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의 맛', 조작 여파로 시즌1 종료
함소원 논란 언급 없이 다음 시즌 기약
불명예 퇴장에도…"다시 찾아올게요"
'아내의 맛' /사진=TV조선 방송화면 캡처
'아내의 맛' /사진=TV조선 방송화면 캡처
'아내의 맛'이 시즌 종영했다. 관찰 예능 사상 최초로 '조작 논란'이 불거진 데 따른 불명예스러운 퇴장이다. 하지만 프로그램 폐지가 아닌 시즌 종영을 택했다. 마지막까지 다시 돌아오겠다는 인사를 건네며 자존심을 굽히지 않은 TV조선이었다.

지난 13일 TV조선 '아내의 맛'이 시즌1이 막을 내렸다. 이날 방송 말미 MC 이휘재는 "매주 화요일 밤 다양한 부부와 가족 이야기로 재미와 감동을 안겨드렸던 '아내의 맛'이 시즌1을 마무리하게 됐다"고 알렸다.

패널들은 아쉬운 마음을 드러냈다. 장영란은 "'아내의 맛'을 통해 저의 새로운 모습을 보여드렸다. 아쉽고 슬프다. 마음이 아프고 속상하지만 좋은 모습으로 다시 만날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3년이라는 시간이 너무 빠르다"고 종영 소감을 전했다.

홍현희는 "결혼하고 이 프로그램을 같이 시작했다. 신혼여행도 '아내의 맛'과 같이 가는 등 결혼생활이 다 녹아있다. 친정 같다"며 "시즌2에서는 셋이서 함께 하도록 하겠다"고 말해 웃음을 안기기도.

MC들은 줄곧 다음을 기약했다. 박명수는 "잠시 휴식기를 가진다. 더욱 재밌고 멋진 분들과 함께 기회를 만들어보도록 하겠다"고 인사를 건넸다. '아쉬움은 잠시 또다시 찾아올게요'라는 자막에는 하트 표시까지 더해졌다. 출연진들은 한 목소리로 아쉬워하며, 다음 시즌에 대해 언급했다. 언뜻 평범한 끝인사 같다. '조작 논란'으로 종영이라는 궁지에 몰린 전후 사정은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 끝까지 자존심을 굽히지 않은 '아내의 맛'이었다.
함소원 / 사진 = 텐아시아DB
함소원 / 사진 = 텐아시아DB
앞서 '아내의 맛'은 출연자인 함소원, 진화 부부의 에피소드가 수차례 조작을 한 정황이 드러나 시청자들로부터 빈축을 샀다. 진화가 재벌로 알려진 것과 달리, 함소원 부부의 시부모 별장과 신혼집이 렌트한 장소였다는 의혹을 시작으로 전화 목소리 대역 등 거짓 방송 의심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TV조선도, 함소원도 오랜 침묵을 이어갔다. 그러다 내린 결정은 함소원의 하차. '아내의 맛' 제작진은 거듭된 논란에 함소원의 하차 소식을 전했다. 함소원이 먼저 하차하겠다는 의사를 전해왔고, 제작진은 이를 받아들였다는 것. 단, 하차 이유는 밝히지 않았다. 거짓 방송 진위 여부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극에 달한 상황에서도 대응을 하지 않고, 함소원의 하차로 사건을 일단락하려는 듯 했다.

논란에 대한 명확한 상황 설명이나 해명 없이, 하차로 사태를 무마하려는 TV조선과 함소원의 일방적인 소통 방식에 거센 비판이 일었다. 결국 '아내의 맛' 측은 "함소원과 관련된 일부 에피소드에 과장된 연출이 있었음을 뒤늦게 파악했다"며 "방송 프로그램의 가장 큰 덕목인 신뢰를 훼손한 점에 전적으로 책임을 통감한다"고 조작 논란을 인정, 시즌1 종료를 결정했다.

함소원 또한 "전부 다 세세히 낱낱이 개인적인 부분들을 다 이야기하지 못했다. 과장된 연출 하에 촬영했다"며 "변명하지 않겠다. 친정과도 같은 '아내의 맛'에 누가 되고 싶지 않았기에 자진 하차 의사를 밝혔고, 그럼에도 오늘과 같은 결과에 이른 것에 대해 진심으로 안타깝고 송구한 마음"이라고 사과했다.

시청자들의 분노는 여전히 가라앉지 않은 상태다. 관찰 프로그램의 핵심인 진정성을 뒤흔드는 조작 논란으로 방송 역사상 희대의 오점을 찍어놓고도 프로그램 폐지가 아닌, 시즌 종료를 결정한 '아내의 맛'의 안일한 태도에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그럼에도 여전히 재기를 꿈꾸는 '아내의 맛'이다. 다시 찾아오겠다며 애교스럽게 '하트' 표시까지 더하는 정신승리를 보였다. 문제의 본질을 외면하려는 것일까, 아니면 지독한 자기 위안일까. 새삼 대단한 '아내의 맛'이다.

김수영 기자 swimkim@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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