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도전
무한도전
MBC ‘무한도전’ 469회 2016년 2월 27일 토요일 오후 6시 20분

다섯줄 요약
이번 화 ‘무한도전’은 인생에서 잊고 싶은 기억을 지워주는 ‘나쁜 기억 지우개’ 편이었다. 다섯 명의 멘토(혜민 스님, 윤태호 만화가, 조정민 목사, 정신과 전문의 김병후, 김현정)와 만난 ‘무한도전’ 멤버들은 자신의 고민을 털어놓고 그들의 도움을 받아 고민 많은 젊은이들의 상담에 나섰다. 노량진에 나간 유재석은 경찰시험을 준비하는 취업준비생과 배우지망생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그들에게 진심이 담긴 위로의 말을 건넸다.

리뷰
많은 이들이 마음속에 저마다의 상처를 안고 살아가야 하는 시대다. 그에 따라 한동안 ‘힐링’을 주제로 하는 방송이 크게 유행하였지만, 그 가운데는 진실 된 공감은 빠진 채 섣부른 위로를 보내는 것 또한 있었다. 게다가 상처가 있는 이들은 다른 이들의 상처를 보는 것만으로도 괴로워지는 순간이 있다. 그렇기에 ‘치유’를 목표로 하는 방송은 결코 쉽지 않다.

‘무한도전(이하 무도)’의 치유는 ‘무도’ 멤버들 자신의 고민을 털어놓는 것에서 시작되었다. 누구나 인정하는 1인자 유재석은 “어떻게 하면 재미있을까?”를 고민하고 있음을 말하며 수많은 출연진과 제작진을 이끌고 있는 리더로서의 고충을 털어놓았다. 그런가하면 하하는 기댈 곳 없는 가장으로서의 고민을, 정준하는 언젠가 대중들의 사랑을 잃고 떠나야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을, 박명수는 개그맨으로서 느끼는 웃음에 대한 압박감을, 광희는 ‘무도’의 식스맨으로서의 부담감을 이야기하였다.

연예계에서 가장 성공한 사람들로 꼽히는 ‘무도’ 멤버들이기에, 이들의 고민이 누군가에게는 그저 성공한 자들의 배부른 고민으로 보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들의 고민은 형태가 조금 다를 뿐, 우리 주변 사람들이 안고 살아가는 고민들과 맞닿아 있다. 우리 주변의 누군가도 하하처럼 가정과 일을 모두 책임져야 하는 가장이며, 박명수나 광희처럼 자신의 일 때문에 고민한다. 또 유재석처럼 한 조직을 책임지는 리더로서 책임감을 느끼는 이도 있을 것이다. 그렇기에 이들이 진심으로 털어놓은 고민은 시청자들에게도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것들이었다.

이렇게 먼저 자신의 고민을 털어놓은 이들이 이번에는 한때의 그들과 같은, 혹은 그 이상의 고민을 안고 살아가는 아픈 청춘들의 이야기를 듣기 위해 나섰다. 상담을 준비하는 멤버들에게 다섯 명의 멘토들은 상담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곁에 있어 주는 것’, 또 ‘진심으로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이라고 설명하였다. 이것은 곧 다른 이의 아픔을 어루만져주기 위해 중요한 것은 그럴싸하게 포장한 말이 아니라 ‘공감’ 그 자체임을 말한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방송 후반부, 노량진 거리에서 젊은이들을 만난 유재석은 훌륭한 상담사였다고 할 수 있다. 특히 유재석과 배우지망생 청년이 대화를 나누는 장면은 이번 방송에서 가장 인상적인 대목이었다. 장남으로서의 책임감과 배우라는 꿈 사이에서 고민하는 청년의 표정과 말에서 무엇인가를 읽어낸 유재석은 조심스럽게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한다. 당신은 이 길(배우)을 가셔야겠다고. 그 말에 청년은 바로 그 이야기를 듣기 위해 이곳에 온 것 같다며 웃는다. 이것이 바로 ‘치유’가 이루어지는 순간이다.

막연하게 ‘다 잘 될 것이다’라던가, ‘지금 고민은 아무 것도 아니다’라고 말하는 것은 고민하는 이들에게 아무런 위로가 되지 않는다. 그리하여 잔인한 경쟁과 현실의 압박 속에서 ‘나’를 잃어가는 것을 고민하는 청춘들에게 유재석은 해답을 내려주지도, 막연한 희망의 말을 하지도 않는다. 대신 그는 청춘들의 고민을 충분히 들어주고 그와 닮아있는 자신의 과거를 이야기함으로써 청춘들의 고민에 공감하고 이들의 마음을 어루만져 주었다.

‘무도’는 아픔을 치유하기 위해서는 먼저 자신이 무엇에 아파하는지를 분명히 바라봐야 한다고 말한다. 그리하여 자신의 고민을 말로 털어놓고, 빈 노트에 직접 적도록 한 것이다. 이렇게 아픔의 실체를 직면한 뒤에 필요한 것은 누군가의 공감과 이해다. 그리하여 ‘무도’는 진실 된 공감으로 청춘의 상처를 어루만져 준다. 이것이 바로 ‘무도’가 아픈 청춘을 치유하는 방법인 것이다.

수다포인트
– 유재석이 인정한 ‘무도’ 에이스 정준하. 하지만 스포일러는 금물!
– 어렸을 때 칭찬을 받았다면 지금의 박명수는 어떤 모습일까요?
– 돌려쓰는 만능 멘트, ‘지나가는 구름’, ‘일상생활에 충실히’, 이것만 있으면 상담 완료!
– 아무리 ‘유느님’이라지만 상담까지 잘하면 어떡하란 말입니까?

김하늬 객원기자
사진. MBC ‘무한도전’방송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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