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대엽, '부캐' 열풍의 선두주자
카피추 통해 전성기 맞아
MBN '보이스트롯'서 애절한 무대로 화제
최종 순위 8위, 진정성 통했다
카피추로 전성기를 맞은 개그맨 추대엽. /이승현 기자 lsh87@
카피추로 전성기를 맞은 개그맨 추대엽. /이승현 기자 lsh87@
“18년 동안 바쁘게 활동한 적이 없어요. 그래서 쉬는 날 없이 일하는 게 익숙하지 않았죠. 이렇게 큰 사랑을 받아도 되나 싶어요. 늘 감사하면서 보답해야겠다는 마음뿐이죠. 실망 시키지 않기 위해 재밌는 모습을 많이 보여주려고 노력 중입니다.”

지금 연예계에 ‘부캐’ 열풍이 뜨겁게 불고 있다. ‘부캐’로 활동하는 많은 연예인 중 단연 돋보이는 인물은 개그맨 추대엽(카피추)이다. 지난해 작가 겸 방송인 유병재의 유튜브 채널에 출연한 그는 곱슬머리에 개량한복을 입고, 다양한 인기곡들을 표절인 듯 아닌 듯 교묘하게 개사하며 폭발적인 관심을 끌어냈다. 이후 데뷔 18년 만에 전성기를 맞은 추대엽은 방송가를 활보하며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2002년 MBC 13기 공채 개그맨으로 데뷔한 추대엽은 ‘코미디 하우스’, ‘웃으면 복이 와요’, ‘개그야’, ‘웃고 또 웃고’, ‘코미디에 빠지다’ 등 다수의 코미디 프로그램에 나오며 존재감을 알렸다. 그러나 공개 코미디가 점차 사라지기 시작하면서 개그맨들이 설 자리가 줄어들었다. 이는 추대엽 또한 마찬가지였다. 그런 그에게 카피추는 단비와도 같았다.

추대엽은 “카피추는 우리 가족이 제대로 살 수 있도록 지켜줬다”면서 “여러모로 힘든 여건에 부닥친 상황이었는데 카피추를 만나면서 인생이 달라졌다”고 밝혔다.

카피추가 대중에게 통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추대엽은 “당시 콘텐츠의 분위기나 상황이 인상 깊게 다가오면서 통한 것 같다”며 “유병재의 기획력이 카피추가 대중들에게 잘 흡수된 원동력이 아닐까 싶다”고 설명했다.

“유병재와 콘텐츠를 기획할 때까지만 해도 카피추를 ‘부캐’로 생각하고 시작한 건 아니었어요. 사람들이 그렇게 만들어줬죠. 사실 코미디언에게 ‘부캐’는 일상과도 같았어요. 저 같은 경우에도 이전에 성식이 형이나 천엽으로 활동했었죠. 그런 게 다 ‘부캐’가 아닐까 싶어요. 그런 부분에 있어서 코미디언들이 탁월한 재능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추대엽은 따로 기타를 배운 적이 없다고 했다. /이승현 기자 lsh87@
추대엽은 따로 기타를 배운 적이 없다고 했다. /이승현 기자 lsh87@
추대엽은 2014년 세 살 연하의 일반인과 결혼했으며 슬하에 1남 1녀를 두고 있다. 카피추로 활동한 후 가족들의 반응은 어땠을까.

그는 “아직 아이들이 어리지만 내 노래를 좋아해서 외우고 다닌다. 한번은 유치원에서 ‘아이가 노래를 이상하게 부른다’고 전화가 왔다”면서 “그래서 내가 직접 유치원에 갔더니 선생님께서 깜짝 놀라더라. 나중에 차츰 설명하니까 좋아해 줬던 적이 있다”고 털어놓았다.

그러면서 “주변에서 (카피추를 보고) 뻔뻔하거나 귀엽다고 하더라. 한 연령층에 국한되지 않고 남녀노소 관심을 가져주는 것 같아 감사할 따름”이라며 “내 콘텐츠를 보는 주 연령층이 20대 후반에서 30대 중반이 압도적으로 많다. 젊은 친구들이 나를 왜 좋아하는지 의문이면서도 옛날 코드를 알고 이해하는 게 신기했다”고 했다.

카피추로 활동한 이후 SNS를 통해 감사 메시지를 많이 받았다는 추대엽. 그는 “무명시절이 길었던 만큼 나를 응원해주는 글이 많다”며 “한번은 ‘육아로 힘들 때 카피추 영상을 보는 게 유일하게 웃는 시간’이라는 메시지를 받았는데 되게 뿌듯했다”고 말했다.

“주부들이 제 영상 보고 되게 좋아해 주더라고요. 가끔 10대 친구들이 ‘우리 엄마가 너무 좋아해요’라고 하면서 엄마 이름으로 사인을 받아가요. 제 개그에 주부들이 좋아하는 코드가 있는 것 같아 놀라웠죠.”

갑작스럽게 쏟아진 스케줄에 체력적인 부담도 만만치 않았다고. 추대엽은 “초반에는 몸이 적응을 못 했다. 그 탓에 링거를 계속 맞으면서 스케줄을 소화했다”며 “그동안 받지 못한 사랑을 한 번에 쟁여놨다가 받는 것처럼 버겁더라. 지금은 조금 익숙해진 상황”이라고 전했다.
지난해 12월 샌드박스네트워크와 전속 계약을 체결한 추대엽. 그는 소속사의 전폭적인 지원 아래 자신의 역량을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다.

또한 “일이 밀려 들어오면서 감당이 안 될 때가 있다. 그럴 때마다 잘 처리해줘서 너무 편하다. 그 덕에 업무를 볼 때도 수월하게 진행하고 있다”고 이야기했다.
추대엽은 조만간 신곡을 발매해 팬들과 소통하겠다고 했다. /이승현 기자 lsh87@
추대엽은 조만간 신곡을 발매해 팬들과 소통하겠다고 했다. /이승현 기자 lsh87@
카피추 하면 빼놓을 수 없는 게 노래다. ‘곽철용의 숲’을 비롯해 ‘달려있는 하니’, ‘선릉역에서’, ‘아기상어라지만’, ‘아모르게따’, ‘치키치키차카차카차칸며느리’ 등 재치 있게 풀어낸 가사들이 대중들의 마음을 사로잡으며 화제를 모았다.

“갑자기 영감이 떠오르더라고요. 어떨 때는 한 번에 3개씩 생각날 때도 있죠. 본격적으로 노래를 만들기 시작한 건 개그맨이 된 후부터였어요. 신인 때 라디오에서 노래와 연관해 여러 종류의 콘텐츠를 만들었죠. 그게 훈련이 된 것 같아요. 이후 MBC 표준FM ‘신동의 심심타파’에서 노래를 카피하는 코너를 하게 됐죠. 몇 년을 하다 보니까 자료들이 쌓이더라고요. 아직도 보여줄 것이 많이 남았습니다.”

유튜브에서의 인기도 뜨겁다. 채널을 개설한 이후 꾸준한 상승세를 달리며 구독자 35만 명을 달성한 것. 추대엽은 “업로드가 몇 개월째 멈춰있다. 한동안 MBN ‘보이스트롯’ 경연에 집중하느라 여건이 되지 않았다”면서 “현재 녹음과 뮤직비디오 촬영은 끝난 상황이다. 방송이 끝나고 나면 본격적으로 활동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근에는 ‘보이스트롯’을 통해 수준급의 가창력을 드러내며 많은 사랑을 받았다. 추대엽은 “한 곡으로 대중들에게 평가를 받기 때문에 정신적인 스트레스가 있다. 최상의 컨디션으로 녹화를 해본 적이 없어서 아쉽다”면서 “남진 선생님께서 개그맨을 그만두고 트로트 가수를 하라고 하더라. 어릴 때는 뽕필이 많은 게 단점이었는데 지금은 장점으로 적용돼서 너무 좋다”고 밝혔다.

앞으로 대중들에게 어떤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을까. 추대엽은 “보면 기분이 좋은 사람이 되고 싶다. 나를 통해 웃음을 얻고 긍정적인 에너지를 가졌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고백했다.
“계획 없이 하루하루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고 싶어요. 그러다 보면 그게 무기가 되고 원동력이 되더라고요. 앞으로 제가 어떤 삶을 살아갈지 많이 기대하고 지켜봐 줬으면 좋겠습니다.”

박창기 기자 spear@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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