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규민의 영화人싸≫
시각효과(VFX) 1세대
한국영화 흥행작 80여편 VFX 작업
'신과 함께' '백두산' '모가디슈' 등 제작
'더문' '비상선언' '원더랜드' '외계인' 등 기대작 참여
"한국의 디즈니"라 불리는 이유
강종익 덱스터 스튜디오 공동대표./ 사진=조준원 기자
강종익 덱스터 스튜디오 공동대표./ 사진=조준원 기자


≪노규민의 영화人싸≫

노규민 텐아시아 영화팀장이 매주 일요일 오전 영화계 인물에 대한 이야기를 전합니다. 배우, 감독, 작가, 번역가, 제작사 등 영화 생태계 구성원들 가운데 오늘뿐 아니라 미래의 '인싸'들을 집중 탐구합니다.

"기획, 제작, 촬영, 후반작업까지 다 할 수 있는 회사 하면 디즈니가 가장 먼저 떠오르실 겁니다. 그런 회사가 전세계적으로 몇 안 됩니다. 한국에선 덱스터 스튜디오가 유일하죠. 우리만의 콘텐츠, 국내에서 선보이지 않았던 영화를 만들 생각입니다."

VFX는 시각효과를 말한다. 흔히 CG라고 불린다. VFX 불모지 시절부터 1000만 관객 시대를 거쳐, 최근 흥행작 '모가디슈'까지 20년 넘게 한국영화에서 수많은 작품의 '완성도'를 책임진 'VFX 1세대' 강종익 덱스터 스튜디오 공동 대표가 '한국의 디즈니'를 자신하는 데는 이유가 있었다.

시작은 광고였다. 강 대표는 한 광고 프로덕션에서 120여편의 CF VFX 작업을 했다. 그는 "처음엔 나름 재미있었다. 그런데 일을 할 수록 크리에이터가 아니라 오퍼레이터일 분이더라. 모든 것에서 스스로 소모가 컸다. 개인적으로 불만족스러웠다"라고 했다. 그런 이유로 2년 만에 첫 직장에서 나왔다.

그러다 우연찮게 영화 쪽으로 눈을 돌리게 됐다. 1995년 지인 소개로 영화 VFX 작업을 하는 회사에 들어가게 됐다. 당시만 해도 VFX를 사용하는 영화가 많지 않았다. 불모지 였지만, 강 대표는 의욕이 있었고 금세 재미를 붙였다. '꽃잎' '비트' '넘버.3' 등 9편의 영화를 작업하면서 '경험'과 '실력'을 쌓아나갔다.

이후 자신이 즐겨 읽었던 소설 '퇴마록'이 영화로 만들어지게 됐고, 강 대표 회사가 이 작품의 VFX 작업을 맡게 됐다. "제가 해 보겠다"며 자신있게 작업에 뛰어 들었지만, IMF와 함께 회사가 주저 앉았다.

강 대표는 망연자실 했다. 영화에 한창 재미를 붙일 때 쯤 벌어진 상황에 상심이 컸다. 두 달 넘게 집에만 있던 그는 무작정 '퇴마록'의 제작사를 찾아갔다. 수중에 장비 하나 없고, 함께 일할 동료도 없었는데, 무슨 깡이었나 싶다.

그는 "계약금을 먼저 달라고 했다. 장비를 대여 하든, 사든 뭐라도 해보겠다고 했다. 영화가 성공하면 잔금을 받고, 흥행하지 못하면 잔금을 포기하겠다고 했다"고 당시를 설명했다. '퇴마록' 메가폰을 잡은 박광춘 감독과 제작사 대표 모두 당황했다. 그러나 그들도 상황은 좋지 않았고, 영화를 만질 수 있는 인재가 절실했다. 결국 서로의 니즈가 맞았고, 강 대표의 손에 의해 '퇴마록'이 다듬어졌다.
강종익 덱스터 스튜디오 공동대표./ 사진=조준원 기자
강종익 덱스터 스튜디오 공동대표./ 사진=조준원 기자
"세금 계산서를 끊어줘야 해서."

'퇴마록' 작업을 시작하게 되면서, 본의 아니게 회사를 차리게 됐다. 사업자등록증이 필요 했기 때문이었다. 이렇게 강대표의 첫 회사 인사이트 비주얼이 탄생 됐다. 그는 "셀 수 없이 많은 영화를 작업 했지만, 역시나 '퇴마록'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제가 처음 차린 회사의 첫 작품 이었고, 강종익의 첫 단추 였기 때문이다"라고 애착을 드러냈다.

결과적으로 '퇴마록'은 흥행에 성공했고, '퇴마록' 이후 한국 영화 시장에서 VFX에 대한 관심도가 더욱 높아졌다. 그러나 영화판은 만만치 않았다. '퇴마록' 제작자 역시 문을 닫게 되면서, 수익에 대한 게런티를 다 보장 받지 못하게 됐다.

'퇴마록'을 시작으로 14년 동안 인사이트 비주얼을 운영 했다. 2000년 대 초반 한국영화 1000만 관객 시대가 열리면서 부흥기를 맞았을 때 '엽기적인 그녀' '친구' '살인의 추억' '태극기 휘날리며' 태풍' '청연' 등 대부분의 흥행작을 맡아 작업했다.

"영화 작업을 할 때 연출자의 시점에서 생각을 많이 합니다. 꼭 VFX가 아니더라도 영화에 대해 적극적인 의견을 보탰죠. 당시에는 그런 모습을 좋게 봐 주신 것 같습니다."

VFX 작업을 하는 회사가 불과 3~4군데 밖에 없던 시절, 강 대표 회사는 독보적이었다. 앞서 언급했듯 수많은 흥행작이 강 대표의 손을 거쳤다.

이후 영화계에서 실력을 인정받은 강 대표는 2011년 김용화 감독이 설립한 덱스터 스튜디오에 창립 멤버로 합류하게 됐다. 그는 "상업적인 측면에서 VFX와 콘텐츠를 연계해야 할 시기라고 판단했다. 우리의 콘텐츠로 우리가 제작 하고, 우리가 VFX를 입히자"며 몇 몇 사람이 의기 투합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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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탄생한 작품이 '미스터 고' 였다. 덱스터 스튜디오 대부분의 인원이 이른바 '몰빵' 해서 고릴라 '링링'을 구현해 냈다. 132만명을 동원, 들인 돈에 비해 많은 관객의 선택을 받진 못했지만 덱스터 스튜디오의 시작은 나쁘지 않았다.

강 대표는 "우리 손으로 직접 만든 캐릭터여서 애정이 많았다. 관객에게 선택 받지 못한 상실감이 있었지만,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았다. 그래도 그때 덱스터 스튜디오의 기술력을 인정 받았다. 털이 있건 뭐가 있건 잘 표현하는 실력있는 회사로 자리매김 했다"고 말했다.

VFX 작업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강 대표를 필두로 덱스터 스튜디오는 짐승의 털 하나를 표현하는 것부터 기존 보다 간단명료하고 수월하게 작업할 수 있도록 연구와 개발을 거듭했다. 강 대표는 "털 만드는 일은 덱스터가 독보적일 것"이라고 자신했다.

'해적' 작업을 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강 대표는 "해적이 주인공인 영화지만 바다 한 가운데서 촬영하지 말자는 모토를 세웠다. 그러기 위해 바다를 만들었다"고 했다. 우리는 바다를 심플하게 만들 수 있는법부터 고민 했고, 털처럼 작업이 힘든 물을 생생하게 구현하기 위해 머리를 싸매고 연구했다.

덱스터 스튜디오는 점점 더 강력한 기술력을 보유하게 됐고, 애초 목표로 삼았던 제작에도 자신감이 붙었다. 그렇게 다시 제작에 뛰어 들어 성공을 거둔 프로젝트가 '신과 함께'다. 김용화 감독의 연출부터 배우들의 연기, 상상 속 지옥을 구현해 낸 덱스터의 VFX 능력까지 3박자가 완벽하게 들어 맞았다. 강 대표는 "1, 2편을 미리 찍고 순차적으로 개봉하는 사례는 처음이었다. 1, 2편 다해서 후반 작업만 1년 반 이상이 걸렸다. 신나게 시작했다가 '우리 잘 가는거 맞나' 라는 불안감도 많았다. 제작비가 워낙 많이 들어 부담감도 있었다"고 털어놨다.

'신과 함께'로 덱스터 스튜디오는 제작사로서 입지까지 탄탄하게 굳혔다. 이후 '백두산'에 이어 '모가디슈'까지 대성공을 거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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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가디슈'의 경우, 코로나19를 만나면서 고민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애초 개봉일 보다 1년이 밀렸고, 우여곡절 끝에 개봉을 확정 지었을 때 2차 대유행이 시작 됐다. 극장에서 제작비 절반을 대겠다며 상생할 길을 제안 했고, 무사히 관객에게 선보인 영화는 다행히 흥행에 성공했다. 강 대표는 "어쩌다 시간이 많아져서 후반 작업에 더 신경 쓰게 됐다. 그런면에서 퀄리티가 조금 더 좋아지긴 했지만 오랜 작업으로 모두가 많이 지쳤었다"고 토로했다.

강 대표는 여전히 한국영화 일선에 있다. 이른바 잘나가는, 그리고 흥행을 예고 하고 있는 대부분의 대작에 참여하고 있다. 이미 개봉해 작품성을 인정받은 '기생충' '승리호' '모가디슈'부터 개봉을 앞둔 '해적2' '더문' '외계인' '비상선언' '원더랜드'까지, 강 대표와 덱스터 스튜디오 300여명의 직원들이 영화에 몰두하고 있다.

이런가운데 덱스터 스튜디오는 점점 더 세력을 확장하고 있다. 넷플릭스와 후반 작업 장기 파트너십을 맺었고, 광고회사 크레마월드와이드를 인수했다. 또 메타버스 붐이 일고 있는 시점에 파주에 버추얼 스튜디오까지 설립했다. 여기에 OTT 전용 스튜디오 공사까지 진행중이다.

특히 버추얼 스튜디오는 200평 규모로, 47억원 정도가 투입됐다. 기존에 크로마키용 그린매트를 사방에 세워놓고 배우가 연기하는 방식이 아니라, LED월에서 실제 콘텐츠에 삽입되는 배경이 나오면서 현실감을 배가 시킨다. 비추얼스튜디오는 후반작업에 VFX를 입히는 방식 대신 최소한의 보정 작업만 하는 시스템으로 효율성이 크다.

강 대표는 "한국에서 선보이지 않았던 영화를 할 것"이라고 목표를 드러냈다. 실제로 덱스터 스튜디오 또한 마블 시리즈와 같은 히어로물에 관심이 많아고 귀띔했다. 그는 "덱스터가 로맨틱 코미디를 하는 것 보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걸 하자는 모토가 있다. 그래서 히어로물, SF, 재난물 등 비주얼이나 스토리 면에서 재미있는 영화를 만들고자 한다. 덱스터 스튜디오에 최적화 된 콘텐츠를 개발하기 위해 노력중이다"라고 밝혔다.

아울러 OTT 전용 스튜디오를 만드는 것과 관련해 "오리지널 시리즈 제작을 위해 시나리오, 대본 등을 기획하고 있는 단계다. 영화와 달리 제작 편수도 많아서 더욱 활발하게 움직이는 덱스터 스튜디오가 될 것이다"라고 했다.

50대를 넘어선 나이. 강종익 대표는 '영화'에 발을 들인 이후 지금까지 쉼 없이 달리고 있다. 그러면서 "로봇이 등장하는 작품을 하고 싶다"는 꿈까지 내비쳤다.

"회사가 필요로 할 때까지 일하고 싶습니다. 저희는 '나이가 들었으니 물러나주세요'라고 말하는 전형적인 조직이 아니라 나름 크리에이터이고 아티스트니까요. 언젠가 후배에게 자리를 양보할 날이 올테지만 그 날까진 이렇게 뜨겁게 달릴 생각입니다. 미리 로봇 영화 시나리오라도 써볼까요? 꿈으로 끝날 필요는 없으니까요. 하하"

노규민 텐아시아 기자 pressgm@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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