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태건의 오예≫

오늘, 주목할 만한 예능
'뽕숭아학당' 씁쓸한 종영의 의미
'뽕숭아학당' 최종회/ 사진=TV조선 캡처
'뽕숭아학당' 최종회/ 사진=TV조선 캡처


≪정태건의 오예≫
'콘텐츠 범람의 시대'. 어떤 걸 볼지 고민인 독자들에게 정태건 텐아시아 기자가 '예능 가이드'가 돼 드립니다. 예능계 핫이슈는 물론, 관전 포인트, 주요 인물, 비하인드 스토리까지 낱낱히 파헤쳐 프로그램 시청에 재미를 더합니다.

임영웅 놓친 TV조선, 떠나는 시청자들

TV조선 예능프로그램 '뽕숭아학당' 종영을 맞았다. 이로써 TV조선이 보유한 인기 IP(지식재산권) '미스터트롯' TOP6가 남긴 마지막 유산마저 수명을 다했다.

지난 27일 방송된 '뽕숭아학당' 72회에서는 시즌1 종업식을 맞아 마지막 인사를 전하는 영탁, 이찬원, 정동원, 장민호의 모습이 그려졌다. 지난 1년 반 동안 국민가수로 거듭나기 위해 고군분투했던 이들이 그간의 추억들을 떠올리며 훈훈하게 마무리했다.

이날 방송은 닐슨코리아 기준 전국 시청률 6.3%를 기록하며 비교적 낮은 수치로 막을 내렸다. 지난해 5월 첫 방송된 '뽕숭아학당'이 높은 시청률을 거두며 화려하게 문을 열었던 것과는 확연히 대조되는 모습이다.

'뽕숭아학당'은 올해 초까지 약 11개월간 시청률 두 자리수 이하로 떨어진 적이 없는 TV조선 효자 프로그램이었다. 지난 4월 이 기록은 깨졌지만 방송사 입장에서는 쉽게 놓을 수 없는 콘텐트였다. 하지만 최근 임영웅과 김희재가 하차한 뒤 내리막을 걷자 더 이상 체면을 구기기 전에 '종영'이라는 초강수를 내놨다.

'뽕숭아학당'은 '미스터트롯' TOP6가 남긴 마지막 유산이다. 지난달 TOP6의 매니지먼트 위탁 계약 만료로 독자 활동에 돌입했지만 이들의 향수를 유지하며 앞으로의 재회를 기대해볼 수 있는 유일한 프로그램이었다.

그만큼 방송사는 '뽕숭아학당'을 이어가려는 의지가 강했다. 앞서 TV조선 '사랑의 콜센타'와 함께 종영설에 휩싸였을 때도 방송사는 완강하게 부인했다. TOP6와의 공식적인 결별이 예고된 상황에서 이들을 붙잡아두기 위해 끝까지 발버둥친 셈이다.

하지만 끝내 임영웅과 김희재가 프로그램을 떠난다고 하자 태도가 돌변했다. 두 사람은 지난달 29일 방송된 '뽕숭아학당' 68회를 끝으로 하차했다. 이때 임영웅과 김희재는 시청자들에게 마지막 인사를 건넬 기회조차 얻지 못하고 다음 회차 예고편에서 돌연 자취를 감췄다.

시즌1 최종회에서도 임영웅과 김희재에 대한 언급은 찾아볼 수 없었다. 원년 멤버 임영웅과 고정 출연자와 다름 없던 김희재는 아무런 격려도 받지 못하고 물러났다. 1년 반 가까이 동고동락한 임영웅, 필요할 때마다 불러낸 김희재의 공헌은 철저히 무시당한 셈이다.
가수 임영웅(왼쪽)과 김희재/ 사진=텐아시아 DB
가수 임영웅(왼쪽)과 김희재/ 사진=텐아시아 DB
TV조선과 두 사람은 충분히 아름답게 헤어질 수 있는 관계다. 방송사는 이들에게 대중 앞에 설 수 있는 무대를 마련해 많은 사랑을 받도록 도왔고, 임영웅과 김희재는 최선을 다해 노래하며 높은 시청률을 견인했다. 아무리 위탁 계약이 끝났다해도 아직까지 공생할 수 있는 여지가 남았지만 양측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결별했다.

그 결과 TV조선은 즉각적인 타격을 입고 있다. '사랑의 콜센타', '뽕숭아학당'라는 '효자 프로그램'을 놓치며 동력을 잃었다. 타 프로그램의 상황도 좋지 않다. 그나마 인기 예능이었던 '아내의 맛'은 조작 논란으로 날려버렸고, '미스트롯2'는 조작 의혹으로 최근 방송통신심의위원회를 통해 '주의' 처분을 받았다.

'제2의 임영웅'을 찾으려던 시도도 미진하다. '내일은 국민가수'는 팬덤을 형성할 만한 매력적인 참가자를 만들어내지 못한 채 4주 연속 시청률 하락의 쓴맛을 보고 있다.

반면 임영웅은 타 방송사의 섭외 1순위가 됐고, KBS2 드라마 '신사와 아가씨' OST를 발매하며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다. 김희재는 MBC 드라마 '지금부터, 쇼타임!' 출연을 확정지으며 배우로서 새 출발을 알렸다.

이 가운데, 임영웅은 KBS와 손잡고 단독 공연 'We’re HERO, 임영웅' 개최도 확정지었다. 이에 대해 임영웅은 "가수 생활을 KBS에서 시작한 만큼 이번 'We’re HERO, 임영웅'을 통해 시청자분들께 기쁨을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사실상 '뽕숭아학당' 하차를 복수한 TV조선을 외면하고 자신의 친정을 KBS로 규정지은 것이다.

결국 TV조선은 임영웅과의 결별에 대해 아무런 준비를 하지 못해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모양새다. TOP6 계약 만료에 따른 헤어짐은 예고된 수순이었음에도 방송사가 마땅한 대책을 아직까지 세우지 못했다는 건 충격적이다.

결국 TV조선은 약 2년간 TOP6에게 지나치게 기대어 왔다는 걸 스스로 입증해버렸다. 임영웅 없이 새로운 히트작을 내놓지 못한다면 무능력한 방송사로 낙인 찍히기 십상이다. 더 이상 안일하게 스타 장사를 할 때가 아니다. '미스트롯', '미스터트롯' 시리즈로 트로트 열풍을 일으켰던 제작 능력을 보여줄 때다.

정태건 텐아시아 기자 biggun@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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