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이은호 기자]
공효진/사진. 서예진 기자 yejin0214@
공효진/사진. 서예진 기자 yejin0214@
“괜찮아요? 많이 놀랐죠?”

배우 공효진에게 묻고 싶은 말이다. 드라마 ‘질투의 화신’을 둘러싸고 방송사 간의 신경전 때문이다. 웬만한 드라마 뺨치는 전개. 보는 입장에서야 흥미진진하지만, 당사자 입장으로는 제 얼굴에 침 뱉는 모양새. 드라마를 둘러싼 방송사의 갈등에 배우들 등만 터지는 꼴이다.

‘질투의 화신’은 똑똑하고 화려한 정규직 기자, 여 앵커, 아나운서의 유쾌하면서도 가슴 짠한 연애담을 그린 작품. 방송국의 뉴스룸과 낡고 보잘 것 없는 빌라 두 공간을 오가며 벌어지는 사건을 담는다. 드라마 ‘파스타’, ‘로맨스타운’ 등을 쓴 서숙향 작가가 집필을 맡았다.

문제는 편성 논의 중에 발생했다. KBS와 SBS 양 측 모두 “자사에서 편성을 마쳤다”고 주장한 것. 먼저 발을 담근 것은 KBS였으나 제작사 SM C&C 측은 최종적으로 SBS의 손을 들어줬다. KBS와는 편성시기와 제작 스케줄이 맞지 않는다는 이유였다.

KBS는 즉각 반발했다. 심지어 출연배우 공효진의 이름까지 거론했다. 배우의 요구사항이 다소 까다로웠으나 이를 맞추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했다는 주장. 제작사 측은 “공효진이 내건 조건은 없었다. 편성 시기가 맞지 않았을 뿐”이라며 KBS의 주장을 일축했다.

공효진으로서는 아닌 밤중에 날벼락을 맞은 셈. KBS의 주장은 사실관계가 묘연할뿐더러 “배우의 까다로운 조건”, “뒤통수 맞았다” 등의 과격한 용어 사용으로 배우의 이미지에 타격을 입혔다. 제작사 측 역시 “사실이 아닌 내용으로 배우에게 피해를 끼친 점에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비단 이런 폭로성 발언이 아니더라도, 지금의 뒤숭숭한 분위기는 배우로서 반가울 리 만무하다. 배우 매니지먼트를 담당하고 있는 A씨는 “배우 입장에서는 혼란이 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불안 심리도 작용할 게다. 배우들에게도 드라마 준비 기간이라는 게 있지 않느냐. 제작 과정에서 딜레이가 발생한다거나 편성에 문제가 생긴다면, 다른 작품 출연을 논의해볼 수도 있는 상황”이라고 의견을 전했다.

공효진은 그간 ‘건빵선생과 별사탕’, ‘상두야 학교가자’, ‘파스타’, ‘주군의 태양’, ‘괜찮아 사랑이야’, ‘프로듀사’ 등 손 대는 작품마다 큰 인기를 얻으며 백전무패의 필모그래피를 새기고 있다. 상대역 조정석 역시 최근 드라마 ‘오 나의 귀신님’, 예능 프로그램 ‘꽃보다 청춘’, 뮤지컬 ‘헤드윅’을 연달아 히트시키며 흥행가도를 달리는 중. 여기에 ‘파스타’, ‘로맨스타운’, ‘미스코리아’ 등을 집필한 서숙향 작가도 합류했다. 제법 훌륭한 ‘드림팀’이 뭉쳤는데, 시청자들에게는 좋지 못한 첫인상을 남겼다.

‘질투의 화신’은 현재 SBS 8월 수목드라마로 최종 편성을 확정지은 상태. 그러나 KBS 측은 여전히 석연치 않은 기색을 드러내고 있어, 언제쯤 갈등이 봉합될 지는 미지수이다. 과연 ‘질투의 화신’은 편성 논란을 딛고 시청자들의 마음을 돌릴 수 있을까? 일단 배우들의 마음부터 다래는 게 우선으로 보인다.

이은호 기자 wild37@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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