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으로 말하는 강훈이
눈으로 말하는 강훈이


눈으로 말하는 강훈이

오도카니, 벤치에 앉았다. “사진 먼저 찍을게요”라고 말을 하니, 성인의 집게손가락만 한 크기의 작은 손을 맞잡고 렌즈를 가만히 쳐다본다. 2009년생, 올해 이제 일곱. ‘오만과 편견’에서 자신의 나이(출연 당시 여섯 살)와 똑같은 아이, 찬이를 연기하며 안방극장의 ‘귀염둥이’가 된 김강훈의 첫인상은 한마디로, ‘젠틀’한 꼬마였다. 보통의 여섯 살과 달리 부산스럽지 않았고, 어린아이의 ‘떼쓰기’ 또한 찾아볼 수 없어 그저 신기한 마음에 “어떻게 저래요?”라는 말을 연신 내뱉게 되었다.

“’오만과 편견’ 오디션장에서 강훈이가 그렇게 조용히, 가만히 있었대요. 누가 뭘 물어보면 대답 꼬박꼬박 다 하고. 그래서 ‘아, 얘는 뭔가 알고 있는 애인 것 같다’라고 생각하셨다고, 후에 제작진분들이 말해주시더라고요.”

강훈이 옆에 앉은 엄마의 말에 고개를 주억거렸다. 만나자마자 보인 아이의 차분한 태도가 이야기 속 모습과 별반 다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까만 밤하늘 같은 눈동자가 이쪽을 향했다. 때 묻지 않은 순수의 우주가 반짝, 빛났다.

강훈이는 웃을 땐 영락없는 2009년생 꼬마가 되었다
강훈이는 웃을 땐 영락없는 2009년생 꼬마가 되었다
강훈이는 웃을 땐 영락없는 2009년생 꼬마가 되었다

‘오만과 편견’에서 강훈이 맡은 역할은 ‘어린이집 아동 낙상 사망 사건’ 피해자의 동생 찬이. 말을 하지 못하는 캐릭터이기에 아이 본연의 귀여움은 물론, 말로는 설명하기 힘든 슬픔의 정서도 지니고 있어야 했다. 연기에서 말을 지워야 했기에 좀 더 다양한 모습을 보여줄 기회는 줄었지만, 그 덕에 강훈이의 눈빛 하나 동작 하나에 더 집중할 수 있었다. 할머니 백금옥(백수련)의 품에 안겨 서럽게 눈물을 쏟아내던 장면에선(‘오만과 편견’ 9화) ‘대체, 뭐가 저리도 마음 아프길래’하는 궁금증을 불러일으킬 정도로 흡입력 있는 연기를 선보이기도 했다.

“엄마 ‘죽은’다고 생각했어요. 그냥 내가 했어요. 강수 형아가 말해준 거랑 해서.”

소중한 이가 눈앞에서 사라져 영영 볼 수 없다는 것이 어떤 극한의 감정을 불러낼지, 알고 있었던 걸까. 아직 엄마의 품이 당연할 강훈이가 현장에서 눈물을 터뜨린 순간, 분위기는 금세 숙연해졌다고 했다. 그때 일을 회상하며 잠시 대화에 발을 들인 엄마의 말에 물기가 촉촉이 서렸다. 이 이야기에 강훈이는 “연기가 재미있다”는 말을 아무렇지 않게 ‘툭’, 던질 뿐이었다. 그리고는 “엄마가 (연기할 때) 혀 내밀지 말라”고 일러준 주의사항을 알려주며 귀엽게 혀를 살짝 내밀었다 쏙 넣어 보였다. 그 모습에 웃음이 터져 나와 ‘그래, 아직 초등학교도 들어가기 전이지’라는 생각이 스쳤다. 아이다웠고, 사랑스러웠다.

강훈이의 매력은 무한대
강훈이의 매력은 무한대
강훈이의 매력은 무한대

이야기가 한창 진행되던 중, A4 용지 뒷면에 자신이 좋아하는 만화 캐릭터 이름을 또박또박 써 내려가던 강훈이는 앞쪽에 적힌 질문을 발견하곤, “어, 대본이다!”라며 외쳤다. 아르키메데스의 ‘유레카’처럼, 놀라움과 기쁨이 가득 담긴 채였다. 이내 눈을 글자 위에 두고 꼼꼼하게 질문을 곱씹더니 “이건 했고, 이건 안 했다”며 미처 질문하지 못했던 것들에 대해 자발적으로 답을 내어 놓기 시작했다. 우연한 기회에 오디션을 본 후, 몇백 명의 아이들 사이에서 찬이로 선택된 강훈이는 남다른 집중력과 상황 적응력을 지니고 있었다. 아마 이 점이 강훈이를 드라마 속 세상으로 안착시켰던 건지도 모르겠다. 마지막으로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느냐는 질문에 수줍게 웃으며 “(모두) 사랑해여”라고 말하던 아이. 금방이라도 세상을 환하게 만들어줄 것 같던 강훈이의 미소가 꽤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듯싶다.

글. 이정화 lee@tenasia.co.kr
사진. 구혜정 photonine@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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