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 설날 스타 인터뷰①
7년 만에 연극 '그때도 오늘'로 무대 선 이희준


"공동 창작 그리웠다"
"일부 장면은 직접 대사 집필"
"개런티 낮추고 스피커도 사비로 충당하려 하기도"
"아내 이혜정 행복해야 나도 행복"
배우 이희준 / 사진=이승현 기자 lsh87@
배우 이희준 / 사진=이승현 기자 lsh87@


[편집자 주] 텐아시아는 2022년 새로운 출발을 준비하는 10명의 스타를 만났다. 설레는 귀성, 귀경길은 연예계를 대표하는 스타들과 라이징을 준비하는 신인들의 새해 포부로 채워진 인터뷰 시리즈로 채워 보길 제안한다.

텐아시아 설날 스타 인터뷰① 배우 이희준


"에너지 소비가 커서 공연이 끝나면 어지럽고 말을 하기도 힘들 정도에요. 그런데 너무 행복해요. 관객들이 마스크를 쓰고 있어도 울고 웃는 호흡이 느껴지거든요. 그 순간이 좋습니다."

폭발적 연기와 절제된 연기, 웃음을 터트리게 하는 연기와 살 떨리게 소름 끼치는 연기, 그간드라마와 영화에서 다채로운 모습을 보여줬던 배우 이희준 7년 만에 연극 무대에 올랐다. 이희준이 출연하는 '그때도 오늘'은 극단 공연배달서비스 간다가 선보이는 올해 첫 신작으로, 4가지 장소와 4시간 시간대의 8명 배역이 등장하는 에피소드 형식의 창작극이다. 이희준이 창작극을 고집한 이유는 "남이 했던 것, 만들어져 있는 것, 이미 유명한 것, 이건 하고 싶지 않아서"였다.

"7년 동안 못했던 연극을 너무 하고 싶었어요. 이 극단은 한국종합예술학교를 졸업하면서 만들었는데, 진선규 형도 같은 단원이에요. 이제 많은 단원들이 TV나 스크린을 통해 유명해졌는데, 연출가 형에게 연극이 너무 하고 싶다며 먼저 제안했어요. 2인극, 그리고 창작극을 생각했죠. 이번 연극을 위해 1년 전부터 스케줄도 미리 비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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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희준은 일제 강점기인 1920년대에는 항일무장투쟁을 지지하는 학생, 해방 후 이념 갈등이 극심하던 1940년대에는 제주 4·3사건의 희생자가 된 지주, 민주화운동이 한창이던 1980년대에는 술에 취해 유치장이 갇힌 부산 아저씨, 분단된 채 70여년이 흐른 2020년대에는 최전방에서 복무 중인 군인을 연기했다. 연극은 평범한 사람들의 일상을 통해 거대한 역사의 흐름 속에 희생된 이들의 아픔, 그리고 평화를 이야기한다.

"이 작품을 하면서 공부를 많이 했어요. 피부로 느꼈어요. 100년을 아우르는 역사가 흐르는 동안 우리가 이랬구나, 생각이 들면서 슬프더라고요. 독립을 위해 다 함께 목숨 걸고 싸웠던 우리가 어쩌다 이렇게 됐을까,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우리는 왜 이 싸움을 멈출 수 없을까, 왜 평화로울 수 없을까. 전쟁이란 것이 참 끔찍하구나 싶었죠. 그러면서 내가 지금 할 수 있는 일이 뭘까 생각도 하고요. 요즘 평화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하게 되요."

이희준은 대사에 대한 아이디어도 적극적으로 내고, 일부 장면은 직접 창작했다. 그 중 하나가 부산이 배경인 3막의 앞부분. 유치장에 갇힌 술 취한 아저씨가 학생운동을 하다 잡혀온 학생이 덮고 있는 담요를 뺏는 장면이다. 정겨운 부산 사투리로 떠들며 은근슬쩍 다리 하나부터 끼워 넣는 능청스러움이 웃음을 터트린다. 이희준은 "같은 유치장에 정치적 성향이 완전히 다른 두 사람이 갇혀 있으면 어떨까 했다"며 "불편함을 주는 이 아저씨가 학생에게 어떻게 시비를 걸어 사건을 만들어갈 수 있을까 생각하며 '담요 뺏기'부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연극 '그때도 오늘' 스틸 / 사진제공=공연배달서비스 간다
연극 '그때도 오늘' 스틸 / 사진제공=공연배달서비스 간다
연극이 진행되는 90분간 2명의 배우는 막이 전환될 때도 무대에서 내려가지 않는다. 옅은 조명만 켜있는 상태에서 배우들은 직접 무대 장치를 바꾸고 의상을 갈아입는다. 이희준은 "이상하지 않을까 싶어서 사실 불안했다"며 "연출자가 앞신의 여운을 좀 더 길게 가져가자며 그런 방식을 추천했는데, 관객들이 의외로 호평을 해주셔서 기뻤다"고 말했다.

"보통은 무대 전환수가 해주는데, 연극이란 게 사실 티켓값만으로 비용을 충당하긴 어려운 구조에요. 배우들이 무대 전환까지 직접 하자고 기획하고, 또 배우들 개런티를 대폭 낮췄어요. 그걸로 스태프들을 챙겨주기로 했죠. 연극하는 이들 다 같이 먹고 살아야 좋은 거잖아요. 하하. 공연 중에 나오는 총소리, TV 소리도 먼 곳에서 들리는 효과가 나면 좋겠는데, 그걸 하려면 스피커를 사야하고 100만 원은 든다는 거예요. 제가 사겠다고 했는데 다행히 팀에서 해주더라고요. 하하."

연극을 너무나 사랑한다는 이희준. 창작자의 마음으로 직접 대사를 쓰고 개런티를 줄여가면서까지 연극 무대에 오르고 싶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가장 큰 이유는 공동 창작하는 재미에요. 이번 연극 연출가가 오래 함께 일해온 형인데, 서로 의견을 나누고 설득하면서 함께 만들어가고, 또 제가 좀 창작한 부분도 있어서 더 애착이 가요. 드라마, 영화에 생명을 불어넣는 것도 멋진 일이지만, 이번 연극처럼 제가 처음부터 참여해서 작품을 만들어 가는 건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것 같은 재미가 크죠."
배우 이희준 / 사진=이승현 기자 lsh87@
배우 이희준 / 사진=이승현 기자 lsh87@
이희준의 아내인 모델 이혜정은 이희준의 연극을 직접 보고 SNS에 인증샷을 남기며 응원하기도 했다. 이혜정은 최근 드라마 '빈센조', 예능 '골 때리는 그녀들', 유튜브 '요술집' 등 활동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이희준은 "활동하면서 행복해하니까 보기 좋다. 혜정 씨가 행복해야 나도 행복하기 때문"이라며 응원했다. 또한 "혜정 씨가 어른들에게 워낙 잘한다. 감사하고 좋다. 그래서 저도 양가 어른들에게 더 잘하게 된다"고 말했다.

"결혼 후에 부부가 함께 하는 예능이나 인터뷰 요청 등이 많았는데, 혹시나 누구의 아내, 누구의 남편으로만 이미지가 소비될까 염려가 됐어요. 저도 한 사람의 아티스트로서, 혜정 씨 역시 한 사람의 아티스트로서 존중받길 저는 바라거든요. 각자의 영역과 경험을 쌓아가는데 집중했는데, 혜정 씨도 처음엔 좀 어려워했지만 이젠 그걸 더 좋아하는 것 같아요."

스케줄이 없는 날은 가족과 대부분의 시간을 보낸다는 이희준. 말문이 트인 3살 된 아들과 놀아주는 재미에 빠져있다고 한다. 그는 스스로에게 육아 점수를 몇 점 주고 싶냐는 물음에 "99점"이라며 자신감을 보였다. 가족애가 깊은 이희준은 이번 설도 가족과 함께 단란하게 보낼 계획이다. 그는 "처가댁에 갔다가 대구 본가에 내려가 부모님을 뵈려고 한다. 아들이 태어난 이후에는 부모님들 관심이 손주에 집중돼 있다"며 웃었다.

"확진자가 많아져서 불안하기도 하고 마음이 씁쓸하기도 하네요. 그러니 다들 더욱 힘내시고 건강하길 기원합니다. 가족들과 포근한 새해 보내시길 바랍니다."

김지원 텐아시아 기자 bella@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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