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물어가는 아프리카 대표 BJ들
사과→자숙, 옛날 방식 통하지 않을 것
BJ 봉준(왼쪽), 철구, 보겸/사진=SNS, 유튜브
BJ 봉준(왼쪽), 철구, 보겸/사진=SNS, 유튜브
≪서예진의 BJ통신≫
서예진 텐아시아 기자가 BJ, 유튜버, SNS스타 등 인플루언서들의 소식을 전합니다. 최근 방송과 유튜버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온라인에서 활동하는 인플루언서들이 연예인을 뛰어넘는 인기를 누리고 있는 가운데, 전반적인 온라인 스타들의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진작 터질 일이 뒤늦게 터졌다. 아프리카 TV 1세대 BJ 봉준과 철구 얘기다. '누가 더 심하게 선을 넘나' 경쟁하듯, 필터링 없는 방송을 내보내던 두 사람은 결국 아프리카 3대장의 자리에서 물러나게 생겼다.

봉준은 지난달 10일 '술 먹방'을 펼치다가 화를 불렀다. 유관순 열사에 대한 모욕적인 언행으로 민심이 돌아서 버린 것. 노련한 BJ답게 발 빠른 사과로 대처했지만, 때는 늦었다.

생방송 중 봉준은 여자 BJ들에게 "어떤 자세로 수갑을 차냐? 이거냐? 대한독립 만세냐?"라는 발언을 했다. 이를 본 오메킴은 "2021년 유관순이네"라고 발언했고 봉준은 "2021년 유관순이야?"라며 폭소했다.

해당 발언에 대중은 분노했고, 청와대 국민 청원 게시판에 그의 방송을 영구정지하라는 청원 글까지 등장했다.

2013년부터 BJ 활동을 시작한 봉준은 논란을 예상하지 못했던 걸까. 그도 그럴 것이, 과거에도 사과와 자숙을 반복하며 위태롭게 방송을 이어왔던 봉준이다.

하지만 시청자는 더 참지 않는다. 술에 취해 성희롱, 폭력 등 사고를 친 뒤 사과 몇 마디로 상황을 무마하는 BJ 세계에 진절머리가 날 법도 하다.

철구도 비슷한 상황이다. 그는 가볍고 경솔한 언행으로 시청자들의 두 손, 두 발을 다 들게 했다. 최근 철구는 별로 알고 싶지 않은 자신의 사생활까지 폭로하며 아내 외질혜와의 진흙탕 싸움을 벌였다.

가장 큰 문제는 8살 딸 연지 양이다. 두 사람이 헤어지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 이들 때문에 아무것도 모르는 어린아이가 방송을 통해 얼굴이 알려졌고, 두 사람의 자녀라는 이유로 손가락질을 받고 있다. 이들은 부모로서 딸을 보호할 의무를 지키지 않았다.

철구와 외질혜는 초고속으로 이혼을 진행했다. 최근 철구는 이혼 사실을 알리며 "방송에만 집중할 수 있게 마음 다 비우고 오겠다"고 예고했다. 그의 마음 정리를 기다려줄 팬들이 그대로 남아 있을지는 의문이다.

보겸도 은퇴 위기에 놓였다. 그는 특별히 실수를 저지르진 않았지만 활동에 적색 등이 켜졌다. 윤지선 초빙 교수와의 논쟁으로 인한 여파다.

2019년 저술된 윤 교수의 논문 '관음충의 발생학'에는 보겸의 유행어인 '보이루'가 적절치 못한 의미로 사용됐다는 내용이 담겼다. 보겸은 단어에 대한 의도를 명확하게 밝혔지만 한 번 낙인찍힌 주홍글씨는 지워지지 않았다.

명예가 훼손됐다고 판단한 보겸은 최근 성형수술을 받았다. 그는 유튜브 채널에 수술 과정과 함께 "그동안 감사했습니다"라는 의미심장한 제목으로 은퇴를 암시하는 영상을 올렸다.

봉준, 철구, 보겸 등 다양한 논란 속에 아프리카를 대표하는 BJ들이 저물고 있다. 오랜 팬들의 안타까운 마음과 더불어 '걸러질 때가 됐다'는 의견이 교차하는 상황.

이들의 복귀에도 관심이 모인다. 보겸의 복귀는 자신의 의사에 달렸다지만, 봉준과 철구는 재정비가 필요하다. 높아진 시청자의 수준에 맞출 필요가 있는 것. 사과 한 번, 무릎 한 번에 모든걸 용서받던 옛날 방식은 더 통하지 않는다는 걸 깨달을 시간이다.

서예진 텐아시아 기자 yejin@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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