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트, '코인작업 하는구나' 한번에 알아
아프리카 TV 측, '코인게이트' 책임? 없다는게 더 이상해
’억울한 사람을 구제하겠습니다’라는 의미를 가진 구제역./사진=조준원 기자
’억울한 사람을 구제하겠습니다’라는 의미를 가진 구제역./사진=조준원 기자


구제역이 '닉값'을 제대로 했다. '닉값'이란 '닉네임값'의 줄임말로, 자신의 닉네임에 걸맞은 말과 행동을 한다는 의미의 신조어. '억울한 사람을 구제하겠습니다'라는 의미를 가진 구제역은 최근 아프리카 TV '코인게이트' 사건을 비롯해 사전에 사기 등을 예방하는 영상을 통해 다수의 사람을 '구제'했다.

구제역은 이슈를 다루는 유튜버다. 그는 유튜브를 통해 일반인들의 억울한 사건 등을 제보받거나 유명인들의 사건·사고, 논란, 이슈 등을 공론화한다. 그는 직접 사기를 당해보기도 하고, 억울한 옆집 아저씨의 사연을 들어주다 보니 이쪽 길로 접어들었다고 전했다.

"처음부터 이슈 채널을 만든 건 아니다. 초창기엔 뷰티, 먹방, 개그 리뷰 등을 다뤘다. 당시 조회수가 잘 나오지는 않았다. 이후 인터넷 방송을 위해 웹캠을 구입하다가 사기를 당했다. 열이 받아서 사기꾼을 조사하는 과정을 영상화했다. 사기꾼을 잡고 보니 유명인이더라. 그 동영상을 유튜브에 올렸더니 조회 수가 잘 나왔다."

직업이 유튜버라면, 조회 수를 신경 쓰지 않을 수 없을 터. 구제역 또한 자연스럽게 조회 수가 잘 나오는 방향으로 채널의 키를 잡았다. 마침 우연도 그를 따랐다. 옆집 아저씨가 그에게 도움을 요청해 온 것. 해당 사건은 당시 온라인을 뜨겁게 달구며 누리꾼들의 분노와 함께 많은 공감을 자아냈다.

"옆집 아저씨가 자기도 억울한 일을 당했다고 제보를 해 왔다. 그 사건이 '골뱅이웨딩홀 갑질사건'이다. 그 사건도 조회 수가 잘 나왔다. 그 이후에 제보자가 속출했다. 그 뒤로는 자연스럽게 이슈콘텐츠를 다루게 됐다."

구제역의 '구제'는 한 명으로 시작해 다수로 발전했다. 최근 그는 아프리카 TV를 둘러싼 '코인게이트' 사건을 파헤치며 투자자 명단을 최초로 폭로했다. 그의 폭로로 인해 대규모 피해자 사태를 막을 수 있게 된 것. 그는 이 사건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에 대해 "직업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직업 특성상, 영상을 보다 보면 이상한 점을 본능적으로 찾게 된다. 올해 5월 초순부터 아프리카 TV에서 수트(서현민 글로벌오더 대표)를 유심히 봤다. 처음부터 뭔가 이상했다. 저렇게 돈이 많은 사람이라면 재벌 3세라던가 중견기업의 2세정도는 돼야 이해가 된다. '코인작업 하는구나' 바로 느꼈다. 그때부터 추적을 시작했다."
아프리카 TV '코인게이트' BJ 명단 최초 폭로한 유튜버 구제역./사진=조준원 기자
아프리카 TV '코인게이트' BJ 명단 최초 폭로한 유튜버 구제역./사진=조준원 기자
구제역은 아프리카 TV 생방송 화면을 모니터하면서 서현민 대표와 BJ들의 수상한 정황을 여러 번 포착했다. 다른 측면에서 보면 아프리카 TV 측이 해야 할 일을 그가 대신한 것. 아프리카 TV는 지난 5월 '암호화폐 방송 정책개편 주요 내용'이라는 공지를 띄웠다. 암호화폐 관련 방송 시 위험 고지 문구 표시를 의무화하라는 내용이다. 시행일은 해당 공지가 올라온 다음 달부터다.

"대놓고 코인을 홍보하진 않았다. 그래서 아프리카 TV의 눈을 피할 수 있었을 지도 모른다. 이를테면 먹방을 빙자해 코인을 간접적으로 홍보하더라. 먹방을 진행하다가 뜬금없이 코인에 대한 설명을 한다든지. 하지만 공지가 올라온 이후에도 수트와 유명 BJ 등이 코인 관련 방송을 하는데도 전혀 제재가 없어서 의아했다. 파트너 BJ라서 용인해주는 듯 보이기도 했다."

구제역은 아프리카 TV 파트너 BJ인 코트(윤태훈)와 서현민이 '티오코인'의 발행인이라는 의혹을 제시한 바 있다. 그는 텐아시아에 코인을 발행한 회사에 주주 명단을 입수했다고 밝히며 "윤태훈이 주주 명단에서도 제외됐다"며 근거를 더했다. 더불어 '코인게이트'가 아프리카 TV의 서수길 대표가 지분을 갖고 있는 자회사 프리비알 서용수 씨의 투자와 코트를 비롯한 다수의 파트너 BJ들이 얽혀있는 사건인 것으로 볼 때, 과연 아프리카 TV 측이 '코인게이트'의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있을지에 대한 의구심을 드러냈다.

"아프리카 TV 파트너 BJ중에는 계약에 따라 스톡옵션을 받는 BJ도 있다. 이들이 아프리카 TV의 임직원이라고 볼 수 있다고 본다. 또 파트너 BJ들이 수트와 함께 코인에 대해 홍보를 했다. 하루 이틀도 아닌데 몰랐다고 한다면 업무 태만이라고 생각한다. 프리비알 서용수 씨의 투자가 개인의 책임이라는 서수길 대표의 말이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적어도 대표라면 책임을 묻는 모습이라도 보여야 한다. 프리비알의 지분 100%를 가지고 있으면서 관계가 없다는 게 더 이상하지 않을까."

유튜브에는 많은 이슈 유튜버가 활동한다. 이들은 대부분 실명과 얼굴을 공개하지 않는다. 일종의 방어 수단이다. 채널 특성상 여러 방면에서 고소나 협박 등의 공격이 들어올 가능성이 높기 때문. 구제역이 얼굴을 드러내고 저격하는 모습은 그보다 그의 구독자들이 더 걱정하는 부분이다. 1년 반 동안 그에게 날아온 고소장은 14개. 특히 '코인게이트'는 아프리카 TV가 배경이기에 염려는 더 크다는 설명이다.

"의외로 협박은 없다. 협박보다는 고소를 택한다. 하지만 '코인게이트' 관련해서는 한 번도 고소를 안 당했다. 저는 그것에 대해 의혹을 제시했다. 아프리카 TV 측이 명예훼손으로 절 고소하려면 제 의혹이 사실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해야 할 것이다. 그 증거 자료가 저한테 들어오면 제가 또 폭로할 가능성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고소하지 못하는 것이 아닐까. 그게 제 추측이다. 사실적시 명예훼손으로 고소하는 경우가 있긴 하겠다."
"유튜버는 자기가 한 말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 구제역./사진=조준원 기자
"유튜버는 자기가 한 말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 구제역./사진=조준원 기자
구제역은 '소설'을 좋아한다. 그는 가면을 쓴 타 이슈 유튜버들과는 다르게 속 시원히 폭로하지 않는다. '가면' 유튜버들은 욕설도 섞어가며 특정인을 저격하는 등 일명 '사이다' 폭로로 인기를 끈다. 하지만 구제역은 다르다. 그는 여러 가설을 세우고, 이스트에그를 심는 등 구독자들 에게 합리적 의심을 심어주면서 동시에 상상의 나래를 펼치게끔 만든다. 일부 구독자는 이같은 구조에 종종 불만을 품기도 한다. '정의의 사도' 노릇을 하려면 제대로 하라는 의견.

"이슈 유튜버들을 보면, 극히 소수를 제외하면 선 폭로 후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을 경우 제대로 된 사과조차 하지 않는다. 팩트 체크도 하지 않고 폭로한 뒤에 '아니면 말고' 식이다. 영상만 삭제하고 넘어가는 경우도 많다. 유튜브 특성상 가면을 쓰고 나오면 고소만 가능하고 처벌은 불가능하다. 그들처럼 고소 걱정이 없으면 저도 시원하게 다 까발리겠다. 이게 제가 가지고 있는 자료를 오픈하지 못하는 이유다. 저는 자기가 한 말에 책임을 져야 하고, 이게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가면 유튜버들과 같은 취급을 받는 게 유쾌하진 않다. 또 저는 정의로운 척을 하는 것이 아니다. 공익 창출 만이 목적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건 그냥 제 직업일 뿐이다. 그 안에 공익적인 목적이 있는 것뿐. '정의의 사도'라는 생각은. 상당히 부담스럽다."

서예진 텐아시아 기자 yejin@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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