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덕 감독, 라트비아서 코로나19로 사망
유족 측, 대사관 측에 장례 절차 일임 희망
이국 땅에서 영욕의 삶 마무리
김기덕 감독, 라트비아서 화장 후 유골 송환될 듯
김기덕 감독, 라트비아서 화장 후 유골 송환될 듯
김기덕 감독이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합병증으로 라트비아에서 사망한 가운데, 고인의 시신이 현지에서 화장될 가능성이 제기됐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에 있는 김기덕 감독의 유족 측은 라트비아에 직접 가기 어려워 주라트비아 한국대사관에 장례 절차를 맡기고 싶다는 의사를 대사관 측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족이 직접 장례를 치르러 가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코로나19 때문. 한국에서 라트비아까지 항공기를 타고 가려면 최소 12시간 이상이 소요되며, 여러 차례 비행편도 경유해야 하는 상황이다. 현재 코로나19로 인해 국가 간 이동 자체가 쉽지 않기에 유족 측은 라트비아 현지 대사관에 장례 절차를 일임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김기덕 감독의 시신은 라트비아에서 화장한 후 이후 유해를 국내로 들여오게 될 전망이다.

11일(현지시간) 델피, 타스 통신 등 외신은 김기덕 감독이 라트비아 병원에서 코로나19 감염 및 합병증으로 사망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김기덕 감독은 상트 페테르부르크에서 에스토니아를 거쳐 지난 달 20일 라트비아에 도착했고, 5일 이후 연락이 두절됐다. 김기덕 감독은 라트비아 북부 휴양 도시 유르말라에 저택을 구입하고, 라트비아 영주권을 확득할 계획이었다고 외신은 전했다.

김기덕 감독 측 관계자 역시 "외신 보도 후 확인 결과 김기덕 감독이 라트비아에서 사망한 게 맞다"며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고 입원 후 2일 만에 사망하신 걸로 알고 있다. 가족들도 몰랐던 소식이었다"고 했다.

김기덕 감독은 낯선 이국 땅에서 파란만장했던 영욕의 삶을 마무리하게 됐다. 경상북도 봉화군에서 태어난 그는 저예산영화 '악어'로 데뷔했다. '나쁜남자', '섬' 등 그의 작품은 강한 폭력성과 여성에 대한 가학적인 장면들로 논란의 대상이 되곤 했다. 그러나 김기덕 감독의 작품성은 해외 영화제에서 크게 주목 받았고, 그는 세계 3대 영화제인 칸, 베니스, 베를린에서 모두 상을 받은 유일한 한국 감독으로 거듭났다.

영화 '사마리아'로 제54회 베를린 국제영화제에서 은곰상 감독상을, 같은해 베네치아 국제영화제에서 '빈 집'으로 은사자상을 수상했다. 또 2012년 영화 '피에타'로 제69회 베니스 국제영화제에서 황금사자상을 받으며 한국 영화계의 르네상스를 이룬 대표적인 인물로 각광 받았다.

하지만 거장의 빛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2018년 '미투 논란'이 불거진 것. 이에 국내 활동이 어려워진 그는 지난 2년여 동안 해외에서 지내왔다. 지난해에는 러시아 모스크바 영화제 심사위원장으로 위촉됐고, 카자흐스탄에서 러시아어 영화 '디졸브'를 찍는 등 해외에서 활동을 이어왔다.

김수영 기자 swimkim@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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