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빈의 리듬파워≫

6년 4개월 만에 완전체 2NE1, 여전한 파워
'해체' 되지 않았다면 더 높은 곳 올랐을 가능성도
'코첼라' 무대에 선 2NE1
'코첼라' 무대에 선 2NE1
≪우빈의 리듬파워≫
우빈 텐아시아 기자가 알려주는 흥미진진한 가요계 이야기. 모두가 한 번쯤은 궁금했던, 그러나 스치듯 지나갔던 그 호기심을 해결해드립니다.

아깝다. 그룹 2NE1(투애니원)이 6년 4개월 만에 완전체로 무대에 올랐다. 부서져라 휘어잡는 카리스마는 세월이 지나도 여전했다. 걸그룹은 여리여리 하다는 편견을 깨고 멋과 끼로 무장해 세계적 사랑을 받았던 2NE1. 일방적 해체가 아니라면 K팝 역사에 한 획을 그었을 이들이었다.

뜨거운 팬들의 함성 위에 선 CL, 산다라박, 박봄, 공민지. 일방적 통보로 이들의 행보를 끝낸 YG의 수장 양현석의 느낌이 사뭇 궁금하다.

지난 16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 열린 미국 최대 음악 축제 '코첼라'에서 2NE1이 깜짝 등장해 '내가 제일 잘 나가' 공연을 펼쳤다. 이날 '코첼라'에는 CL이 88라이징 게스트로 출연은 예정돼 있었지만 2NE1의 무대는 사전 예고가 없던 '깜짝 무대'였다.
사진제공=YG엔터테인먼트
사진제공=YG엔터테인먼트
2NE1의 마지막 무대는 2015년 12월 홍콩에서 열린 'MAMA'다. 세월은 많이 흘렀지만 2NE1의 파워는 그대로였다. 특히 산다라박은 무대에서 발차기하다 신발 한쪽을 날릴 정도로 열정이 넘쳤다.

'코첼라'는 2NE1의 등장으로 화제가 됐다. 국내를 비롯해 글로벌 음악 팬들은 SNS를 통해 2NE1을 반가워하면서도 활동할 수 없던 지난날을 아까워했다. 만약 2NE1 해체하지 않았다면 글로벌 걸그룹으로 K팝 역사에 큰 족적을 남겼을 거란 아쉬움 때문.

2NE1은 기존의 문법을 깨며 가요계에 등장했다. 지금이야 방탄소년단 등 많은 스타가 빛나고 있지만, K팝이 이렇게까지 글로벌화되기 전부터 2NE1은 세계에 이름을 떨쳤다. 2NE1은 데뷔곡 '파이어(Fire)'부터 '아이 돈 케어(I Don't Care)' '박수쳐' '아파' '론리(Lonely)' '내가 제일 잘 나가' '컴백홈(Come Back Home)' 등 수많은 히트곡을 배출했다. 뿐만 아니라 2014년엔 정규 2집 '크러시(CRUSH)'로 미국 '빌보드 200'에 61위로 진입했다. 당시 K팝 앨범 사상 빌보드200에서 가장 높은 기록이었다.
사진제공=YG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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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할 것 같던 2NE1이 위기를 맞이한 건 찰나의 순간이다. 2014년 박봄이 마약류의 일종인 암페타민을 다량으로 들어오려다 적발됐다는 사실이 뒤늦게 알려진 것이 계기가 됐다.

박봄의 이슈가 있었으나 2NE1의 컴백을 바라는 팬덤은 굳건했다. 이에 양현석은 2NE1의 컴백을 예고하며 팬들을 희망 고문했다. 하지만 그의 판단은 2NE1을 접는 것. YG의 냉정한 판단이 이해가 안되는 것은 아니다. 블랙핑크라는 걸출한 신인을 키우고 있었던 것. 계약기간이 길게 남은 신인에게 눈이 가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하지만, 방치가 길어지면 서운하기 마련. 2NE1의 활동이 중단된 사이 위너와 아이콘이 차례로 데뷔했고, 결국 공민지가 2NE1을 탈퇴했다. 블랙핑크는 데뷔와 동시에 히트했지만 동시에 숙제를 해결해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이들이 '제2의 2NE1'이라는 꼬리표를 완전히 뗀 것은
2NE1 멤버들이 친정인 YG를 떠난 이후다.
사진제공=YG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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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NE1은 블랙핑크의 성공적인 데뷔 이후 3개월 만에 해체했다. YG는 멤버들과의 충분한 합의를 거쳤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멤버들의 주장은 이와 다르다. CL은 지난해 "추수감사절 기념 지인들과 식사를 하는 자리에서 팀 해체 발표 기사를 접했다"고 고백했다.

2NE1은 데뷔 후 정상의 자리에서 내려온 적이 없었다. 해체한 뒤에도 재결합을 바라는 목소리도 꾸준히 있었다. 하지만, 2NE1의 복귀와 완전체 결합의 키는 아이러니하게도 팬덤과 멤버의 뜻에 달려있지 않다. 열쇠는 상표권 등을 모두 갖고 있는 YG와 대주주 양현석씨가 갖고 있다.

2NE1의 '코첼라' 무대를 보고 YG의 전성기를 떠올렸던 K팝 팬이 많았다. 팝 시장에서 먹혔을 2NE1의 '힙'한 활약을 상상한 팬도 있었다. 빅뱅과 2NE1 양날개를 달고 독보적으로 잘 나갔던 YG. 지금은 허울뿐인 빅뱅과 블랙핑크 말곤 손에 쥔 게 없다. 2NE1과 팬들에게 속 쓰린 해체를 통보하지 않았다면 판도는 달라졌을까. 2NE1의 해체라는 YG의 선택의 뒷 맛이 쓴 이유다.

우빈 텐아시아 기자 bin0604@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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