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소·세븐틴·트와이스 등 톱 아이돌 굿즈 제작
연 매출 500억원 국내 넘버원

분유값 벌려 시작한 '부업 신화' 주인공
"글로벌 시장 공략하는 플랫폼 되겠다"
코팬글로벌의 조성희 대표 /. 조준원 기자 wizard333@
코팬글로벌의 조성희 대표 /. 조준원 기자 wizard333@


K팝 팬들에게 굿즈가 어떤 의미냐 묻는다면, '아티스트의 팬'임을 드러내는 정체성이라고 대답한다. 굿즈를 하나도 안 사는 팬은 있어도 하나만 사는 팬은 절대 없을 정도로 굿즈는 '덕질'의 기본이자 필수가 됐다.

한국 굿즈 시장을 꽉 잡고 있는 대모가 있다. 코팬글로벌의 조성희 대표가 주인공다. 코팬글로벌은 K팝 아티스트 IP를 이용한 굿즈를 기획, 생산 및 유통하는 국내 최고의 MD 기업. 응원봉, 인형 등 MD상품을 개발하고 유통하며 나아가 한류관련 부대 사업와 공연 DVD, 화보집 등 콘텐츠도 제작한다.

이름만 들으면 아는 아이돌의 굿즈는 조대표의 손에서 탄생했다. 예쁘기로 소문난 트와이스의 캔디봉이나 세븐틴의 캐럿봉, 품절 대란이 일어났던 보이스 키링과 엑소의 에리디봉, 중앙제어 블루투스 응원봉(IoT 기술) 모두 조대표의 작품.

코팬글로벌의 고객은 SM, JYP를 비롯해 스타쉽, 플레디스 등 약 100개의 기획사와 230명의 아티스트다. 조대표는 "인지도 있는 아이돌의 굿즈 가운데 상당수가 저희 손을 거쳤습니다. 빅히트와 YG는 굿즈 관련 자회사가 있지만 YG의 경우 유통을 맡고 있고 빅히트는 국내 팝업 스토어를 운영할 예정이다. 관련이 없진 않다"고 설명했다.

코팬글로벌은 생산을 제외하고 기획부터 디자인, 제작까지 다 하고 있다. 조대표는 "서울 명동 영플라자와 용산역 아이파크몰에 매장이 있고, 온라인 쇼핑몰 위드드라마를 통해 50개 이상의 국가로 제품을 수출한다"고 밝혔다.

굿즈를 제작하는 여러 회사가 있지만 연 매출 500억이 넘는 건 코팬글로벌이 유일하다. 코팬글로벌의 매출은 지난해 530억원에 달한다. 응원봉부터 인형, 노트, 스티커 등 일반적인 굿즈는 물론 시즌 그리팅까지 담당할 정도로 기획사의 신뢰와 팬덤의 만족감이 높기 때문.

"콘서트가 없으니 응원봉 판매 매출이 떨어지긴 했죠. 하지만 원래 응원봉이 굿즈 매출에서 크게 하는 편이 아니라서 응원봉이 팔리지 않는다고 회사가 흔들리는 건 아닙니다. 가수들의 앨범은 계속 나오니 앨범과 관련된 굿즈를 만들었어요. 더보이즈 같은 경우 '로드 투 킹덤' 프로그램 콘셉트로 관련 굿즈도 만들었고, 빅톤과 에이핑크의 AR 포토카드도 만들어냈죠. 코로나 시국이어도 상품성을 강화해 연 매출 500억을 넘기며 '500만 불 수출탑'을 세워 국무총리상도 받았어요."
코팬글로벌의 조성희 대표 /. 조준원 기자 wizard333@
코팬글로벌의 조성희 대표 /. 조준원 기자 wizard333@
연예인과 굿즈 사업은 연예인에 대한 애정이 기반이 될 법도 한데, 놀랍게도 조대표는 '덕질'과 거리가 멀었다. 전공 역시 현재 일과 전혀 연관이 없다. 관광학을 전공해 일본으로 유학을 다녀온 그는 한 호텔의 국제예약부에서 일했다.

하지만 조대표는 결코 평범하지 않은 인물이었다. 성공하는 사람은 모든 곳에서 기회를 발견한다고, 출산 후 몸조리를 위해 친정인 강원도 춘천에 머무르던 조대표는 그곳에서 '한류'를 처음 목격하고 사업을 계획했다.

"춘천 명동이며 남이섬이며 일본 사람들이 많이 와서 보니까 드라마 '겨울연가' 때문이더라고요. 제가 일본어도 할 줄 아니까 이거 사업이 되겠다 싶어서 아기를 낳고 한 달 만에 춘천 명동에 '드라마'라는 작은 가게를 차렸어요. 처음엔 아기 우유값이라고 벌어보자는 마음이었죠."

'겨울연가'는 배용준과 최지우를 '욘사마'와 '지우히메'로 만들어 준 한류의 시초. '겨울연가'의 인기가 심상치 않음을 느낀 조대표는 '겨울연가'에 나왔던 목걸이나 휴대폰 고리 등 협찬 제품을 판매하고 일본으로 수출했다. 나아가 '겨울연가'와 관련된 편지지나 팬시 용품을 찾아 팔았다.

집과 직장이 서울이고 일주일에 한 번씩 춘천을 가니 장사가 쉽진 않았다. 조대표는 "뜻대로 사업이 안 풀리니까 샘플을 싸들고 일본으로 갔다. 일본 사람들이 한국으로 올 정도면 일본에선 더 잘 팔리겠다 싶었다"고 회상했다.

일본 최대 전통시장인 도쿄 우에노 국제 시장에서 좌판을 깔고 시작했던 조대표는 신오쿠보 코리아 타운에 자리잡았다. 일본어를 할 줄 안다는 건 큰 장점이었다. 한 일본인 사장을 도와 한국에서 상품을 사입하는 아르바이르를 시작했고, 그게 사업의 시작이 됐다. 초반 굿즈 사업은 드라마와 배우로 한정되어 있었다. 그러다 2009년 동방신기 일본 화보집과 앨범을 유통하다가 응원봉 등 아이돌 MD사업에 눈을 돌렸다.

조 대표는 2012년 법인을 설립하고 본격적으로 굿즈 제작에 뛰어들었다. 빅뱅의 응원봉을 보고 '이거다!'라고 생각해 응원봉 제안서를 수많은 기획사에 건넸다.

"많은 소속사에 제안서를 돌렸는데 유일하게 답을 준 곳이 보이그룹 틴탑 회사였어요. 당시에는 '한국에서 굿즈가 되겠어?'라는 시기라 굿즈가 기획사에서 큰 비중을 차지 하지 않았거든요. 틴탑은 관심 있게 봐줘서 시작하게 됐습니다."

'부업 성공 신화' 탄생의 계기는 트와이스가 만들어 줬다. 조 대표는 "메이저 기획사와 직접적으로 일할 기회가 많지 않았는데, MBC에서 함께 일했던 분이 JYP엔터테인먼트(이하 JYP)를 소개시켜줬다. 내가 일본으로 유통도 하니 이해관계가 맞았던 것 같다"며 "JYP는 옥택연의 옥캣이라는 캐릭터로 시작을 했다. 옥캣과 관련된 컵이나 키링, 볼펜 제작했다. 이후 '식스틴'에 제품을 협찬했고, 멤버들이 트와이스로 데뷔를 하면서 자연스럽게 트와이스 굿즈 제작으로 이어졌다"고 했다.
코팬글로벌의 조성희 대표 /. 조준원 기자 wizard333@
코팬글로벌의 조성희 대표 /. 조준원 기자 wizard333@
인연이 깊다보니 트와이스의 굿즈에 가장 애정을 쏟을 수밖에 없었다. 조 대표가 가장 완벽하다고 생각하는 굿즈도 트와이스 응원봉 캔디봉의 두 번째 버전. 그는 "발광력, 배터리, 컬러 등 모든 부분에서 완벽하다. 캔디봉의 전원을 켜면 겉이 돌아가는데 이걸 구현하는 게 힘들었다. 기획사의 니즈가 확실히 있었기 때문에 개발팀과 돌리기 시작했다. 배터리도 신경써야했고 발광력과 컬러도 신경을 써야하니 정말 쉽지 않은 과정이었다"며 웃었다.

애정을 갖고 완벽한 굿즈로 탄생시키기 위해 기획과 개발은 물론 유통까지 '원스톱'으로 다 하는데다 기획사와 팬들의 니즈까지 완벽하게 구현해내니 코팬글로벌은 '굿즈계의 넘버원'일 수밖에.

"기획사 부담을 줄인게 효과를 봤습니다. 우리가 팬들의 니즈도 알기 때문에 불안해하지 않고 일단 믿고 맡겨주시죠. 다만 아티스트에 대한 부분은 기획사가 알기 때문에 그에 대한 피드백과 최종 컨펌만 받아요."

코팬글로벌의 굿즈를 보면 왜 이곳이 '굿즈계의 넘버원'인지 잘 알 수 있다. 그냥 봐도 예쁘지만, 실생활에서 인테리어 제품으로도 가능하다. 코앤글로벌의 굿즈는 단순히 팬덤 문화에서 벗어나 생활이 됐다. 조대표는 "ITZY(있지)의 응원봉은 어머니들이 침실 무드등으로 쓰신다고 구매하시기도 한다. 우리 제품의 상품성이 강화됐고 보급화 된 앱과 연결이 돼 작동이 매우 편리하다"며 직접 시범을 보이기도 했다.

무드등이 된 최초 응원봉은 트와이스의 캔디봉. 조대표는 "'응원봉은 왜 공연에서만 써야할까'라는 의문이 들어서 보조배터리와 어댑터 활용해 무드등으로 만들었다"고 밝혔다.

팬들의 니즈를 정확하게 알고 있다는 것도 코팬글로벌의 경쟁력이다. 세븐틴의 캐럿봉을 보면 조대표가 얼마나 많은 시장조사와 연구를 하는지 알 수 있다. 캐럿봉은 팬덤 내에서도 커스텀을 통해 예쁘기로 유명한 응원봉. 세븐틴의 팬들이 응원봉 뚜껑을 열어 꾸미는 걸 보고 두 번째 버전엔 팬들의 놀이가 될 수 있도록 기획했다.
코팬글로벌의 조성희 대표 /. 조준원 기자 wizard333@
코팬글로벌의 조성희 대표 /. 조준원 기자 wizard333@
"캐럿봉은 첫 버전이 심플하고 예쁘거든요. 근데 팬들이 커스텀을 시작하고 그게 팬들 사이에서 유행이 되니까 두 번째 버전도 팬들의 니즈를 살려야겠다고 생각해서 조금 더 커스텀하는 맛이 있도록 제작했어요. 손잡이부터가 홀로그램 모양인데, 이걸 표현하는데 애를 좀 먹었죠. 설계를 잘 해야 무선 연출이 가능하기 때문에 많은 시간을 투자했거든요. 예쁜 응원봉을 만드니 업그레이드 상품 요청이 계속 들어와요." (웃음)

신박한 응원봉도 많이 탄생했다. 조대표는 "ITZY의 '있지봉'은 데뷔곡 '달라달라'에 착안해서 다르게 만들어보자고 생각해서 탬버린 모양으로 만들었다. 선미의 응원봉은 모터가 돌아간다. 가만히 두고 보면 참 예쁜데 공연장에선 배터리가 빨리 닳아서 모터를 돌리면 안된다. 집에서 즐길 때와 공연장에 즐길 때 경계를 세워놨다"고 자랑했다.

굿즈를 만들어주고 싶은 연예인은 임영웅이다. 조대표는 "영웅시대는 아니지만, 노래를 들으면서 감동을 많이 받았다. 그래서 임영웅 응원봉 혹은 굿즈를 만들면 흥을 넣어서 만들어 줄 수 있을 것 같다"고 강조했다.

조대표의 계획은 언택트 문화에 발맞춰 플랫폼을 조금 더 활성화 시키는 것. 현재 개발 중인 위드드라마의 모바일 앱을 완성시켜 올해 하반기엔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 팬들도 편하게 들어올 수 있도록 만드는 게 목표다.

해외 팬들의 접근성이 개선되면 코팬글로벌의 상품 수출은 더욱 늘어날 것이다. '아티스트와 콘텐츠는 1류인데 상품이 3류여서는 안된다'는 조대표의 생각에서 시작한 코팬글로벌은 K팝의 성장에 발맞춰 발전하고 있다. 이미 국내 굿즈 시장을 삼킨 코팬글로벌이 글로벌 MD 시장에서 대표적인 온라인유통플랫폼으로 성장할 날이 머지 않았다.

우빈 텐아시아 기자 bin0604@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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