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냥의 시간' 이어 '하백의 신부'
넷플릭스, 두 번째 '일본해' 표기
이어진 자막 오류+조세 회피 의혹
韓 소비자, 진짜 '호갱'으로 보나
넷플릭스의 '하백의 신부' 자막 오류/ 사진=반크 캡처
넷플릭스의 '하백의 신부' 자막 오류/ 사진=반크 캡처


똑같은 자막 오류를 실수라고 할 수 있을까. 넷플릭스가 드라마 '하백의 신부'에서 동해를 '일본해'로 해석했다. 영화 '사냥의 시간'에 이어 두 번째 '일본해' 표기 오류다.

외교 사절단 반크는 11일 넷플릭스가 2017년 방영된 한국 드라마 '하백의 신부'를 스트리밍 서비스로 선보이면서 프랑스어 자막에 동해를 '일본해'로 표기했다고 밝혔다. 이는 프랑스에서 석사 과정 중인 한국인 유학생의 제보에 의해 발견됐다.

'하백의 신부'는 2인간 세상에 온 물의 신(神) 하백(남주혁 분)과 대대손손 신의 종으로 살 운명인 여의사 소아(신세경 분)의 코믹 판타지 로맨스다. 현재 넷플릭스를 통해 전 세계인에게 서비스되고 있다.

문제의 자막은 '하백의 신부' 11화에 등장한다. 극 중 신세경이 "우리나라 동해 바다에서 석유도 좀 막 팡팡 솟게 해주세요"라고 말하는 대사에서 동해를 프랑스어 'La mer du Japon(일본해)'로 번역했다.

이에 대해 반크는 "우리나라 드라마가 최근 유럽에서 높은 인기를 끌고 있기에 이러한 오류는 반드시 시정해야 한다"며 넷플릭스에 항의 서한을 보내고 번역을 고치라고 요청했다. 또한 프랑스의 아틀라스 출판사가 발행하는 세계지도책에 동해와 일본해를 병기한 사례와 세계 최대 교과서 출판사 중 하나인 돌링 킨더슬리(DK), 온라인 지도 제작사 월드아틀라스, 내셔널 지오그래픽이 '동해'로 표기한 사례를 전달했다.
'사냥의 시간'/ 사진=넷플릭스 제공
'사냥의 시간'/ 사진=넷플릭스 제공
넷플릭스의 '일본해' 표기는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공개된 영화 '사냥의 시간'에서는 독일어 자막을 통해 동해를 '일본어(Japanischen Meer)'로 표기했다. 극 중 이제훈이 전화 통화 도중 "지금 동해에 있다"고 말하는 장면에서 해당 문제가 발견됐다.

당시에도 반크는 독일어 외에 브라질식 포르투갈어, 헝가리어, 폴란드어, 덴마크어, 스페인어 총 6개 언어에 표기 오류가 있는 것을 추가로 발견했고 시정을 요구했다.

이에 넷플릭스는 "다양한 언어로 자막을 제공하는 과정에서 저희가 충분히 내용을 검토하지 못했다. 앞으로도 많은 관심과 피드백 부탁드린다"고 사과했다.

넷플릭스는 전세계 1억 8천 명이 가입해 보는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다.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급격한 성장을 이뤄냈다. 지난해 국내에서만 4154억500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이는 전년 대비 123.5% 늘어난 수준이다. 국내 회원 구독료에서 발생한 스트리밍 수익은 3988억원으로, 매출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하지만 넷플릭스는 조세 회피를 위해 일부러 영업이익을 낮게 잡고 있다는 의혹을 받았다. 법인세율이 높은 한국지사의 수익을 고의로 낮추고, 경영자문료 등의 방식으로 법인세율이 낮은 해외지사로 수익을 이전하는 편법을 썼다는 게 서울지방국세청의 의심이었다.

번역 오류와 조세 회피 의혹이 연이어 터지자 당시 많은 누리꾼들은 "한국 소비자들을 호갱(호구+고객)으로 본다"고 꼬집었다.

그럼에도 넷플릭스는 여전히 자체 번역팀을 갖추지 않고 외주 업체를 통해 자막과 더빙을 제공받고 있다. 번역을 담당하는 인력을 투입하든지, 모니터링 시스템을 강화하든지 별도의 조치가 요구되는 시점이다.

계속된 자막 오류는 세계 최대의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라는 넷플릭스의 위상을 스스로 깍아내리고 있다. 깊은 반성과 철저한 재발 방지 대책이 필요하다. 형식적인 사과는 국내 소비자들의 분노를 또다시 키울 수 있다.

정태건 텐아시아 기자 biggun@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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