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지희 /사진=조준원 기자 wizard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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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N인터뷰] '데뷔 20주년' 진지희 "설에 떡국 먹고 1살 먹은 흑화된 토끼로 이 악물 것"
'이 빵꾸똥꾸야'라고 외쳤던 아역 배우가 성장했다. 이제는 어엿한 성인 배우로 자신만의 길을 걸어 나가고 있다. 올해로 데뷔 20주년을 맞은 진지희의 이야기다. 진지희는 계묘년을 맞아 흑화된 토끼의 모습을 보여주겠다는 포부다.

진지희는 2003년 드라마 '노란 손수건'으로 데뷔했다. 이제는 중견 배우라고 말해도 어색하지 않다. '지붕 뚫고 하이킥'에서는 철없는 초등학생이었지만, '펜트하우스' 시리즈와 연극 '갈매기' 등을 통해 새로운 길을 닦아 한 걸음 걸어 나가고 있다.

1999년생인 진지희에게 2023년은 남다를 터다. 토끼띠인 그의 해이기도 하고 '갈매기'를 통해 처음으로 연극 무대에 도전했기 때문. 처음이기에 아쉬운 점이 짙게 남을 테지만 그 아쉬움조차도 경험의 밑거름으로 생각하고 있는 진지희였다.
진지희 /사진=조준원 기자 wizard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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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지희는 오는 2월 5일까지 유니버설아트센터에서 공연되는 연극 '갈매기'로 관객과 만나고 있다. 설 연휴에도 공연이 잡혀있는 그지만, 쉬는 날 가족과 함께 보내겠다고. 진지희는 "공연이 없는 날 가족과 함께 설 연휴를 보낸다. 아직 떡국을 못 먹어서 한 살을 더 먹지 않았다. 연휴 때 떡국을 먹고 한 살을 더 먹을 예정이다. 가족과 행복한 시간을 보낼 것"이라면서 "평소에 공연이 없는 날에는 혼자 문화생활을 하거나 친구들 만나기도 하고, 휴식을 취하기도 한다"고 밝혔다.

동국대학교 연극학부 학생 출신인 진지희는 왜 '갈매기'를 통해 첫 연극에 도전하게 됐을까. 그는 "이순재 선생님과 함께하기 때문이다. 대학생 시절 희곡을 많이 접했기에 '갈매기'는 저에게도 익숙하다. 작품도 작품이지만, 이순재 선생님이 연출하신다는 말을 듣고 바로 그 작품이 뭐든 하고 싶었다"며 "학교에서 많이 공부했던 고전 '갈매기'를 한다고 하시니 저한테는 의미가 남달랐다. 많이 읽기도 했고, 정말 싫어서 싫증도 냈지만, 애착을 가진 작품이다. 선생님과 '갈매기'가 만난다면 '어떤 이야기가 탄생할까?'라는 기대감이 있었다. 연출을 통해 어떻게 디렉팅을 해주실지 기대감이 아주 컸다"고 설명했다.

"첫 공연 날에는 설렌다는 마음이 더 컸다"는 진지희. 그는 '관객과 직접 만나다니'라는 설렘과 기대감이 있었다. 첫 공연 당시에 실수를 안 했다. 끝까지 실수하지 않기 위해 점점 더 초심으로 돌아가려고 긴장감을 되새기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다행스럽게도 제게 좋은 평가를 해주시고, '갈매기'가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그 힘을 받아 더 무대에 서는 것 같다. 연극은 매체와 또 다른 느낌이 있다. 관객 앞에서 직접 연기해서 많이 떨릴 줄 알았는데, 무대 위에 있는 순간이 행복하더라. 물론 저는 아직 여유가 없는 '연극 뽀시래기'다"라고 덧붙였다.
진지희 /사진제공=씨제스엔터테인먼트
진지희 /사진제공=씨제스엔터테인먼트
진지희는 "초반에는 무대가 처음이기에 적응하는 데 시간을 들였다. 이제 조금씩 시야가 넓어지고 있다. 관객의 초롱초롱한 눈을 볼 때마다 저 역시 '갈매기' 속 니나처럼 희열을 느낀다"며 웃었다.

진지희는 2009년부터 2010년 3월까지 방송된 MBC 시트콤 '지붕 뚫고 하이킥'에서 이순재와 호흡을 맞췄다. '지붕 뚫고 하이킥' 이후 13년 만에 '갈매기'를 통해 재회했다. 진지희는 "친할아버지를 보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지붕 뚫고 하이킥' 이후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제가 보기에 선생님은 그때보다 더 건강하신 것 같다. 무대 위에서 '우리가 오늘 너와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거지?'라는 대사가 있다. 그 대사를 들을 때마다 행복하다. 제 대사에 '네'라는 게 없는데, 저도 모르게 나온다"고 했다.

진지희는 동국대학교 선배인 소유진에 대해 "많이 긴장했다. 선배님이시다 보니까 후배 입장에서 연기를 하다 보면 '저 이렇게 생각하는데, 이렇게 해볼까요?'라고 이야기하는 게 어렵게 느껴진다. '혹시 내가 선을 넘는다고 생각하면 어떡하지?'라는 조바심이 생겼다. 그런데 오히려 쿨하시고 친언니 같다"고 말했다.
진지희 /사진=조준원 기자 wizard333@
진지희 /사진=조준원 기자 wizard333@
그는 "성격이 정말 좋으시다. 항상 웃고 계신다. '좋아, 이것도 해보자'고 하는 스타일이시다. 밥을 먹을 때도 잘 챙겨주신다. 또 선배님의 남편분이 서포트도 많이 해주신다. 컵라면, 도시락 등을 챙겨주셔서 '갈매기' 팀이 살 빠질 시간이 없다. 소유진 선배님뿐만 아니라 이순재 선생님, 주호성 선생님, 김수로 선배님, 정동화 오빠 등의 선물과 서포트로 행복한 하루를 보내고 있다"고 덧붙이며 웃었다.

2023년은 검은 토끼띠의 해다. 토끼띠인 진지희의 해라고 부를 수도 있다. 진지희는 "토끼를 착하고 순수하다고 생각한다. 어디선가 검은 토끼에 대해 풀이를 봤는데, 열심히 살면 더 풍족하게 한 해를 살 수 있다고 하더라. 그만큼 토끼가 흑화한 것처럼 올해는 이 악물고 더 바쁘게 살아보려고 한다. 그만큼 기대가 크다"고 밝혔다.

그뿐만 아니라 데뷔 20주년을 맞는 특별한 해이기도 하다. 진지희는 "사실 10주년이 넘어가면서 세지 않고 있었다. 계묘년에 20주년이라 느낌이 좋다. 올해 뭔가 될 것 같아 기대가 크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그는 "앞으로 어떻게 나갈지 생각을 아직 안 해봤다. 이미 할 걸 다 해봤다면 방향을 생각해봤을 것 같은데 아직 할 게 쌓여있다. 다양한 캐릭터도 시도해 보고, 예능 등 이것저것 해보고 싶은 게 많다"고 말했다.
진지희 /사진=조준원 기자 wizard333@
진지희 /사진=조준원 기자 wizard333@
진지희의 작은 소망은 많지만, 그중에서도 연말 시상식을 꼽았다. 그는 "연말 시상식에서 시간을 보내고 싶다. 시상식에서 시간을 보낸 게 오래됐다. 그것뿐만 아니라 이루고 싶은 소망이 많다. 제가 하고자 하는 방향으로 간다면, 어떤 위치에 도달해 있지 않겠느냐는 기대감을 가지고 있다"고 했다.

진지희는 "20년간 연기만 파오다 보니까 연극 하길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연극을 하면서 배우와 연기의 매력을 되새김질하고 있다. 그전에는 배우 말고 다른 걸 한다면 뭘 할 수 있을까 싶어 다른 길로도 새어보려고 했다. 작품이 없을 때는 아르바이트도 했었다"고 털어놓기도.

또한 "점점 나만의 길을 만들어가고 있다. 어렸을 때 저는 '지희는 모 여배우의 길을 따라 걸어야지', '이 여배우를 따라가면 풀릴 거야'라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그때는 '그 사람처럼 가야 하는데, 왜 자꾸 나는 안 되지?', '왜 그 위치에 못 가 있는 거지?'라며 자책을 많이 했다. 이제는 그냥 내가 하고 싶은 선택이 맞는다고 생각한다. 언젠가는 '진지희 선배님처럼 길을 가는 것도 방법이야'라는 말을 듣고 싶다. 이 이야기를 듣는다면 그래도 내가 이 길을 잘 가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면서 뿌듯할 것 같다"고 전했다.

강민경 텐아시아 기자 kkk39@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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