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종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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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텐아시아=박수정 기자] 어떤 농담을 던져도 되돌아오는 답은 연기에 대한 진지한 열정이었다. 187cm의 훤칠한 키와 뚜렷한 이목구비 속 그윽한 눈빛까지. 신인배우 나종찬의 가능성을 알아보기까지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영화 ‘스물’, MBC 드라마 ‘빛나거나 미치거나’에서 크지 않은 역할임에도 존재감을 뚜렷하게 드러낸 것도 나종찬의 능력이었다.

나종찬은 ‘빛나거나 미치거나’에서 황보여원(이하늬)의 호위무사 세원을 맡아 본격적인 배우의 길을 열었다. 세원은 이후 신율(오연서)과 남매 관계가 밝혀지면서 반전의 열쇠를 쥔 중요한 인물이기도 했다. 극 초반, 묵묵한 호위무사였던 세원은 흐를수록 감정을 표현하며 극의 주축이 됐다. 첫 드라마이자 첫 사극, 첫 액션, 첫 러브라인 등 모든 것이 새로웠던 나종찬에게 나름의 중요한 역할까지 주어진 것. 나종찬의 가능성을 알아본 제작진의 결정은 통했다. 나종찬의 어떤 매력에 반한 것일까.

“제 생각에는 제 눈빛을 많이 좋아했던 것 같아요. ‘스물두 살 애가 어떻게 저런 눈빛이 나오지’라고 하셨어요. 처음엔 세원 역할이 많이 부담스러웠어요. 제가 못하면 캐릭터도 죽고, 드라마도 죽으니까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밖에 없었어요. 그냥 걸어 다니면서 계속 사극톤을 연습하고, 볼일 볼 때나 샤워할 때나 계속 연습했더니 제 것이 됐어요.”

나종찬은 무술과 승마를 연습하며 ‘빛나거나 미치거나’를 위한 준비를 철저히 했다. 나종찬은 “제일 열심히 했던 것이 무술이랑 승마”라며 “촬영 시작 한 달 전에 승마를 배웠는데 승마를 가르쳐준 형들이 내가 제일 잘 탄다고 말했다”고 해맑게 웃어 보이기도 했다. 함께 출연했던 배우 장혁의 도움도 컸다. 나종찬은 “(장혁 선배님이) 무술과 연기를 정말 많이 알려주셨다. 죽는 장면을 촬영할 때 호흡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서 조심스럽게 여쭤보니 엄청나게 오래 열심히 알려주셨다. 마지막에 ‘너 느껴지는 대로 해’라고 말해주셨는데 많이 배웠다”고 말했다.

나종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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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쉬운 점도 분명히 있었다. 나종찬은 “초반의 모든 것들”이 아쉽다며 “연기에 집중해야 하는데 더블 액션, 시선 처리 등에 신경을 쓰다 보니 초반에는 연기가 잘 안됐던 것 같아 아쉬웠다”고 전했다. 나종찬은 “지금도 드라마의 여운에 빠져있다”며 “인간관계도 그렇고, 다 친해졌는데 한 분 한 분 뵙지 못해서 아쉽다”고 출연진과 제작진에 대한 애정을 가득 드러내기도 했다. 고마운 사람들을 생각하며 밝게 미소 지을 때는 영락없는 20대 초반의 풋풋한 신인 배우였다.

나종찬과 인터뷰를 하면서 인상 깊었던 건, 1994년생의 풋풋한 미소를 보이다가도 연기에 대해서만큼은 진지한 태도를 보였다는 점이다. 키가 커서, 얼굴이 잘생겨서 연기를 시작하게 된 신인 배우가 아니라, 진지하게 배우로서 성장하고 싶다는 진정성이 느껴졌다. JYP 연습생을 그만둔 뒤, 큐브에서 다시 연기 파트 연습생이 되기 전까지 나종찬은 연기에 대한 간절함을 느끼게 됐다. 나종찬은 비스트, 포미닛 등이 소속된 큐브엔터테인먼트의 유일한 연기 파트 연습생으로 외로움도 느꼈지만, “연기를 더 잘해야겠다”는 열정 하나로 버텼다. 나종찬의 존재감이 빛을 발할 때까지, 그만의 노력이 있었다.

자기발전, 운동, 연기, 초심. 이제 막 날개를 펼치기 시작한 배우 나종찬의 대답 속 키워드였다. 나종찬은 “진실성 있는 배우가 되고 싶고, 오래갈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다”며 “조급하게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천천히 경험 쌓고 싶다. 누가 봐도 ‘나종찬이 연기 잘해’라고 생각했으면 좋겠다”고 목표를 전했다. 뮤지컬 ‘총각네 야채가게’, 영화 ‘스물’ 그리고 드라마 ‘빛나거나 미치거나’까지, 나종찬의 필모그래피는 짧은 시간 사이 차곡차곡 쌓였다. 필모그래피의 작품 수가 늘어날수록 더 깊어지는 나종찬의 눈빛을 확인하는 재미가 생겼다. 괜찮은 배우를 발견했다.

박수정 기자 soverus@
사진. 구혜정 기자 photon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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