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


SBS ‘제35회 청룡영화제’ 2014년 12월 17일 오후 5시 40분

다섯 줄 요약
청룡의 선택은 ‘변호인’이었다. 고(故) 노무현 대통령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 ‘변호인’이 최고상인 작품상을 비롯 남우주연상과 여우조연상 인기상을 수상하며 4관왕을 차지했다. 반면 대종상에서 주요상을 수상했던 ‘명량’은 이날 감독상과 최다관객상에 만족해야 했다. 대종상과 뒤바뀐 수상 결과다. 시상식의 꽃 남녀주연상은 ‘변호인’의 송강호와 ‘한공주’의 천우희가, 남녀조연상은 ‘끝까지 간다’의 조진웅과 ‘변호인’의 김영애가, 신인상은 ‘해무’ 박유천과 ‘도희야’의 김새론에게 돌아갔다.

리뷰
지난 3월 열린 제86회 아카데미 시상식은 여러모로 우리의 시상식을 뒤돌아보게 했다. ‘피자 이벤트’와 배우들의 일명 ‘셀카 찍기’ 놀이 등 권위를 벗어던진 그들의 모습은 시상식이 ‘경쟁’이 아니라 ‘축제’임을 여실히 증명해보였다. 그런 그들의 축제를 보면서 생각했다. 한국 영화계를 대표한다는 시상식들은 왜 저런 게 안 될까. 경직된 표정, 인색한 박수, 수상자로 호명해도 자리에 없는 후보들, 썰렁한 객석, 유머가 거세된 상투적인 멘트들, 공동수상·대리수상·특별수상…. 그 뿐인가. 시상을 하러 나온 배우들이 자신들의 작품을 홍보하는 게 전혀 이상하지 않은 이상한 무대, 수상 소감 시간이 지인 호명 시간으로 둔갑하는 희한한 풍경.

지난 3월 아카데미 시상식 당시, 피자 이벤트
지난 3월 아카데미 시상식 당시, 피자 이벤트
지난 3월 아카데미 시상식 당시, 피자 이벤트

올해로 35회를 맞은 청룡영화제는 나름 변화를 위한 시도를 했다. 좋았던 것도 있었고, 아쉬운 것도 있었다. 먼저 아쉬운 쪽. 2부 오프닝 무대에 오른 유준상은 ‘레드카펫 깜짝 시상식’을 준비했다며 한껏 바람을 잡았다. ‘오호~ 피자 이벤트 못지않은 명장면을 볼 수 있으려나’ 그런데, 엥? 현장에 도착한 ‘선착순 순서’로 상품이 주어졌고, 상품은 홍초. 그러니까 깜짝 이벤트는 후원사 청정원의 대표브랜드 PPL로 마무리됐다. (이토록 노골적인 PPL이라니.) 또한 “지금 천우희 씨가 실시간 검색어에 올랐는데… 왜 1등이 됐는지는 시간관계상 여러분이 찾아보길 바란다”는 유준상의 멘트는 안함만 못했고, ‘유준상’이란 이름으로 김우빈에게 수여된 상품은 당최 목적이 뭔지 의문만 남긴 채 썰렁하게 끝났다. 보는 사람도 받는 사람도 민망한 순간이었다.

청룡의 안방마님 김혜수의 진행도 다소 아쉬움을 남겼다. 16년째 같은 무대에 오르고 있음에도 여전히 대본에 의지하는 부분이 많음을 큐시트를 읽어 내려가는 그녀의 눈동자에서 엿볼 수 있었다. 김혜수 바로 뒤로 유해진을 포착하는 카메라의 불손한 의도도(김혜수-유해진의 과거는 영화제와 상관없다고!)지적하지 않을 수 없는 부분. 인기상 수상을 위해 무대에 오른 이정재-임시완-신세경-김우빈에게 주어진 ‘어떤 배우가 이상형인가’ 식의 일차원적인 질문도 실망스럽기 그지없었다. 그 많은 여배우 중에 파격 노출을 선보인 노수람의 레드카펫을 부각시킨 편집은 어떻고.

그래도 변화를 위한 시도엔 성공적인 부분도 있었다. 무엇보다 이전보다 확실히 높아진 배우들의 높은 참여율이 시상식을 시상식답게 했다. 후보에 오른 배우들의 생생한 현장 얼굴이 한 화면에 가득 잡히는 모습은 그 차제로 시상식에 생기를 줬다. 정우성은 절친 이정재와 후배들을 흐뭇하게 바라보며 현장을 즐겼고, 최민식 송강호 이경영 김영애 봉준호 등 영화계 선배들은 존재만으로 현장을 묵직하게 만들었다.

무엇보다 마음을 울린 수상소감이 있었다. “좋은 영화는 관객이 외면하지 않는다는 믿음이 있다”는 김영애의 소감엔 울림이 있었고, “권력이든 뭐든 모든 것은 국민 여러분으로부터 나오듯 배우 송강호라는 존재 자체도 대한민국 국민여러분으로부터 나온다는 것 잊지 않겠다”는 송강호의 소감엔 진심이 묻어났으며, ‘한공주’로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천우희의 눈물엔 영화라는 매체가 안기는 뜨거운 순간이 있었다. 수상자(작)들 모두에게 축하를 보낸다.

수다포인트
– 여배우드의 여진구앓이 “빨리 성인이 돼 주세요!”(진구, 주민등록증은 발급됐어요)
– 새론아, 왜 정우성만 ‘삼촌’이니? ㅋㅋㅋ
– 천우희, 당신의 눈물을 기억하겠습니다.
– 노수람, 당신의 노출은 기억….

글. 정시우 siwoorain@tenaisa.co.kr
사진. SBS ‘제35회 청룡영화상’ 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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