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윤준필 기자]
특전사들의 수다
특전사들의 수다
MBC ‘진짜 사나이’에서도 등장한 적이 없었던 대한민국 육군 특전사가 ‘태양의 후예’에 나타났다. 다큐멘터리가 아니면 미디어에서 좀처럼 모습을 보기 힘들었던 특전사 중에서도 해외로 파병을 간 특전사의 등장이라니, 이것만으로도 시청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2년 동안 특전사에서 군 생활을 했던 기자에게 ‘태양의 후예’는 반가운 마음이 먼저였지만 말이다. ‘태양의 후예’ 1~2회를 통해 생긴 시청자들의 몇 가지 호기심들을 해결해보고자 실제 육군 특전사에서 복무했던 두 사람을 만났다. 진짜 특전사였던 사람들은 과연 ‘태양의 후예’를 어떻게 바라볼까.

10. 단결(웃음)! 전역하고 5년 만에 뵙는 것 같습니다.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드리고, 먼저 자기소개 부탁드리겠습니다.
A대위 : 안녕하세요. 작년까지 특전사에서 약 7년 정도 복무했고, 현재는 모 야전부대에서 근무하고 있는 A대위입니다. 5~6년 전 특전사에 있을 당시 레바논으로 파병도 다녀왔습니다.
B전역 : 저도 특전사에서 7년 동안 장교로 복무했고, 작년에 전역했습니다. A대위와 함께 레바논으로 파병을 다녀왔고요.

10. ‘태양의 후예’ 보셨습니까? 유시진(송중기) 대위 같은 꽃미남 중대장이 실제 특전사에도 존재하는지 궁금해 하는 시청자들이 많습니다.
A대위 : 당연히 송중기 배우보다 잘 생기고, 피부미남, 몸짱, 뇌섹남인 군인들이 철철 넘쳐흐릅니다.
B전역 : 그런가? 저는 잘 모르겠네요(웃음).
태양의후예 수다
태양의후예 수다
10. 본격적으로 궁금증을 해결하기에 앞서 극중에서 특전사로 나오는 캐릭터들을 분석해보려고 합니다. 먼저, 유시진 대위는 육사 출신으로 특전사 알파팀 팀장을 맡고 있는 인물입니다. 32세 군의관 윤명주(김지원) 중위보다 선배라고 합니다.
A대위 : 유시진 대위의 경우가 절대 없는 것은 아니지만, 보통 특전사에서 32세 이상이라면 중대장 보직을 마쳤을 나이입니다.
B전역 : 육사에 들어가려고 삼수를 했다고 생각하면 불가능한 경우도 아니긴 해요. 대신 윤명주(김지원) 중위는 어색하죠. 육사 포함 12~3년 가까이 군 생활을 한 32세 군의관이라면 보통 대위 계급을 달고 있거든요.

10. 서대영(진구) 상사는 어떻습니까? 보통 부팀장은 중위가 맡지 않습니까? 제 기억으로 상사는 선임 담당관 보직을 수행했던 걸로 기억합니다.
B전역 : 맞아요. 제대로 기억하고 있네요(웃음). 하지만 부대 사정에 따라 선임 상사가 부팀장을 맡는 경우도 있어요. 특전사에서는 보통 10년 이상 복무하면 상사로 진급할 수 있어요. 35세 서대영 상사가 스무살에 하사로 임관했다고 가정하면 15년 정도 군 복무를 했겠네요. 특전사에서 15년이라… 굉장한 베테랑일 것 같아요.

10. 드라마를 보면 유시진 대위와 서대영 상사가 부대 밖에서도 일명 ‘다나까 말투’를 사용하는 모습이 나옵니다. 그런데 여성 시청자들 중에선 이런 모습을 생소하게 느끼는 분들이 있지 말입니다. 휴가나 외출처럼 부대 밖의 편한 상황에서도 군인들은 ‘다나까 말투’를 사용합니까?
A대위 : 부대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질서와 통제가 필요하고, 임무수행 간 엄격한 군율과 기강이 요구됩니다. 지휘체계를 확립하기 위해서는 특전사뿐만 아니라 군인이라면 당연히 그래야 합니다. 부대 밖으로 벗어났다고 해서 팀원들끼리 반말을 하고 편하게 대화하지 않습니다. 상호 존중하고 배려하며 신뢰와 존중의 관계를 유지해야 팀워크가 강화되고, 임무수행을 잘 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10. 극중에서 윤명주 중위와 서대영 상사가 러브라인을 그리고 있습니다. 현실에서 이런 관계가 얼마나 있을 거라고 생각하십니까?
B전역 : 글쎄요. 단언할 순 없지만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고 생각해요. 특전사뿐만 아니라 최근 군 전체에서 성(性)군기 확립이 중요 이슈거든요. 남녀가 단 둘이 한 사무실에 있으면 안 된다는 규정도 있을 정도에요. 여자 중위와 남자 상사가 러브라인이라…쉽지 않을 걸요?
태양의후예 수다
태양의후예 수다
10. 부대 밖에서 휴가를 즐기던 유시진과 서대영이 나쁜 무리에게 맞고 있는 김기범(김민석)을 구해주려고, 그들과 싸우는 장면이 나옵니다. 군인이 그렇게 싸움에 휘말리면 안 되지 않습니까?
B전역 : 당연히 안 되죠. 아니, 싸울 순 있지만 경찰이 알면 안 됩니다(웃음).
A대위 : 극중에서도 유시진 대위가 “제가 휴가 중이라 경찰에 연락이 되면 곤란해지니 협조 부탁드립니다”라고 강모연에게 이야기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군인으로서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마땅히 어려운 상황, 예를 들어 교통사고가 났다거나 화재현장에서 사람을 구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바로 뛰어야 하겠지만, 드라마와 같은 상황이 제게 닥쳤다면 경찰에 신고하거나 병원 보안팀에 연락했을 것 같습니다.

10. 유시진 대위가 아프간에 인질로 붙잡힌 UN직원들을 구하는 작전을 수행하기 위해 병원 옥상에서 헬기를 타고 부대에 복귀하는 장면도 나옵니다.
B전역 : 하하. 일개 대위를 부대에 복귀시킨다고 헬기를 띄우는 건 말도 안 돼요. 그리고 청해부대가 ‘아덴만 작전’을 했을 때처럼 우리 국민들이 위험에 처해있다면 모를까, UN직원들을 구출하기 위해 우리나라 작전 팀이 투입되는 것도 있을 수 없는 상황이거든요. 아프간으로 급하게 날아간다는 것도 드라마니까 가능한 것 같고요.

10. 유시진 대위가 미군과의 연합작전 중에 기싸움을 한답시고 미군 측 중대장과 주먹다짐을 하는 장면이 나왔습니다. 두 분도 군 복무 당시 연합작전에 참여도 해보셨던 걸로 알고 있는데, 극중에서의 상황이 실제로도 일어납니까?
A대위 : 드라마의 흥미를 유도하기 위한 장면이라고 생각합니다.
B전역 : 실제 그런 일이 일어났다면 헌병이 나섰을 겁니다. 당연히 징계감이죠.

10. 극중 특전사령관이 알파팀을 우르크에 파병 보내기로 했다면서 ‘휴가’라는 표현을 사용했습니다. 파병을 가는 것이 국내에서 임무수행을 하는 것보다 편한 편입니까?
A대위 : 군인들이 임무수행을 하는 장소만 바뀐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해외여행을 가는 것이 아닙니다. 파병을 가도 똑같이 긴장감 속에서 완벽한 임무수행을 위해 노력합니다.
태양의 후예 수다
태양의 후예 수다
10. 파병은 왜 가는 겁니까?
B전역 : 아무래도 현역 군인이 좀 더 자세하게 설명해줄 것 같습니다(웃음).
A대위 : 우리 헌법 제 5조 1항에선 대한민국은 국제평화의 유지에 노력하고 침략적 전쟁을 부인한다고 하여 국제평화주의를 선언하고 있습니다. 우리 군의 파병 활동은 지구촌 평화와 안보를 향한 군사외교 활동이고, 이러한 활동으로 우리 군의 이미지를 높이는 역할도 하는 것 같습니다.

10. 그런데 파병 다녀오신 사진을 보니까 파란 베레모를 쓰고 계십니다. 드라마 속 유시진 대위가 검은 베레를 쓰고 있는 다른 복장인 것 같습니다.
B전역 : 극중 태백부대는 아랍에미레이트(UAE)에 파견된 우리나라 아크부대를 모델로 하고 있는 것 같아요. 아크부대는 우리 특수전 기술을 UAE에 전수하러 간 부대에요. 저는 UN소속 세계평화유지군으로 레바논에 파병을 간 것이라 하늘색 베레모를 착용한 것이었고, 아크부대는 아랍에미레이트의 지원 하에 우리 군 소속으로 파병을 가는 거라 검은 베레를 쓰고 있는 거고요.

10. 파병 가서는 어떤 일들을 합니까?
A대위 : 기사나 뉴스를 접해보셨겠지만, 해당 국가 특수전 부대의 교육 훈련 지원 및 연합 훈련, 작전 지역에 대한 감시 및 정찰, 분쟁 지역에서의 인도적 구호 활동, 의료지원 활동 등을 합니다.

10. 유시진이 강모연과 영화관에 들어오자마자 부대의 소집 전화를 받고 그 자리에서 헤어지는 장면이 나옵니다. 실제 두 분도 비슷한 경험을 해보셨습니까?
A대위 : 군인이라면 그러한 경험은 다 있을 거라고 생각됩니다. 저도 드라마에서처럼 애인과 약속을 했지만, 비상소집과 같은 훈련으로 약속을 못 지키는 경우가 종종 있었습니다.
B전역 : 저도 드라마에서처럼 여자 친구와 데이트를 하다 바로 소집 명령을 받고 부대로 복귀한 경험이 있어요. 제 모든 생활이 군대 중심으로 돌아가다 보니까 나중엔 여자 친구가 제 일과시간이 끝나는 시간에 맞춰 부대 앞까지 차를 끌고 왔던 기억이 나네요(웃음).

10. 파병을 가면 여자 친구가 면회도 못 오고 강제 이별이나 다름없는데, 결혼 안 한 군인들에게 파병은 헤어지기 쉬운 조건일 것 같습니다. 혹시 파병 간 사이 헤어지는 커플을 본 적 있으십니까?
A대위 :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파병을 갔다 해서 자주 만나지 못하고 헤어진다면 애초에 만나지 말았어야죠. 서로의 마음이 중요하다고 생각되지, 남녀 관계에서 파병은 걸림돌이 된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주변에 파병을 가서 헤어지는 경우는 보지는 못했습니다만, 파병 후에 2세들이 많이 태어나는 것은 봤습니다(웃음).
B전역 : 제 생각은 반반이에요. 비싼 통화료를 부담하기 힘들고, 인터넷을 자유롭게 쓸 수 있는 여건이 아니니까 연애를 이어가기엔 쉽지 않은 상황이죠. 그래서 파병을 떠나기 전 정리하고 가는 군인들도 종종 봤습니다.

10. 이번 드라마로 특전사에 대한 관심이 조금 늘어날 것 같습니다. 인터뷰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모두 : 감사합니다.

윤준필 기자 yoon@
편집. 한혜리 기자 hyeri@
사진. B전역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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