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빈의 조짐≫

이수만 vs 얼라인파트너스, 감사선임 걸고 표대결
SM, 알부 주주에게 아이돌 사인 선물
'SM 인수' 쉽지 않은 이유로 총괄 프로듀서의 노욕 지적
사진제공=SM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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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빈의 조짐≫
우빈 텐아시아 기자가 연예계에서 일어나거나 일어날 조짐이 보이는 이슈를 짚어드립니다. 객관적 정보를 바탕으로 기자의 시선을 더해 신선한 이야기를 전달합니다.

결전의 날이 밝았다. 오늘(31일) 열릴 SM엔터테인먼트의 주주총회. 이수만 창업주는 70 평생의 최대 위기를 맞았다.

이날 9시 서울 성동구의 SM엔터테인먼트에서 주주총회가 열린다. 주주총회의 주요 쟁점은 감사 선임. 주요 주주인 사모펀드(PEF) 운용사 얼라인파트너스가 SM의 발전을 위해선 이수만 씨와 독립적인 감사가 선임돼야 한다는 주주제안을 하면서 전쟁의 서막이 올랐다.

이수만 씨가 장악하고 있는 SM의 이사회에 중립적인 인사가 포함돼야 회사의 가치가 올라간다는 주장. 이들은 이수만 씨가 개인회사로 SM의 수익을 빼돌리고 있다고 보고 있다.

지분율만 놓고 보면 SM이 압도적으로 유리해 보이는 게임이다. 지난해 말 기준 SM의 지분구조는 사측인 이수만 프로듀서와 특수관계인이 18.88%, 얼라인파트너스와 특수관계자의 지분율 0.91%, 국민연금과 KB자산운용이 각각 6%와 5%가량을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다윗이 골리앗에게 싸움을 걸 때는 복안이 없을 리 없다. 상장회사의 감사위원 선출의 경우 최대주주 의결권이 3%로 제한된다. 이수만 씨와 특수 관계인이 의결권이 3%로 묶이는 것. 특히 국내외 투자자문사들이 얼라인파트너스측 안에 찬성을 권고하면서 일반 소액주주들의 표심이 중요한 상황이 됐다.
사진=텐아시아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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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SM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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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등에 불이 떨어진 것은 SM 측이다. 이들은 5만 7000여 명에 달하는 기관투자가와 소액 주주들을 찾아 의결권 위임을 요청했다. 위임장을 써준 일부 주주에게는 감사함의 표시로 소속 걸그룹과 보이그룹의 사인을 선물로 건넸다.

감사가 들어가는 감사위원회는 기업 재무정보의 신뢰성을 검토하고 감독하는 역할을 한다. 분식회계나 횡령, 배임을 조기 적발하고 예방하는 업무와 계열사 등 특수관계인 거래 승인도 한다. 새 감사가 선임될 경우 이수만 프로듀서의 개인 회사인 라이크기획 등 엔터테인먼트 사업과 연관이 없는 사업이 정리될 가능성이 커지기 이유다.

라이크기획은 SM의 기업가치를 죽이는 요소로 꾸준히 언급됐다. 2019년에도 KB자산운용에서 이문제를 해결할 것을 걸고넘어지기도 했다. SM은 상장 이후 2021년 3분기까지 총 1427억 원을 이 회사에 지급했다. 특히 지난해에는 3분기까지 181억 원을 라이크기획에 인세로 줬다. 소액주주들에겐 대주주의 배를 불리기 위한 수단으로 밖에 보이지 않았던 것.

팽팽해 보이던 두 세력의 다툼의 추가 기운 것은 찰나의 순간이다. 주주총회 전날, 세계 최대 국부펀드인 노르웨이중앙은행투자관리청(NBIM)이 SM의 이사선임안에 모두 반대의견을 냈다. SM이 주주권리를 침해한다는 것이 이유. 반면 얼라인파트너스가 제안한 감사선임엔 손을 들어줬다. NBIM은 지난해 말 기준 SM 지분 3.42%를 보유 중이다. 바위 같던 이수만의 연예 제국에 실금이 가기 직전인 상황.
사진제공=SM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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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아이돌' 문화를 만들고 K팝의 위상을 세계에 알렸던 이수만 씨의 위기에도 주주들의 반응은 서늘하다. 자신의 지분 처분을 위한 CJ와 카카오 협상에서 과욕을 드러내 주주들에게 피해를 입혔다는 여론은 각종 주주게시판을 지배하고 있다.

카카오는 막바지로 향하던 지분 인수 협상을 연기했다. 1조 원 수준의 거래액에는 큰 틀의 합의가 있었지만, 이수만 프로듀서가 막바지에 건 까다로운 조건이 걸림돌. 이수만 씨는 카카오가 SM을 인수해도 현재와 같은 수준으로 경영 참여를 하겠다는 것. 이와 함께 상당한 수준의 연봉도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카카오에 앞서 인수협상을 벌이던 CJ 역시 '부회장급 직을 달라'는 이수만 프로듀서의 조건 때문에 인수를 포기했다고 알려졌다. 증권가에서는 이수만 씨가 지분가치 외에 라이크기획으로 벌어들인 수익을 연봉 또는 경영 참여로 보상받으려 한다는 얘기도 나온다.
사진제공=SM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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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모펀드와의 힘대결의 승자는 조만간 결정된다. 이수만 씨가 다시금 수성에 성공한다 한들 숙제는 여전히 남는다. 팬의 사랑과 관심을 기반으로 한 엔터 사업의 업(業)의 본질을 잠식하면서 까지 스스로의 이익 방어에 나섰다는 비판을 피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당장 시급한 경영권 방어를 위해 소속 아이돌의 사인을 선물로 주면서 'SM빠'(SM 소속 가수를 좋아하는 팬층)도 돌아서게 했다.

팬들의 애정은 아이돌을 향한 것이지 이수만 프로듀서의 경영권이 종착지가 아니다. 어떠한 결과가 나와도 얻을 게 없는 대결이지만, 어쨌든 주사위는 던져졌다.

우빈 텐아시아 기자 bin0604@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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