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그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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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N ‘시그널’ 15회 2016년 3월 11일 금요일 오후 8시 30분

다섯줄 요약
박선우(강찬희)는 김범주(장현성)에게 속아 인주사건 진범에 관한 이야기를 꺼낸다. 결국, 선우는 김범주에게 살해를 당하며 과거는 변하지 않게 된다. 박해영(이제훈)은 살인혐의로 취조를 당하고, 차수현(김혜수)은 해영을 구하려 노력한다. 해영과 수현은 김성범(주명철)을 만나고 그에게서 이재한(조진웅)이 어떻게 죽게 됐는지를 듣는다. 해영은 재한의 죽음이 결국 자신 때문임을 알게 된다.

리뷰
죽음을 부르는 대사. “포기하지 않겠다.” 어린 박선우부터 형사 이재한까지, “포기하지 않겠다”는 말은 모두를 죽음으로 몰아넣었다. 포기한 자들은 웃고, 포기하지 않은 자들은 죽게 되는 세상. ‘시그널’내에서 한결같은 것이 있다면, 잘못된 세상 탓에 좋은 사람들만 죽게 되는 묘한 상황이다. 1화부터 변함없이 전개되는 이야기에 익숙해질 법도 하나, 익숙함은커녕 시청자는 계속 슬프고, 분노하게 된다. 하나의 주제를 다양한 방법으로 풀어가는 이야기의 힘. 그것이 시청자들을 마지막 화를 앞두고도 텔레비전에서 눈을 떼지 못하게 만드는 이유다.

무전이 시작되는 시간, 11시 23분. 포기하지 않은 이재한이 죽은 시간이었다. 그리고 이재한을 죽게 만든 원인은 다름 아닌 박해영이었다. 원인이 결과가 되고, 결과가 원인이 되어 반복되는 지금의 상황. 이를 끊을 수 있는 사람은 제3자인 수현이다. 이재한도 박해영도 “포기하지 않겠다”고 말하는 차수현. 죽겠다는 말과 같아진 “포기하지 않겠다”는 수현의 말이 수현을 죽음으로 몰아넣지 않을까 걱정되지만, 이로 인해 수현이 해영의 무전을 이어받을 자격이 충분하다는 것이 증명됐다. 과거에는 재한이 죽었고, 현재에는 해영이 죽은 지금. 차수현 혼자 감당해야 할 무게가 배로 늘었다. 15년을 기다린 남자와 자신 대신 죽음을 택한 남자. 그 두 명을 수현은 살릴 수 있을까.

권선징악. 진부하긴 하지만, 사람들은 대부분 악은 불행하고 선이 행복한 결말을 원한다. 악당은 물리치고, 정의가 승리하는 결말을 말이다. 그러나 시청자의 바람과는 달리, ‘시그널’내에서 권선징악적인 요소는 크지 않았다. 과거를 바꾸어도 선한 사람들은 위기를 맞이했으며, 악한 사람들이라도 돈이 많다면 위기를 잘 헤쳐나갔다. 이를 통해, ‘시그널’에서 하고 싶은 이야기는 ‘정의는 승리한다’가 아닐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다면 ‘시그널’이 여태까지 하고 싶었던 이야기는 무엇일까.

재한이 포기하지 않고 정의를 위해 싸울 때, 시청자들은 카타르시스를 느낀다. 불공평한 세상임에도 이에 맞서 싸우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 ‘시그널’은 재한을 통해 이를 계속 말하고 있었다. 그리고 선을 행하는 재한으로 인해 시청자는 더욱 이야기에 빠져들게 된다. 어쩌면, 재한과 해영이 살기를 원하는 이유는 이 때문일지도 모른다. 한 회를 남겨두고 있는 ‘시그널’. 불공평한 세상을 완벽하게 바꿀 수는 없으나 이에 맞서 싸웠던 영웅, 재한과 해영이 마지막엔 행복하길 바라본다.

수다 포인트
-조진웅+김혜수=눈물 도둑
-“궁금한 게 많다는 건 세상에 관심이 많다는 것이니 좋은 사람이 되겠다.” 엄지를 치켜들었습니다.
-작가님도 포기하지 마십시오… 해피엔딩을 포기하지 마십시오…

함지연 객원기자
사진. tvN ‘시그널‘ 방송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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