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룡이나르샤39회 (1)
육룡이나르샤39회 (1)


SBS ‘육룡이 나르샤’ 39회 2016년 2월 15일 월요일 오후 10시

다섯줄 요약
이방원(유아인)은 개국공신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의안군 이방석이 왕세자에 책봉되자 다른 형제들은 반대의 뜻을 밝힌다. 정도전(김명민)은 재정과 인사권, 군권까지 독점하게 되고, 연희(정유미)와 함께 방원의 세력약화를 위해 움직인다. 연희는 분이(신세경)가 떠나기를 바라고, 민다경(공승연)은 방원에게 분이의 조직이 필요하기에 분이를 첩으로 들이라고 한다. 상단의 대방 행세를 하고 여진족을 만난 정도전은 육산(안석환)을 만나게 되고 무명의 존재를 알아챈다.

리뷰
옳은가 그른가를 판단하는 병에 걸린 무휼(윤균상)은 방원의 움직임에 혼란스럽다. 새로운 대립 구도를 보고 있는 시청자들 역시 그러할 것. 확실한 선과 악이 보이지 않으니 말이다. 부패로 가득했던 고려 말의 정세와 그 시기를 이끌던 이들을 악(惡), 공공의 적이자 뒤엎어야 할 존재로 여기고 정의라는 이름으로 새 나라를 위해 달려왔다. 새나라가 건국된 지금, 옳고 그름은 존재하지 않는 듯하다. 정의와 또 다른 입장의 정의만이 존재할 뿐이다.

손에 피 묻히지 않은 막내 방석이 새 나라의 세자로 필요했던 이성계(천호진)의 뜻, 꿈꾸던 이상적인 나라의 기틀을 위해 쉼 없이 무언가를 행하고, 세자를 보호하기 위해 방원을 견제해야하는 정도전, 정도전을 온전히 따르기에 분이의 위치를 냉정하게 봐야하는 연희의 마음이나 세자는커녕 아버지와 스승의 외면에 이제는 견제까지 받고 있는 방원의 서슬 퍼런 마음까지. 모두 각자의 입장에 충실할 뿐이기에 갈라져버린 그들의 입장을 이해하게 한다. 신기하게도 등장인물 모두는 소신 있으며, 지극히 인간적이기도 하다. 그래서 자신이 원하는 바를 정확히 알고 있고, 그것을 위해 자신의 몫대로 살고 있다. 심지어 무휼의 할머니마저도 방원의 곁은 위험하니, 주막이라도 열어 무휼을 그만두게 해야겠다는 목표를 보인다.

관직을 얻은 것은 마냥 좋지만 곁에서 지키기엔 방원이 곧이곧대로 따라지지 않는 무휼, 방원의 편에 서면 정도전의 뜻에 맞서게 되기에 자신에게 주어진 백성의 삶에 대한 고민이 시작된 분이. 공교롭게도 고민하고 있는 이 둘은 방원에게 지금 가장 필요한 존재다. 특히 분이에게 방원은 삼봉(정도전)을 선택하면 서로 칼을 겨누게 될 것이고 베는 것을 주저하지 않을 것이라고 냉정히 말하지만 결국엔 자신을 선택해주길, 분이를 간절히 원하고 있음을 말해버린다. 그 부르짖음에는 정치적인 이유도 분이의 조직 때문도 아닌 그저 자신에게 위로가 되는 존재 분이 그 자체로 자기 곁에 있어주길 바라는 방원의 감정이 고스란히 표출되고 있다.

첩으로 분이를 곁에 두라는 다경의 말도 이해되지만, 첩 같은 건 안한다고 했던 지난날의 분이를 알기에 분이의 선택도, 방원의 결정도 불안하게 한다. 그래서 방원은 여러모로 서글프고 외롭다. 그렇기에 한편으로는 점점 무서워지고 있다. 죽일 명분이 필요한 게 아니라, 죽여도 되는 이유를 찾고 있으니 말이다. 방원은 분이나 무휼의 손보다 결국 힘을 받쳐줄 무명의 손을 먼저 잡았다. 방원이 무서워질수록, 힘을 가질수록 점점 더 슬퍼 보이는 건 왜일까.

방원의 움직임을 눈치 채고, 그 세력을 약화시키려는 정도전에게 우연찮게 무명의 육산이 다가온다. 정도전이 무명이라는 호랑이굴로 들어가게 된 것인지, 호랑이가 제 발로 그의 앞에 찾아온 것이 될지 그 결과가 어떻게 되든 방원에게 영향을 미칠 것은 분명하다. 역사는 방원이 왕자의 난에 가까워지고 있음을 말해주지만, 무명은 어떻게 될지 알 수 없다. 그렇기에 서로를 알아본 정도전과 육산의 표정만으로도 느껴지는 긴장감은 다음 회를 기다릴 수밖에 없게 한다.

수다포인트
-방간 형님께 이지란의 함주 사투리 강의가 시급합니다.
-방원이가 해맑게 웃는데 왜 이렇게 마음이 아플까요.
-자꾸 작전 실패하는 육산 선생 은근히 민폐 캐릭터인 듯?

글. 김지연 객원기자
사진. ‘육룡이 나르샤’ 방송화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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