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룡이 나르샤
육룡이 나르샤
SBS ‘육룡이 나르샤’ 34회 2016년 1월 26일 화요일 오후 10시

다섯줄 요약
정도전(김명민)은 유배를 가게 되고, 정몽주(김의성)의 속내를 알게 된 이성계(천호진)는 분노하고 사직의 뜻을 밝힌다. 사냥터에서 이성계는 낙마하여 크게 다치고, 이 틈을 타 정몽주는 이성계의 세력을 차례로 무너뜨린다. 여전히 이성계의 존재를 두려워하는 공양왕(이도엽)을 위해 척사광(한예리)은 이성계를 암살하려하고, 정몽주의 움직임에 이방원(유아인)은 이성계를 데려오기 위해 찾아간다.

리뷰
“건업이고 창업이고 건국이고 다 듣기 좋은 말일뿐입니다. 피를 부르는 것은 당연지사. 무혈혁명은 환상이었습니다. 패업은 어쨌거나 흉사, 그 끔찍한 흉사를 일생의 업으로 삼았으니 당연한 겁니다. 정작 패업을 하겠다는 우린 이상에 젖어있고, 오히려 그 패업을 막고자하는 포은선생(정몽주)은 그 모든 것을 다 알고 있었습니다. 해서, 반드시 이겨낼 겁니다. 이 이방원이”

모략 따위와 어울리지 않던 정몽주의 술수로 자신의 세력을 잃고 위기에 빠진 이성계에게 방원은 말한다. 이것은 다 패업이고 이미 패도의 한복판에 있는 것이라고. 포은을 향한 방원의 분노는 극에 달한 듯하다. 반드시 이길 것이라는 다짐과 예고에서 보여준 살의는 방원의 또 한 번의 각성 그리고 피로 물든 건업의 시작을 알리고 있다. 패도의 중심에 있음을, 그 역할을 자신이 할 것임을 정확히 짚고 있다. 피의 군주, 태종 이방원의 모습으로 가는 배우 유아인의 표현은 지난 회에서부터 더 돋보이고 있다. 정도전이 그리는 나라에 자신의 자리가 없다는 것을 깨닫고 시작된 그의 변화는, 정도전을 치려는 정몽주를 통해 비로소 제대로 이끌어내게 된 것.

정몽주의 역습은 모두를 놀라게 한다. 정도전의 유배 후, 이성계의 생사가 위중한 틈을 타 관련 인물들을 잡아들인다. 이성계에게, 곧 이방원에게 위기가 찾아온 것. 정몽주와 공양왕에게 이보다 더 큰 기회는 없었기에 이성계 일파를 향한 압박은 그 어느 때보다 순식간에 펼쳐졌다. 이를 막으려는 방원의 움직임 또한 촌각을 다투었지만 딱 한 발씩 늦어버린 방원의 분투로 끝나버리고 만다. 정몽주와 공양왕에게 하늘이 내린 다시없을 기회는 결국 그들에게 위기로 다가올 것임을 알고 있다. 하지만 그것을 알기에 도리어 더 지루할 틈이 없고 긴장감이 넘치는 묘한 기분을 느낀다. 마치 어디에서 터질지 아는 폭탄을 유심히 지켜보는 기분이랄까.

정몽주에게 온 기회는 위기로, 왕건의 저주가 아닐까 눈물마저 흘린 이성계의 위기는 기회로 뒤바뀔 것이다. 어떻게 역사를 따라 이야기를 풀어갈지 궁금하지만 일단 지금 눈앞에 있는 이성계의 위기 즉, 산 속에서 몸을 숨기고 있는 이성계를 척사광에게서 어떻게 보호할 것인가부터 차근차근 해결해나갈 방원을 기다려야한다. 그리고 이제는 누구도 말릴 수 없는 방원의 움직임을 지켜보는 수밖에.

수다포인트
-척사광 액션에 김연아 보는 줄
-방원이 깍듯하게 “스승님”할 때마다 더 무서워요.
-아프니까 나오는 이성계표 사투리
-홍사범님, 척사광 약점 아는 거죠, 그런 거죠?

김지연 객원기자
사진. SBS ‘육룡이 나르샤’ 방송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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