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리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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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텐아시아=윤준필 기자] 백종원의 얼굴에 만감(萬感)이 교차했다.

설 연휴 파일럿 프로그램이었던 MBC ‘마이 리틀 텔레비전’(이하 ‘마리텔’)의 정규 편성되는데 공을 세운 인물을 꼽으라면 십중팔구 ‘백주부’ 백종원을 말할 것이다. 반대로 백종원을 2015년 상반기의 아이콘으로 만든 프로그램을 꼽으라면 단연 ‘마리텔’을 말해야 한다. ‘마리텔’에서 백종원이 보여준 푸근한 인상과 구수한 입담, 부족할 것 없는 예능감은 그를 단숨에 대세 예능 스타로 만들었다. ‘마리텔’은 곧 백종원이었고, 백종원은 곧 ‘마리텔’이었다고 해도 절대 과언이 아니다.

백종원은 ‘마이 리틀 텔레비전’ 파일럿 방송부터 6번째 생방송 MLT-06까지 총 7회에 걸친 인터넷 생방송에서 한 번도 1위 자리를 내준 적이 없었다. 결국 제작진은 백종원이 5연승을 한 이후부터는 천상계와 인간계를 구분하기 시작했다. ‘마리텔’의 박진경 PD는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나머지 사람들이 늘 2등으로만 표현되면 재미가 없지 않냐”며 “즐거움을 위해 그렇게 나누어 놓았다”고 설명한 바 있다. 실제로 MLT-06에서 마술사 이은결은 인간계 1위로 왕중왕전에 출전할 수 있는 자격과 종이 챔피언 벨트를 받았다.

그런데 생각보다 천상계 극복은 일찍 이뤄졌다. 지난 26일 방송된 ‘마리텔’에서 ‘종이접기 아저씨’ 김영만이 통합 시청률 2% 차이로 백종원을 꺾고 최종 1위에 오른 것이다. 1위가 발표되는 순간, 백종원의 표정에는 만감이 교차했다. 그동안 ‘마리텔’에서 옆집 아저씨의 너털웃음, 어쭙잖은 드립에 단호한 모습, 채팅방에서 서로 싸우는 시청자들을 달래는 모습, 기미작가와 안티슈가맨의 맛 평가에 웃거나 당황하는 모습 등 다양한 표정을 보여줬지만 지난 MLT-07 최종 순위가 발표된 이후 보여준 표정은 설명하기 힘든, 그야말로 만감이 교차하는 표정이었다. 백종원은 이후 “눈물 나는데…”, “축하드립니다”, “고맙습니다”, “진짜 홀가분해요”라는 말로 자신의 감정을 눌러 담았다.

이 장면에서 제작진은 영국 락밴드 콜드플레이(Coldplay)의 ‘그래비티(Gravity)’를 BGM으로 선택했다. ‘그래비티’의 가사와 어울리는 장면이었다. ‘그래비티’의 가사처럼 꽤 오랜 시간동안 ‘마리텔’의 아이콘으로, 요리 초보들의 손맛을 책임지던 ‘갓종원’으로, 방송가를 종횡무진하던 쿡방 스타로 멈출 줄 모르고 달려온 백종원이 잠시 멈추는 순간이었기 때문이다. 제작진은 백종원이 그동안 느꼈던 마음의 짐을 덜어내길 바란 것은 아니었을까.

비록 ‘백주부’의 아성은 깨졌지만 왕중왕전에서, 혹은 그 이전에 ‘더 고급진 레시피’를 들고 팬들에게 곁으로 돌아오는 백주부의 모습을 기대한다.

윤준필 기자 yoon@
사진. MBC ‘마이 리틀 텔레비전’ 방송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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