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래 / 조준원 기자 wizard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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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론의 강원래, 댄서 강원래, 교수 강원래 그리고 작가 강원래. 앞에 붙는 소속은 다 다르지만 댄스에 대한 자부심과 애정만큼은 다르지 않다. 그 자부심을 통째로 넣어 한국 댄스 뮤직의 역사를 담은 책 'THE DANCE : 한국댄스뮤직100년사'를 출간했다. 한국 댄스계의 전설 강원래가 쓴 한국 댄스 뮤직의 역사다.

시대를 풍미한 댄서들과 댄스 가수들의 발자취를 따라가보면 그 시절을 함께 했던 누군가엔 향수를, 댄스를 사랑하고 K팝을 사랑하는 Z세대에겐 흥미를 준다. 최근 강원래를 만나 그때 그 시절이야기부터 이 책을 쓰게 된 이유, 과정까지 흥미로운 이야기를 나눴다.

10. 'THE DANCE : 한국댄스뮤직100년사'를 내게 된 계기는?
강원래 :
2020년에 논문을 완성했다. 논문에 포인트 안무와 K팝 댄스에 대한 고찰을 썼는데, 자료를 찾다보니 스트리트댄스의 역사를 2000년대에 시작됐다고 해놨더라. 2000년에 스트리트댄스가 시작됐다면 7080년 선배들은 무엇이며 1990년대에 활동했던 우리는 뭐가 되느냐. 화가 나서 책을 쓰자는 생각을 하게 됐다. 그런데 알고보니 2000년대에 댄스 학과가 생기고 팝핀 등이 막 생겨나서 그렇게 정의를 한 거였다. 그래서 학생들에게 지침이 될 수 있는 댄스 역사를 정리해보자는 생각에 대중음악평론가 박성건 님과 함께 했다.

10. 취재를 하고 글로 정리를 하고, 사진을 수집해 완성하기 까기 얼마나 걸렸나?
강원래 :
2년 가까이 걸렸다. 사실 책을 다 쓰고 난 뒤에 문나이트(강원래가 연 이태원 주점)에서 파티를 하고 자축을 하면서 출간기념회 생각도 했다. 근데 문나이트를 말아 먹었다 (웃음).

10. 문나이트는 완전히 정리를 한 건가? 손해가 꽤 컸을 것 같은데.
강원래 :
문나이트는 완전히 정리가 됐다. 넣은 인테리어도 우리가 전부 다 뺐다. 중간에 작게 나간 것들 제외하면 피해는 5억 원에 달한다.
강원래 / 조준원 기자 wizard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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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코로나19가 끝나고 안정을 찾으면 다시 재개할 생각인가?
강원래 :
재개장 생각은 아예 없다. 옛날 향수에 젖어서 문나이트라고 하면 모든 친구들이 나와서 춤추는 꿈을 꿨다. 형들이 와서 하루 마시고 놀더니 한 달을 쓰러져 있더라. 젊었던 형들이 50대 60대다. 일주일에 12번 춤추러 갔었는데 지금은 아니다. 술 마시고 일주일 앓아누웠다고 하더라. (웃음) 그런 쪽보다는 다른 쪽으로 생각해본다. 장사가 생각보다 재미가 없었다. 성격에도 안 맞는 것 같다. 서비스업을 하는 분들 대단하다.
[TEN 인터뷰] 강원래 "댄스 뮤직 책 왜 썼냐고요? 댄서의 인정 위해서죠"
10. 책 표지가 아내 김송 같다.
강원래 :
아니다. 인순이 선배다. 나에게 댄스 가수 100명 중에 1위를 뽑으라고 하면 (전 세대 통틀어서) 인순이 선배다. 그때 당시 센세이션 하기도 했고 댄스 뮤직의 상징적인 느낌이다. 외국 문화 느낌도 있고 흑인 스타일의 춤이었다. 인순이 선배가 (댄스 뮤직을)하려고 하진 않았지만 상징적 인물이라 인순이 선배 공연 포스터를 표지에 담았다.

10. 책에 예전 사진이 꽤 많다. DB 수집은 어떻게 했나.
강원래 :
내가 가진 것들도 있고 다른 동료들에게 받았다. 애들한테 직접 연락을 돌렸었다. 박성건 님은 종묘 시장가서 당시 잡지를 찾아내서 사왔다.

10. 가수들과 댄서들의 인터뷰도 수록되어 있던데, 인터뷰는 직접 했나.
강원래 :
그렇다. 10명 정도 인터뷰를 했는데 직접 했다. 개인사 100년이 아니라 언론에서 다 다뤄서 모두가 알고 있는 이야기다. 이슈가 됐던 이야기를 하나하나 쓰려고 했다. 최초의 댄싱팀 스파크 소속 댄서들도 다 찾아 인터뷰를 했다. 이 책에 담지 않았던 비하인드 스토리를 쓰라고 하면 10권은 더 나오지 않을까.

10. 시간이 흐른 뒤 다시 만나니 어떻던가.
강원래 :
잘 된 친구도 있고, 지금은 잘 못 나가는 친구들도 있지만 그들이 방탄소년단이나 싸이 '강남스타일' 등에 영향을 준 건 분명하다.

10. 예전이 '듣는 음악'이었다면 지금은 '보는 음악'의 시대라고 한다.
강원래 :
아니다. 예전부터 보는 음악이었다. 1980년대부터 시작된 말 아닐까. 김완선, 박남정 무대를 본 이후 '쟤 춤 봤냐' 이런 말을 나눴다. 세계적으로 플래시몹(flash mob)이 유행했을 때를 봐라. 슈퍼주니어 '쏘리쏘리'를 틀어주면 다 그 춤만 춘다. 방탄소년단이 지금의 자리까지 올라간 것도 포인트 댄스와 댄스 뮤직이다. 댄스 뮤직은 무조건 댄스가 있어야 한다는 거다.
강원래 / 조준원 기자 wizard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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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눈여겨보는 댄스 가수 후배가 있나?
강원래 :
눈길을 사로잡는 댄서는 아직 없다. '쿵따리샤바라' 같은 국민가요도 아직 안 나왔다. 최근 가요로 따지면 자이언티의 '양화대교'.

10. 아들 강선의 끼가 대단한데 연예인 시킬 생각도 있는지 궁금하다.
강원래 :
우리 아들은 춤 못 춘다. 나나 (김)송이나 시키면 못하는 스타일이다. 아들도 똑같다. 춰보라고 하면 안 추고 혼자서 막 흔든다. 근데 그런 애들이 꼭 잘하고 잘된다. 나도 하지말라고 해서 잘 된 케이스다. 아들이 재능이 있거나 연예인을 하겠다고 하면 말릴 생각은 없다. 근데 억지로 밀고 그러진 않을 것 같다.

10. 책을 쓰며 오랜만에 연락한 사람은 누구인가?
강원래 :
팝핀 현준, 이항우 선배. 이항우 선배는 진짜 대단한 사람이다. 민해경, 김완선 등 당대 최고의 스타 안무는 다 만들었다. 선배한테 연락을 하니 '네 덕에 체면이 산다' 이런 이야기를 하더라. 이항우 형은 어르신 상대로 춤 치료를 하고 있다. 스파크의 리더 이성문 형도 연락했다. 당시 막내가 양현석이었다.

10. 혹시 두 번째 시리즈의 책을 낼 생각도 있나?
강원래 :
가제는 생각해뒀다. '봉고댄스와 빤스부대'. 좀 자극적인가 하하. 당시 댄서들이 봉고차타고 밤업소에서 춤을 추면서 돈을 벌고 그랬다. 빤스 부대는 그때 디스코 추던 사람을 부르던 말인데 팬티를 입고 달려서 붙은 별명이다. 그냥 가장 사실적인 댄서들의 이야기를 담고 싶다. 음, 나는 댄스라는 장르가 사람들에게 존중받는 장르가 됐으면 좋겠다. 과거엔 댄스 가수라고 하면 그렇게 말하지 말라고 했었다. 댄스 가수 누구 했을 때, 탄성이 나올 정도까진 아니어도 무시하진 말아야지 하는 생각이다. 이 의견은 내가 댄서라 댄스에 치우친 의견이다. 어쩔 수 없다. 하하.
강원래 / 조준원 기자 wizard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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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앞으로 세워둔 구체적인 계획이나 목표가 있다면.
강원래 :
조금 더 많은 책을 쓰고 싶다. 특히 강원래나 클론을 정리해보고 싶다. 나는 하나의 기록물이라고 생각하는데 (구)준엽이는 책을 쓰는 걸 잘난 척한다고 생각한다. 설득해서 책을 내고 싶다. 그리고 또 박사 과정으로 공연 치료에 대한 공부를 더 하고 싶고, 일을 더 하고 싶다. 라디오 진행을 13년 넘게 했는데 20년 정도 더 진행하고 싶다. (웃음) 아, 최근 강릉 장애인인권영화제에 영화를 출품했다. 시나리오, 감독, 출연 다 했다. 하하. 바람이 있다면 이 영화로 장애에 대한 편견이 조금이라도 변화하는 거다.

10. 어떤 책이 됐으면 좋겠는가?
강원래 :
카더라 통신이 많으니까 (댄스 뮤직의)정답지가 됐으면 좋겠다. 한편의 역사책이었으면 한다. 탱고, 고고, 디스코, 허슬 이런 춤들이 세계적으로 유행할 때 우리 사이에서도 유행했다는 것 그리고 유행에 함께 했던 사람들이 있었다는 걸 알리고 싶다.

10.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강원래 :
댄서들이 인정을 받는 시대, 댄서를 꿈꾸는 친구들의 장래가 보장되는 시대가 됐으면 좋겠다. 댄서들은 '몇 살까지 하겠어'라는 말을 듣지 않나. 댄서가 춤만 추는 것도 있지만 댄스 연구도 있고, 10분을 보고 다 짚어주고 조언을 해주는 직업도 있다. 연륜이라는 게 있으니까. 댄서들이 유행에 민감하다. 기획사 대표들도 다 댄서였다. 댄스가 무시 받지 않았으면 좋겠다.

우빈 텐아시아 기자 bin0604@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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