하하. 이등병 유시진의 꿈 등 여러 가지 가설들을 봤다. 기발한 상상력들이 많더라.

10. 엔딩에서 갑자기 이치훈(온유)이 화면을 보고 말을 건네서 놀란 시청자들이 많다. 이치훈에게 마지막 내레이션 대사를 준 특별한 이유가 있는가.
김원석 : 이치훈이란 캐릭터가 제 3자의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이치훈에게 마지막을 정리하는 멘트를 줬다. 말이 나온 김에 이치훈을 연기한 온유에 대해서 한마디를 하자면, 온유는 정말 괜찮은 배우라고 생각했다. 초반에 온유는 스스로 걱정을 많이 했다. 아마 아이돌 출신에다가 연기가 처음이었기 때문에 더 걱정이 많았을 거다. 본인 스스로 부담이 많았을 텐데도 정말 열심히 잘해줬다. 온유가 연기하는 것을 바라보며 꽤 연기를 잘한다고 느꼈다. 연기할 줄 아는 친구인 것 같았다.

10. 관심이 많아서인지 지적도 많았다.
김원석 : 좋아해주신 분들이 많았던 만큼 뼈아프게 지적해주신 분들도 많았다. 만약 대본을 쓰고 있다면 느끼지 못했을 거다. 사전제작이었기 때문에 방송을 보면서 실시간으로 의견을 들을 수 있었다. 가장 많은 지적은 아무래도 엔딩과 개연성에 대한 얘기였다. 이 부분에 대해선 죄송하다고 말씀드리고 싶다. 지적해 주신 부분들을 생각도 많이 했고 반성도 많이 했다. 내가 쓴 글에 대해 후회는 없지만, 반성은 열심히 했다.

10. PPL 얘기를 안 할 수가 없다.
김원석 : PPL에 대해서는 시청자께 정말 송구하게 생각한다. 우리로서는 최선을 다했지만 보시는 분들이 거슬렸다고 하면 우리 책임일 것이다. PPL 자체가 필수불가결한 사항인 것 같다. 이로 인해 드라마 제작 환경이 많이 달라지잖아. PPL에 대해선 드라마에 관련된 여러 군데에서 논의가 됐으면 싶다. 한 가지 재밌는 점을 꼽아보자면, 때로는 PPL의 제약이 예상치도 못한 재미를 만들기도 한다. ‘태양의 후예’에서 강모연과 윤명주를 앙숙으로 만들었던 윤기 오빠의 시작이 바로 삼계탕 PPL 신이었다.(웃음)

10. 욕설 대사 논란도 있었다.
김원석 : 욕설 대사 역시도 반성하고 있다. 나는 작가다 보니까 표현의 자유는 보장돼야 한다는 게 기본적인 입장이긴 하지만, 공공의 영역인 상업 드라마에서는 그에 따른 책임이 따른다고 생각한다. 그러므로 드라마 속 욕설 같은 경우는 실수라고 생각하고 반성을 많이 하고 있다.

10. 일부 남자들은 ‘태양의 후예’ 속 군대가 정말 판타지라고 하더라.
김원석 : 특히 군대에 관한 실수가 잦았다. 이 부분은 전적으로 내 책임이 맞다. 쉽게 생각했었던 부분도 있었고, 꼼꼼히 살펴보지 못한 부분도 있었다. 결국, 팩트가 틀렸고 시청자들을 실망케 했다. 이 점에서 시청자들께 굉장히 죄송하다.

10. 하고 싶은 말은 없나. 이제 ‘태양의 후예’는 정말 끝났으니까.
김원석 : ‘태양의 후예’는 내 작가 인생에서 가장 유쾌하게 웃으면서 작업했던 작품이다. 많은 사랑을 보내주신 시청자들에게 정말 감사드린다. 나뿐만 아니라 김은숙 작가, 배우들 등 모든 사람들이 이후에 더 좋은 작품으로 인사를 드리겠지. 다시 한 번 시청자들께 감사드린다.

한혜리 기자 hyeri@
사진. 태양의후예 문화산업전문회사, N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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