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태건의 오예≫

오늘, 주목할 만한 예능
'먹털', 타여행 예능과 다른 점
개그맨 김구라/ 사진=유튜브 '구라철' 캡처
개그맨 김구라/ 사진=유튜브 '구라철' 캡처


≪정태건의 오예≫
'콘텐츠 범람의 시대'. 어떤 걸 볼지 고민인 독자들에게 정태건 텐아시아 기자가 '예능 가이드'가 돼 드립니다. 예능계 핫이슈는 물론, 관전 포인트, 주요 인물, 비하인드 스토리까지 낱낱히 파헤쳐 프로그램 시청에 재미를 더합니다.

김구라 쓴소리한 여행 예능과 차별점…키맨은 노홍철이었다.

"배우들이 착각 아닌 착각을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자기가 하고 싶은 걸 하면 시청자들이 좋아할 거라 생각한다.(중략) 친한 사람들과 여행 가면 본인들은 즐겁지. 그런데 여행 프로그램이 너무 많잖아."

29년 방송 경력을 가진 개그맨 김구라는 현재 예능계에서 유행 중인 여행 프로그램에 대해 이렇게 비판했다.

'제 2의 윤식당', '제 2의 삼시세끼'를 꿈꾸며 유명 배우들을 한데모아 여행을 떠나는 프로그램이 지나치게 반복되는 세태를 꼬집어 화제를 모은 것. 과거 지상파 3사 연말 시상식에 관한 소신발언으로 많은 시청자들의 공감을 샀던 김구라가 이번에도 통찰력 있는 비판으로 사이다 같은 통쾌함을 안겼다.

하지만 이 가운데 그의 비판을 보기 좋게 벗어난 새 여행 예능프로그램이 등장했다. 김태호 PD가 넷플릭스와 손잡고 처음으로 내놓은 '먹보와 털보' 이야기다.

지난 11일 공개된 '먹보와 털보'는 의외의 찐친인 '먹보' 비(정지훈)와 '털보' 노홍철이 오토바이를 타고 전국을 누비는 여행 버라이어티다. MBC '무한도전', '놀면 뭐하니?'를 연출한 김태호 PD의 첫 넷플릭스 진출작이자 비, 노홍철의 캐스팅 등으로 제작 과정부터 많은 관심을 받았다.

참신한 기획으로 정평이 나있는 김 PD가 보여줄 새로운 프로그램이라 기대를 모았지만 기본적인 구성은 오토바이를 타고 다닌다는 점 외에 기존의 여행 예능들과 차별점은 없었다. 도리어 김구라가 언급한 '자기들이 하고 싶은', '친한 사람들과의 여행 프로그램'이라는 점에서 궤를 같이한다. 여기에 EBS '신계숙의 맛터사이클 다이어리'의 표절이라는 비판도 쏟아졌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앞선 여행 예능프로그램들과 큰 차이점이 발견됐다. 다른 프로그램들이 잔잔한 힐링을 선보이는데 주력했다면 '먹보와 털보'는 웃음을 주기 위한 노력을 빼놓지 않는다. 그 중심에는 단연 노홍철이 있다. 그는 '무한도전', '같이 펀딩'에서 함께 호흡을 맞춘 김태호 PD의 예능 페르소나가 됐다.

김구라도 이 점을 강조했다. 그는 배우들의 예능 출연이 예상보다 저조한 성적을 거두는 이유에 대해 "어디서 본 것 같고 너무 잔잔하게 간다. 물론 예능프로그램이 인위적인 게 다는 아니지만 웃음 포인트가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웃음이 빠진 예능프로그램은 장기적으로 살아남기 어렵다는 의미다.

반면 '먹보와 털보' 속 노홍철은 끊임 없이 웃기려고 노력한다. 그는 처음으로 넷플릭스 오리지널에 출연하는 설렘을 감추지 않았고, 넷플릭스가 강조한 '노 룰(NO Rules)'을 강조하며 특유의 쾌활함과 천방지축으로 여행에 나섰다.

'먹보'지만 촬영을 앞두고 CF를 위해 면도를 하더니 넷플릭스에게 잘 보이면 평생 회원권을 얻을지도 모른다며 시도때도 없이 "넷플릭스"를 외치는가 하면, 온몸에 넷플릭스를 뜻하는 알파벳을 새기는 등 잠시도 지루할 틈을 주지 않는다. 펄럭이는 옷을 입고 바이크를 타다가 위험한 상황을 연출하지만 그는 "괜찮다"며 더 크게 웃어넘긴다. '먹보와 털보'가 잔잔한 분위기 속에서도 지루하지 않은 이유다.

김구라가 말했듯 배우들이 아닌 전문 예능인들을 묶어 여행을 떠나도 문제가 발생한다. 그는 "그렇다고 개그맨들끼리 모아 놔도 되지도 않는다. 오바하고 없는 얘기 지어낸다"며 이러니까 조화를 잘 이루는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태호 PD는 톱스타 비와 노홍철이 친한 이유가 궁금하다는 생각에서 '먹보와 털보'가 출발했다고 밝힌 바 있다.

프로그램 안에서 비와 노홍철의 역할은 절묘하게 분담돼 있다. 코스 안내부터 요리까지 맡은 비는 노홍철을 두고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고 일갈하지만 그가 맡은 역할은 결코 가볍지 않다. 두 사람의 안정적인 균형과 티격태격 케미가 10개의 에피소드를 지탱하는 힘이다. 그 결과 '먹보와 털보'는 현재 한국 넷플릭스 TOP10 콘텐츠에 들 정도로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다.

"예능프로그램은 재미가 있어야 한다"는 기본 조건을 충실히 지킨 '먹보와 털보'가 관성적으로 등장하는 다른 여행 예능프로그램에 대해 귀감이 되고 있다.

정태건 텐아시아 기자 biggun@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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