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빈의 리듬파워≫

SM엔터테인먼트, 주총 앞두고 적극적 움직임
의결권 위임에 카리나 사인으로 감사 표시
팬덤 애정·충성 대상인 아이돌, 하나의 도구로 전락
사진=텐아시아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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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빈의 리듬파워≫
우빈 텐아시아 기자가 알려주는 흥미진진한 가요계 이야기. 모두가 한 번쯤은 궁금했던, 그러나 스치듯 지나갔던 그 호기심을 해결해드립니다.


K팝 가수의 팬들의 내 가수의 사인 혹은 사인이 있는 굿즈를 얻기 위해 수십에서 수백만 원을 쓴다. 가수에 대한 애정과 충성만이 팬들의 지갑을 열게 한다. 기획사의 크기나 주가, 기업 가치 등의 것들은 관심 밖이다.

귀하디귀한 아이돌의 사인이 소속사의 도구로 사용됐다면 말은 달라진다. 생각 없이 휘리릭 갈긴 사인이라 할 지라도 쓰임에 목적이 있다면 결코 좌시할 수 없는 사안이다.

걸그룹 에스파가 소속사인 SM엔터테인먼트의 경영권 방어의 도구가 됐다. 아티스트 포함, 직원들에게 '선생님'이라 불리는 이수만 총괄 프로듀서를 지키기 위함이다.

SM엔터테인먼트는 오는 31일 열리는 정기주주총회를 앞두고 5만 7000여 명에 달하는 기관투자가와 소액 주주들을 찾아 의결권 위임을 요청하고 있다. 위임장을 써준 일부 주주에게는 감사함의 표시로 소속 걸그룹어 사인 선물이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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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SM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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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 확보에 열을 올리는 까닭은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얼라인파트너스와 신규 감사 선임을 놓고 표 대결을 앞두고 있기 때문. 새 감사가 선임될 경우 라이크기획 등 엔터테인먼트 사업과 연관이 없는 사업이 정리될 가능성이 커진다.

라이크기획은 꾸준히 SM의 리스크로 꼽혔다. 이수만 총괄 프로듀서의 개인 회사인 라이크기획은 SM 연간 영업이익의 최대 46%를 가져가면서 '일감 몰아주기' 논란에 휘말렸다.

SM은 2000년에 상장한 이후 2021년 3분기까지 총 1427억원을 이 회사에 지급했다. 특히 지난해에는 3분기까지 181억원을 라이크기획에 인세로 줬다.

라이크기획에 대한 지적은 4년 전부터 계속됐다. 2019년 KB자산운용 등 여러 기관은 라이크기획과의 단절을 공개적으로 요구했다. SM과 라이크기획의 합병, 와이너리 레스토랑 등 본업과 무관한 자회사 정리를 요구했으나 SM은 이를 모두 거부했다.

얼라인파트너스는 이 프로듀서와 라이크기획이 SM의 저평가 이유라고 꼬집었다. 뛰어난 프로듀서와 계약을 체결하고 대가를 지급하는 것이 이상한 일은 아니나, 거래상대방이 계약의 승인 주체인 SM 설립자이자 최대 주주라는 점이 문제라는 설명이었다.
사진제공=SM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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뿐만 아니라 잦은 실적 쇼크, 적자 자회사, 횡령 및 탈세 등 부정적 이슈를 지적하면서 거래 조건의 적정성과 대안의 검토를 SM 이사회가 독립적으로 진행하기 어렵다고 봤다. 이에 감시와 견제를 위해 이사회와 관련 없는 인물을 감사로 내세우자는 주장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주주총회에서 얼라인파트너스의 승산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에 SM도 현 상황 유지를 위해 적극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의결권을 위임할 경우 걸그룹 에스파 멤버의 친필 사인을 주며 회유하고 있다.

또 처음으로 보통주 1주당 200원의 배당금을 지급하고 주주 달래기에 나섰다. SM은 그동안 배당이나 지배구조와 관련해 여러 차례 주주 제안받았으나, 적극적이지 않았다. 그러다 얼라인파트너스의 공격적인 움직임에 발등에 불이 떨어진 모습.
사진=텐아시아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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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 대결의 피해자는 아티스트다. SM의 경영권이나 기업 가치는 팬들의 관심사가 아니다. 팬들은 내 가수가 더 좋은 환경에서 좋은 앨범을 내고 활발하게 활동하는 게 중요하다.

SM의 에스파의 사인 접대는 팬심에 생채기를 남겼다. SM 소속 아티스트들이 존경한다고 입을 모으는 이 프로듀서를 위해 의지와 상관없이 이용당했다고 생각하기 때문일 것.

팬들은 쉽게 구할 수 없지만 '선생님을 지키는 것'에 동의한 주주들에겐 대가로 쥐어지는 사인. 이 아이러니한 상황을 웃으며 지켜볼 수만은 없다.

우빈 텐아시아 기자 bin0604@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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