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노키오’ 박신혜가 빙판길 취재 실패로 혼나는 장면, ‘힐러’ 박민영이 택배기자로 위장해 스타의 집에 잠입한 장면(위부터)
‘피노키오’ 박신혜가 빙판길 취재 실패로 혼나는 장면, ‘힐러’ 박민영이 택배기자로 위장해 스타의 집에 잠입한 장면(위부터)
‘피노키오’ 박신혜가 빙판길 취재 실패로 혼나는 장면, ‘힐러’ 박민영이 택배기자로 위장해 스타의 집에 잠입한 장면(위부터)

기자들의 세계를 다룬 드라마가 연이어 방송되며 눈길을 모으고 있다.

지난 8일 첫 방송된 KBS2 월화드라마 ‘힐러’와 SBS 수목드라마 ‘피노키오’다. ‘힐러’는 산뜻한 시청률 속에 월화극 판도 변화를 예고 했으며 ‘피노키오’는 1위 다툼을 벌이고 있다.

그간 언론의 세계를 배경으로 다루거나 기자 캐릭터를 등장시켰던 드라마들이 시청자들의 관심을 받지 못한 반면, 두 작품은 색다른 매력으로 시선을 모으고 있다. 이들 작품 속 기자들의 세계는 어떻게 다르고, 현실과는 얼마나 닮아 있을까.

‘피노키오’는 막 기자로 사회에 첫 발을 디딘 최달포(이종석)과 최인하(박신혜), 서범조(김영광), 윤유래(이유비)를 중심으로 청춘들의 사랑과 성장을 그리는 로맨스 성장 드라마다. 하지만 결코 청춘들의 사랑을 우선시 하지 않고, 저마다 사연을 간직한 이들이 사회부 기자라는 길을 가게 된 이유와 과정을 더욱 비중있게 그려내고 있다.

특히 남주인공 달포가 어린 시절 왜곡 과장된 보도로 인해 모든 것을 잃었으며, 여주인공 인하는 거짓말을 하면 바로 표가 나 진실만을 말해야 한다는 피노키오 증후군이라는 설정을 캐릭터에 반영해 흥미를 더한다. 두 사람이 지닌 과거와 증후군이 기자라는 일에 있어서 어떻게든 지켜야 할 신념, 혹은 극복해야 할 장애물로 작용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피노키오’는 장르적으로 전문직 드라마 쪽에 더 치중하고 있기에 디테일한 부분에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우선 라인(각 구역을 지칭하는 말), 마와리(사회부 수습기자가 할당받은 출입처를 돌며 취재하는 일), 캡(사회부 사건팁 지휘 기자), 풀하다(취재 내용을 공유하는 행위 또는 공동취재) 물먹다(낙종하다) 등 기자 용어를 자유자재로 구사해 리얼리티를 살리고 있어 눈길을 끈다.

각각의 에피소드를 통해서도 언론을 향한 강렬한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피노키오’는 앞서 달포 가족의 비극을 통해 언론의 진실을 외면한 자극적인 보도가 얼마나 위험한지를 보여줬다. 이는 면접 과정에서 “피노키오 증후군이었던 증인과 이를 전달하는 기자는 자신들의 말의 무게가 다른 사람들의 말보다 훨씬 책임이 무겁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는 달포의 대사를 통해서도 전달된 바 있다.

그런가하면 지난 8회에서는 인하가 빙판길에서 미끄러지는 시민들의 모습을 취재하는 대신 연타재를 뿌려 미끄러짐을 방지하자, 선임기자는 “기자는 지켜보는 것이 공익이다. 너희가 취재한 뉴스를 통해 공무원은 빙판길 사고 예방 조치를 취할 것이고, 시민들은 미끄러짐에 주의할 수 있는 것”이라며 그를 꾸짖었다. 이는 실제로도 있을 법한 현실적인 에피소드로 극적인 효과가 크지 않은 소소한 신이지만, 언론의 본질과 역할은 물론 그 영향력과 파급력을 다시 한 번 강조한 장면이었다.

‘피노키오’는 미숙했던 시작을 딛고 진정한 기자로 성장해 나가는 주인공들의 모습에 초점을 두고, 언론이 전하는 말의 무게와 가치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시청자들이 잘 알지 못했던 기자들의 취재 환경이나 전문직 드라마로서 현실감에 많은 비중을 할애하고 있다. 시청률에 집착하는 방송사의 자극적인 보도와 이를 위한 과정상의 잘못된 취재 관행도 심도 있게 그려내고 있다.

이제 막 첫 방송을 마친 ‘힐러’는 아직 기획의도나 전체적인 방향성이 드러나지 않았지만, 기자라는 직업 설정을 현실감 있게 보여주기 보다는 전체 스토리 전개를 이끌어가기 위한 하나의 장치로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첫회 채영신(박민영)이 택배 기사로 변신해 연예인의 집에 잠입하거나, 김문호(유지태)가 신념을 위해 방송 사고를 불사하는 장면 등은 리얼리티를 살리기 보다는 극적인 효과를 높인 장면이었다.

기자라는 직업이 사회에서 발생하는 사건과 사고에 비교적 접근하기 쉬운 위치이기에 이를 캐릭터에 반영, 이들이 베일에 싸인 과거의 이야기들을 파헤쳐 가는 과정을 긴장감 있게 그려내려는 것. 정치나 사회 정의와는 관계 없이 살아가던 청춘들이 기자라는 직업을 통해 불가피하게 여러 사건들과 얽히며 점차 예상 못한 커다란 진실과 마주하게 되는 반전을 그려낼 것으로 보인다. 기자 세계의 리얼리티 보다는 중심을 두기 보다는 사회의 뒷편에 감춰진 여러 비밀들에 초점을 맞춘 이야기가 펼쳐질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도 ‘힐러’만의 방식으로 기자들의 모습을 그려내며 ‘피노키오’와는 또 다른 기자상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된다. 캐릭터 설정에서 김문호가 ‘스타 기자’라는 설정이나 이후 그를 선망의 대상으로 바라보던 채영신을 ‘유명 기자’로 성장시킨다는 줄거리도 ‘피노키오’와는 조금 다른 색깔을 드러내고 있다. 정치 세력과 손잡은 메이저 신문사 회장 김문식(박상원)과 최고의 심부름꾼 힐러(지창욱)이라는 캐릭터는 채영신의 성장 스토리에 큰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이처럼 ‘힐러’와 ‘피노키오’ 속에서 그려내는 기자들의 세계에 대한 묘사는 사뭇 다르지만, 좌충우돌 성장해 가는 주인공들의 모습은 묘하게 닮았다. 각기 다른 과거를 품고 기자가 된 ‘피노키오’의 달포와 인하, ‘힐러’의 채영신이 어떤 스토리를 펼쳐낼 지 궁금해 진다. 이들이 각자의 사연을 딛고 어떤 기자로 성장할 지가 극의 관전 포인트이자, 비교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글. 최보란 orchid85a@tenaisa.co.kr
사진제공. ‘피노키오’, ‘힐러’ 방송화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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