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번더해피엔딩
한번더해피엔딩
MBC ‘한 번 더 해피엔딩’ 4회 2016년 1월 28일 목요일 오후 10시

다섯 줄 요약
송수혁(정경호)은 구해준(권율)과 한미모(장나라)의 포옹을 창 너머로 지켜본 뒤 이상하게 가슴이 아린다. 해준과 미모가 대놓고 만나는 모습을 옆집 이웃으로서 낱낱이 지켜보려니, 상상외로 신경 쓰인다. 홍애란(서인영)은 임신이 아닌 것으로 판명나지만 방동배(박은석)와의 결혼을 결심한다. 백다정(유다인)의 힘들었던 결혼 스토리가 소개되며 현재 발병이 의심되는 안타까운 상황도 겹친다. 고동미(유인나)는 ‘중고명품’(김민준) 때문에 설레다 보기 좋게 바람 맞는다.

리뷰
구해준의 비밀이 드러났다. 의대생 시절부터 한미모를 남몰래 찍었다는, 아니 그룹 엔젤스 시절부터 한미모에(게만) 열광하고 남들 다 빠지는 구슬아(산다라 박)한테는 관심도 없었다는 오랜 팬심이 밝혀진다. 미모는 아무것도 모르지만, 시청자는 구해준의 ‘확인’ 과정이 꽤나 다양했다는 걸 알게 된다. 극 초반부터 송수혁이 이미 24년 전 학예회 시절부터 미모를 좋아했음을 강조했지만, 구해준의 이상형이 미모였던 역사도 꽤나 길다. 이제 수혁과 해준의 경쟁력은 ‘오래’가 아니라 ‘지금’에 있다.

밥 친구 만나러 왔다는 동료 정아니(이채은), “그 밥 친구, 나야”라는 아들 송민우(김단율). 수혁의 아들은 ‘누나’가 새엄마 되길 적극 바라며 시중의 각종 연애 정보까지 동원해 밀지만, 아빠는 요지부동이다. 그 누나는 이제 밥맛도 살맛도 없어지다 못해 묻는다. “틈이 전혀 없는 거야?” 13년간 싱글대디로 살아온 수혁은 희망고문 하기 싫다며 전한다. “언젠가 틈 이상을 보여줄 여자가 나타나면 널 떠날 테니까. 13년 동안 그만한 여자가 없었을 뿐이야. 내 죄책감을 흔들 만한 여자.” 정아니 기자는 “징하다. 그 미안함”이라고 정리하지만, 시청자는 안다. 수혁은 이미 다른 여자 그러니까 미모에게 빠진 탓이다.

수혁은 현재 대단히 옹졸해져 있다. 왠지 코너에 몰린 기분이다. 미모와 해준을 생각하면 어쩐지 자꾸 속상해진다. 이런 시기에 제 마음을 고백한 정 기자에게도, 미안하다는 말밖엔 못한다. 마음 한켠엔 죽은 아내에 대한 죄책감이 여전하지만, 또 한켠엔 자기도 모르게 한미모의 모습이 어른거린다. 그럴 리 없다고 일부러 구박하고 못되게 굴며 미모를 멀리하려 하지만, 그는 심하게 흔들리고 있다.

밤새 열심히 만든 구절판을 들고 구해준을 만나러 온 한미모는 “좋은 소식 있는데요. 혹시 아이를 원하신다면…” 이라며 자신의 ‘자궁건강’을 자랑한다. 너무 앞서간다 싶어 시청자가 오그라들려는 참이다. 그런데 구절판 맛에 반한 건지 미모에게 반한 건지 이 남자 흔쾌히 장단 맞춰준다. “머릿속도 섹시하다”며 흐뭇해하는 미모는 바야흐로 ‘사랑에 빠진 개구리’.

가고 있어요, 주차장이에요, 라는 메시지로 사람 한없이 기다리게 하시는 ‘명품중고’. 그러나 전화는 받지도 않고, 완벽하게 바람 맞춘다. ‘오븐남’에 정신줄 놓은 고동미 선생님, 그러니까 수업시간에 카톡만 쳐다보고 학생들한테 화풀이하는 ‘드라마적’ 태도는 버리셔야죠(현실의 선생님들은 절대 그러시지 않습니다!). 붉고 검은 마스카라 눈물을 흘리며, 친구들 앞에서 ‘기린’이 되곤 하는 걸그룹 출신 교사니까 가능한 ‘판타지’겠지만.

수혁은 마침내 미모에게 고백하고 만다. 그런데 술이 잔뜩 취한 채다. 심지어 말문을 떼며 ‘문란한 붕어’ 라고 독설을 퍼붓는다. 어제는 남자1이랑 뽀뽀하고 오늘은 남자2랑 포옹했다는 식의 황색 저널리즘스러운 발언이다. “너를 보면 화가 나. 13년 동안 나를 화나게 한 사람은 없었는데. 이 잔망스러운 것”. 그런데 문제는 술이다. 수혁은 술을 깨고도 맨정신에 미모와 마주할 수 있을까? 자꾸 술에 의지하려는 혹은 ‘오랜 인연’에 기대려는 수혁의 나약함이 엔딩을 장식한 건 그다지 로맨틱하지 못했다.

수다 포인트
-꿈속의 왕자님 구해준 “이제 좀 믿어져요?” VS 학예회 망친 찌질 동창 송수혁 “변태냐?”
-‘가끔 터지기도 하는’ 중고 오븐 판매자, “미안해서라도 밥 먹어요, 우리”
-한미모가 이웃집 남자에게 충고합니다. “새드엔딩일지 해피엔딩일지 넌 그냥 지켜나 봐.”
– 잔망스럽다…? 이거 황순원 명작 ‘소나기’에 나오는 말 맞지요?

김원 객원기자
사진. MBC ‘한 번 더 해피엔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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