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명특급', 재재 구하기 나섰지만
황당한 입장문에 의혹만 부추겨
"유쾌한 퍼포먼스" 궤변에 더 큰 분노
'문명특급' 재재/ 사진=텐아시아DB
'문명특급' 재재/ 사진=텐아시아DB


≪정태건의 까까오톡≫
'까놓고, 까칠하게 하는 오늘의 이야기'. 정태건 텐아시아 기자가 화제가 되는 연예·방송계 이슈를 까다로운 시선으로 신랄하게 비판합니다.


"불쾌감을 키우는 유쾌한 퍼포먼스"

SBS 웹예능 '문명특급' 제작진이 재재가 남혐(남성 혐오)을 뜻하는 손 동작을 했다는 지적에 대해 "유쾌한 퍼포먼스"라고 일축했다. 재재를 비롯한 모든 제작진이 '황당하다'는 입장도 함께 전했다. 하지만 의혹을 떨쳐내지 못하는 아쉬운 해명에 오히려 누리꾼들이 황당한 상황이다.

제작진은 18일 공식입장문을 내고 지난 13일 개최된 '제57회 백상예술대상' 시상식에서 불거진 재재의 남혐 논란에 대해 해명했다.

앞서 재재는 이날 제57회 백상예술대상' 시상식에 참석해 수많은 카메라 앞에서 초콜릿 과자로 추정되는 음식을 엄지와 검지 손가락으로 집어 먹었다.

이를 본 일부 누리꾼들은 "재재가 남혐을 상징하는 손 동작을 했다"고 분노했다. 시상식 포토존에서 음식을 먹는 행위는 일반적이지 않으며, 최근 사회적 문제로 대두된 '남혐 손 동작'을 했다는 의견이 뒷받침됐다. 현장에서 지켜보던 레드카펫 행사 진행자 역시 재재의 돌발 행동에 당혹감을 내비쳤다.

논란이 커지자 제작진은 시상식에서 재재가 입을 의상에 달린 주머니를 보고 간식을 넣어뒀다가 꺼내 먹는 레드카펫 퍼포먼스를 준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제작팀은 콘텐츠 제작의 일환이자 유쾌한 퍼포먼스가 될 수 있겠다는 판단을 했다"며 "이러한 상황은 오는 20일 '문명특급 190화 백상예술대상 시상식 비하인드 영상'에서 모두 공개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한 "초콜릿을 집어 먹는 자연스러운 행동이 특정 논란의 대상이 되는 손가락 모양과 비슷하다는 논란으로까지 번진 데 대해 재재를 비롯한 문명특급 제작팀 모두 크게 당황하고 있다"며 "특정한 손동작이나 모양과는 분명히 다를 뿐 아니라, 전혀 관련이 없음을 다시 한 번 말씀드린다"고 강조했다.
'문명특급' 제작진이 공개한 백상예술대상 비하인드/ 사진=SBS 제공
'문명특급' 제작진이 공개한 백상예술대상 비하인드/ 사진=SBS 제공
재재가 대규모 행사장에 참석해 많은 카메라 앞에 서는 것이 익숙하지 않기 때문에 준비한 퍼포먼스라는 해명은 수긍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반응을 예상하지 못했다며 "황당하다"는 제작진의 입장은 아쉽다.

'문명특급'은 신문물 전파한다는 기획의도를 갖는다. '연반인' 재재의 활약과 더불어 '숨듣명(숨어 듣는 명곡)'이라는 신선한 코너를 만들어냈고, 젊은 감각의 편집 등으로 잘 알려진 가장 트렌드한 웹예능 중 하나다. 그 덕에 많은 스타들이 찾았고, MZ세대의 굳건한 지지를 얻어 132만 명의 유튜브 구독자를 보유하고 있다.

그런 제작진이 최근 비슷한 손 동작을 넣었다가 논란이 일은 GS25, BBQ 광고 포스터를 고려하지 못 했다는 게 납득하기 어렵다. '이러한 논란이 불거져 황당하다'는 뻔뻔한 입장도 '해당 논란을 알지 못하는 건 아닐까'라는 의구심마저 들게 한다. 만일 제작진이 앞선 '남혐 손 동작 논란'을 알지 못했다면, 콘텐츠 제작자로서의 자질이 의심될 수준이다. 그 정도로 사회적인 관심을 사안을 인지하지 못했을 거라고 추측되진 않는다.

게다가 재재는 이달 초 맥도날드 광고 모델로 기용됐다가 일부 남성 누리꾼들의 반발을 산 인물이다. 이같은 반응은 '재재가 페미니스트'라는 주장에서 나온 것인데, 공교롭게도 몇 주 만에 공식석상에서 남혐을 뜻하는 손 동작을 취했다. 많은 누리꾼들이 단순 퍼포먼스가 아닌 의도적인 행동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

재재는 '문명특급'을 통해 많은 인기를 얻었다. 제작진은 그런 출연자를 보호할 의무가 있다. 하지만 납득하기 어려운 해명과 궤변은 오히려 출연자를 다치게 만들고 있다.

제작진의 아이디어가 반영된 행동이었다면 공식 입장문을 통해 사과 한 줄이라도 넣었어야 하지 않을까. 제작진의 아쉬운 대응은 이번 논란을 더욱 부추기고 말았다.

재재가 페미니스트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건강한 페미니스트인 척하며 남녀갈등을 유발하는 이들과 그들이 만들어 낸 남성 비하 문화를 경계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PD 출신인 재재를 비롯한 제작진들이 경각심을 갖길 바란다.

정태건 텐아시아 기자 biggun@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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