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태건의 까까오톡≫
시청률 안 나오는 '피의 게임'은 뒷전?
유료 시청자 9시간 기다리게 한 방송사고
'피의 게임' 포스터/ 사진=MBC 제공
'피의 게임' 포스터/ 사진=MBC 제공


≪정태건의 까까오톡≫
'까놓고, 까칠하게 하는 오늘의 이야기'. 정태건 텐아시아 기자가 연예·방송계 이슈를 까다로운 시선으로 신랄하게 비판합니다.

MBC '피의 게임' 제작진이 9시간 넘게 시청자들을 기다리게 한 초유의 방송 사고를 냈다. 심지어 일부 시청자들은 '피의 게임'을 위해 유료 서비스를 신규 가입했는데도 이러한 푸대접을 받았다.

지난달 1일 첫 방송된 '피의 게임'은 현재 MBC와 온라인 동영상서비스(OTT) 웨이브를 통해 방영되고 있다. 웨이브는 당초 총 12부작으로 구성된 '피의 게임'의 첫 회와 마지막 회를 제외한 모든 회차를 본 방송보다 2일 앞서 공개하기로 MBC와 합의했다.

이에 본방송을 기다리기 힘든 일부 시청자들은 웨이브 이용권을 결제하고 시청을 즐겨왔다. 하지만 지난 27일 웨이브에는 업로드 예정이었던 '피의 게임' 5회가 올라오지 않았다. 사전 공지도 없던 터라 시청자들은 해명을 요구했고, 웨이브 측은 편집이 지연되고 있다는 공지문을 거듭 올리며 고개를 숙였다. 이 과정에서 웨이브 역시 구체적인 설명 없이 2시간 간격으로 네 차례 연속 지연 공지를 올려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하지만 웨이브 측에 따르면 MBC로부터 편집본을 사전 제공받아 업로드하는 형태로 이뤄지고 있기 때문에 전달이 지연되면 손 쓸 방법이 없다는 것. 이에 '피의 게임' 공식 홈페이지 시청자 게시판에는 웨이브 선공개 지연에 대한 불만을 표출하는 항의글이 잇달아 등장했다.

결국 제작진은 이날 오후 11시를 넘긴 늦은 시간에 부랴부랴 사과문을 올렸다. 당시 제작진은 "편집 지연과 기술상의 문제로 업로드 일정이 거듭 미뤄지며 선공개 시간 약속을 지키지 못해 죄송하다"며 "현재 진행중인 작업이 마무리되는대로 업로드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시청자들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며 불신했고, 자정을 넘긴 시간까지 '피의 게임' 5회를 기다리고 있다는 시청자도 등장했다. 결국 '피의 게임' 시청자들은 예정보다 하루 늦은 28일 새벽 5회를 만나볼 수 있었다.

이에 대해 웨이브 측은 1일 텐아시아에 "MBC에서 최종 편집이 늦어져서 저희한테 전달이 9시간 가량 지연됐다. 제작진과 언제쯤 올라올지 계속 커뮤니케이션하면서 공지를 번복하다보니까 유저들이 답답함을 느끼셨을 거다. 고객센터를 통해 항의도 많이 들어왔는데 개별적으로 사과드렸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MBC와는 이번주 대책에 대해 이야기했고 협의를 마쳤다. 재발 방지가 가장 중요하니까 그 부분을 명확히 했다"며 "사전 제작이 아니고 주간 단위 편성이라 편집이 계속 바뀌다보니까 늦어진 것 같다. 그래도 우리가 선공개하는 시점이 정해져있는데 잘 지켜졌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MBC 관계자도 같은날 텐아시아에 "편집이 지연되기도 했지만 기술적인 문제도 있었다"며 "이번주부터는 작업 방식에 변화를 줘서 다시는 늦지 않도록 심혈을 기울일 것"이라고 말했다.
'피의 게임' 제작진이 올린 사과문/ 사진=MBC 공식 홈페이지 캡처
'피의 게임' 제작진이 올린 사과문/ 사진=MBC 공식 홈페이지 캡처
'피의 게임'은 플레이어들이 최후의 1인이 되기 위해 심리전을 펼치며 최대 상금 3억 원을 두고 경쟁하는 리얼리티 서바이벌 예능프로그램이다. 유튜버 진용진이 기획에 참여해 화제를 모았으며 전 야구선수 정근우, 래퍼 퀸와사비, 아나운서 박지민, UDT 출신 덱스 등 서로 다른 연령대와 직업군에 종사하는 참가자들이 출연 중이다.

지상파에서는 다소 파격적인 내용과 수위로 서바이벌 예능프로그램의 한 획을 긋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팽팽한 긴장감과 흡인력있는 몰입도를 끌어내며 방송 첫주부터 월요일 TV화제성 부문 1위를 기록한 이후로 줄곧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다. 유튜브 등 온라인 반응도 나쁘지 않은 편이고, 충성도 높은 팬층을 확보하고 있다. 이에 선공개 시청을 위해 웨이브 이용권을 결제했다는 이들도 적지 않다. 실제로 웨이브 내에서도 높은 조회수를 기록 중이다.

하지만 이와 별개로 본방송은 0~1%대 시청률을 기록하며 저조한 성적을 내고 있다. 이에 MBC 내부에서 '피의 게임'이 뒷전으로 밀려난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온다. 뿐만 아니라 웨이브 선공개가 아닌 본방송이었다면 편성 시간을 못 맞췄을까란 의문도 든다.

MBC는 이번 지각 사태로 인해 시청자들과의 약속은 물론, 웨이브와의 파트너십도 깨트리는 결과를 초래했다. 특히 제작진은 '피의 게임'을 보기 위해 기꺼이 과금도 감수한 유료 시청자들의 은혜를 배신으로 되갚았다. 팬이 돌아서면 가장 무서운 적이 된다는 말은 예능 프로그램에도 예외가 아니란 걸 알아야 한다.

정태건 텐아시아 기자 biggun@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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