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속 추진된 유상증자
최고재무책임자, 감사 등 책임 가능성 부각
'계획부터 발표하고 비용 계산', 법원이 본 SM 3.0 졸속 추진 사라진 '주주가치' 명분[TEN초점]
'경영권 분쟁'이란 격랑에 빠진 SM엔터테인먼트 경영진과 카카오 측에 비상이 걸렸다. 대주주 이수만 씨가 카카오에 대한 3자 배정 유상증자를 막아달라며 요청한 가처분을 법원이 인용결정했기 때문.


서울동부지법 민사합의21부(김유성 수석부장판사)는 이수만 전 총괄이 SM을 상대로 낸 신주 및 전환사채 발행 금지 가처분에 대해 지난 3일 인용 결정을 내렸다. SM 경영진은 가처분 인용으로 인해 우호 지분 9%가량을 확보하지 못하는 위기에 빠졌다. 하지만, 재판부의 결정문 내용은 탁영준, 이성수 SM엔터테인먼트 공동 대표에게 더욱 뼈아프게 다가온다. SM 현 경영진이 회사에 손실을 끼치고 주주가치를 훼손한 행위가 내포됐다고 법원이 판단했기 때문.

법원은 "채무자(SM)는 충분한 현금 및 현금성 자산 등을 보유하고 있었고 급하게 갚아야 할 채무가 없었으므로, 당시 (SM에게) 긴급한 자금 조달의 필요가 있었다고 보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결정문에 적시했다.

법원은 "사업 계획(SM 3.0)에 든다고 하는 비용의 규모는 빨라도 채무자와 얼라인 파트너스 측이 멀티 프로듀싱 체제로 전환한다는 공동합의사항을 발표한 2023년 1월 20일 무렵부터 그 산정이 구체화 된 것으로 보인다"며 "이 사건 신주 및 전환사채 배정·발행 의결 당시까지 자금 수요 및 자금 조달에 의하여 얻을 수 있는 이익 등에 관한 구체적이고 충분한 검토가 이루어졌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판시했다.
'계획부터 발표하고 비용 계산', 법원이 본 SM 3.0 졸속 추진 사라진 '주주가치' 명분[TEN초점]
법원이 SM3.0이 비용에 대한 고려 없이 졸속으로 이뤄진 계획이라고 인정한 것. 계획에 대한 비용 산정없이 미리 정한 전략적 파트너에게 유상증자를 허용하는 것은 전략적 제휴가 아니라는 것이 결정의 핵심 내용이다.


법원이 “카카오는 향후 채무자(SM)가 추가로 제3자 배정 방식으로 신주 또는 주식연계증권을 발행할 경우 이를 우선적으로 인수할 권리까지 확보하였는 바, 이러한 사정들은 이 사건 신주 및 전환사채 배정․발행 의결이 채권자(이수만)의 채무자(SM)에 대한 지배력을 약화시키고 카카오의 채무자(SM)에 대한 경영권이나 지배권에 미치는 영향력을 강화할 목적으로 이루어졌다"고 봤기 때문이다.

법조계에서는 SM 현 경영진과 실무를 책임졌던 장철혁(SM CFO) 사내이사 후보, 그리고 소액주주를 대변하기 위해 선임됐음에도 의무를 방기한 상임감사 곽준호(얼라인 파트너스 추천) 씨가 제 역할을 못한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당국도 경고장을 날린 상태다. 금감원은 SM 경영권 분쟁에 개입하는 금융회사들을 대대적으로 점검해 문제가 적발되면 엄중히 처리하겠다는 방침이다. 경영권 분쟁 당사자뿐만 아니라 이들 사이에서 수수료 등을 챙기기 위해 불공정거래를 부추기는 금융회사들이 나올 수 있다는 우려가 그 배경이다.

우빈 텐아시아 기자 bin0604@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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