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메달리스트 안산 마녀사냥에
구혜선·곽정은·김경란 '발끈'
과거 숏컷 사진 줄줄이 공개
오드리 햅번까지 소환된 촌극
배우 구혜선(왼쪽 위부터 반시계방향)와 작가  곽정은, 방송인 김경란/ 사진=인스타그램
배우 구혜선(왼쪽 위부터 반시계방향)와 작가 곽정은, 방송인 김경란/ 사진=인스타그램
≪정태건의 까까오톡≫
'까놓고, 까칠하게 하는 오늘의 이야기'. 정태건 텐아시아 기자가 연예·방송계 이슈를 까다로운 시선으로 신랄하게 비판합니다.

여성 연예인들의 '숏컷'에 대한 소신발언이 쏟아지고 있다. 2020 도쿄올림픽에 출전 중인 양궁 국가대표 안산의 짧은 헤어스타일이 도마 위에 오른 뒤부터다.

최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숏컷'을 한 안산을 두고 페미니스트라는 의혹을 제기하는 글이 등장했다. 작성자는 안산이 여대를 다녔고, 짧은 머리스타일을 유지하며 남자혐오성 발언을 한 전력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많은 누리꾼은 "정확하지도 않은 근거로 올림픽에 출전 중인 선수의 멘탈을 뒤흔들고 있다"며 그를 보호하고 나섰다. 실제로 안산은 '숏컷'을 즐겨하는 이유에 대해 "이게 편하다"고 말한 바 있다.

그러자 연예계에서도 안산을 지지하는 움직이 포착됐다. 가장 먼저 입을 연 건 배우 구혜선이다. 그는 지난 28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숏컷은 자유"라는 게시글과 함께 한 장의 사진을 게재했다. 공개된 사진 속에는 과거 짧은 헤어스타일을 했던 자신의 모습이 담겼다.

이후 그에게 많은 응원과 비판이 일제히 쏟아졌다. 이에 구혜선은 29일 "나는 남성과 여성에게서 태어난 여성이다. 또한 남성을 사랑하는 여성"이라며 다시 한 번 '숏컷'을 했던 사진을 올렸다.

이어 "'페미니스트'를 혐오적 표현으로 왜곡하고 고립시키는 분위기를 감지하며 나 역시 여성이기에 이것을 관망하고 있기만은 어려운 일이었다"며 "남성과 여성의 편을 가르기 위함이 아닌 오로지 여성으로 태어나 사람으로 살기 위해 움직이는 것이고, 여성으로 태어나 한 인간으로서의 권리를 행하기 위하여 다시 움직이는 것이기에 '페미니스트'의 의미가 왜곡된 상징이 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글을 남기게 됐다"고 해명했다.

방송인 김경란은 "너무 열 받아서 올려본다. 숏컷이 왜?"라며 짧은 헤어스타일이었던 과거 사진을 공개했다. 작가 곽정은도 "숏컷은 계속하는 이유가 뭐냐"는 누리꾼의 질문에 "이게 편하다. 나답고 멋있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그는 숏컷을 하는 이유에 대해 "나답고 간편한 모습이 되는 것을 실천할 뿐이다. 무엇에도 갇히지 않고 나다운 모습으로 나답게 사는 것. 그것이야말로 인생의 참 의미"라고 밝힌 바 있다.
숏컷 스타일의 배우 오드리 햅번/ 사진=페이스북 캡처
숏컷 스타일의 배우 오드리 햅번/ 사진=페이스북 캡처
유명 여성들의 발언만 있던 건 아니다. tvN '알쓸신잡'에 출연해 이름을 알렸던 김상욱 경희대학교 교수는 같은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여성 숏컷이 유행할 조짐"이라며 배우 오드리 햅번의 사진을 올렸다. 그러면서 "숏컷으로 아름다운 여배우를 꼽으라면 오드리 햅번을 빠뜨릴 수 없다. 자선과 기부로 말년을 보낸 진정 아름다웠던 사람이다"고 적었다.

앞서 언급한 이들 모두 안산을 직접적으로 언급하지 않았으나 그의 논란을 진압하기 위해 나선 것으로 보인다. 안산은 현재 도쿄 올림픽에서 두 개의 금메달을 안기며 국위선양중인 인물이다. 숏컷을 했다는 이유만으로, 정확한 증거도 없이 마녀사냥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일각에서는 "안산의 메달을 박탈하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그가 페미니스트라고 해도 지난 5년간 흘린 피와 땀 방울을 부정할 수 있는 권리는 그 누구도 가질 수 없다.

이들의 주장은 페미니스트가 사회적 분열을 일으킨다는 근거에서 나왔다. 하지만 모처럼 온국민이 한 마음, 한 뜻으로 응원의 목소리를 높이는 시점에서 누가 분열을 만들고 있는지는 조금만 생각하면 알 수 있다.

김상욱 교수는 앞서 올린 글에서 오드리 햅번의 명언을 인용했다. "아름다운 입술을 갖고 싶으면 친절한 말을 하라". 국민에게 큰 기쁨을 가져다준 금메달리스트에게 조금 더 친절해질 필요가 있다.

정태건 텐아시아 기자 biggun@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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