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김지원 기자]
배우 도상우. /이승현 기자 lsh87@
배우 도상우. /이승현 기자 lsh87@
“마지막회를 보고 기분이 묘했어요. 애정을 갖고 임한 작품이라 배우들, 스태프들이 오래 기억에 남고 많이 그리울 것 같아요.”

TV조선 역대 드라마 중 최고 시청률 6.3%로 종영한 ‘간택-여인들의 전쟁’(이하 ‘간택’)에 출연한 배우 도상우는 이렇게 말했다. 앞서 배우들은 시청률 7.0%를 넘겨 포상휴가를 가겠다는 목표도 세웠다. 도상우는 “시청률 때문이 아니라 너무나 돈독하게 지낸 팀과 함께 여행가면 얼마나 재밌었을까 싶다는 생각에 포상휴가를 못 간 게 아쉽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스케줄이 맞는 사람을 모아 2월 말에 강원도로 함께 여행 가서 이야기도 나누고 술도 한 잔 하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사진=TV조선 ‘간택’ 방송 캡처
사진=TV조선 ‘간택’ 방송 캡처
도상우가 연기한 이재화는 갑작스럽게 왕위 계승 서열 1위의 대군이 된 인물이다. 왕이 죽었다고 생각한 대신과 종친들은 거리 인생을 살던 이재화를 용상에 올려 자신의 입맛대로 부리려던 작정이었다. 그러나 알고 보니 이재화는 왕위를 탐하고 있었다. 도상우는 순박하고 어리바리한 청년과 용상을 꿈꾸는 야망가 대군을 오가며 마치 1인 2역 같은 연기를 선보였다. 그는 “도상우의 재발견이라는 반응이 기억에 남는다”며 “칭찬을 낯 간지러워하고 쑥스러워하는데도 기뻐서 그 댓글을 한참이나 봤다”고 말했다.

“두 가지 캐릭터를 연기한다고 생각하고 준비했어요. 초반에는 능글맞고 순수한 청년, 연모하는 여인에게 솔직하게 마음을 표현하는 청년으로 구상했죠. 뒤로 갈수록 악한 면모를 드러내는데 ‘같은 사람 맞아?’라는 소리를 듣겠다는 목표로 뒷부분에는 어둡고 무겁게 연기했어요.”

배우 도상우. /이승현 기자 lsh87@
배우 도상우. /이승현 기자 lsh87@
도상우는 이번 드라마로 처음 사극에 도전했다. 극 중 이재화가 지방에서 살고 있었다는 설정이었기 때문에 도상우는 사투리도 써야했다. 부산 출신인 그에게 사투리 자체가 어렵지는 않았지만 사극에 어울리는 사투리를 구현해내야 한다는 점은 많은 노력이 필요했던 부분이다.

“사극은 톤이나 발성, 호흡이 현대극과는 많이 달랐어요. 먼저 대사 전달이 제대로 돼야 한다고 생각해서 사극 말투로 녹음하고 듣고를 반복했어요. 능글능글 어리숙하던 이재화가 야심을 드러낸 후에는 진지하고 중저음의 톤을 사용하려고 했죠. 캐릭터들이 사투리를 쓰는 사극을 찾아보다가 드라마 ‘녹두꽃’을 보고 아이디어를 얻기도 했어요.”

도상우가 연기하며 특히 신경 썼던 것은 강은보(진세연 분)를 연모하는 이재화의 감정선이었다. 그는 “이 감정을 끝까지 잘 끌고 가야 이재화의 마지막 순간에 복합적인 감정을 폭발시킬 수 있을 것 같았다”고 설명했다. 권력도 여인도 얻지 못한 이재화는 연적이던 왕에게 붙잡혀 마지막에는 자결을 택한다.

“이재화는 왕이 되고 싶은 야망도 컸지만 저는 강은보를 향한 그의 연심을 놓치지 않으려고 했어요. 강은보가 이재화를 본 체 만 체하고 냉정하게 왕에게 가버리는 모습에 이재화를 연기하는 저로서는 마음이 쓰렸죠. 그런 강은보를 향한 마음을 놓치지 않아야 이재화의 감정이 설득력 있을 거라고 생각했고, 또 마지막에 그 감정들을 폭발적으로 끌어올려야 이재화야 확 무너질 거라고 생각했어요. 감독님과 작가님에게 촬영 중반부 쯤 이재화가 자결한다는 사실을 제게 얘기해줬어요. 그래서 감정을 정리하고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이 좀 있었죠. 드라마가 끝나고 나면 홀가분할 줄 알았는데 아직도 완전히 떨치진 못한 것 같네요.”

배우 도상우. /이승현 기자 lsh87@
배우 도상우. /이승현 기자 lsh87@
어느 때보다도 이번 촬영 현장이 훈훈하고 화기애애했다는 도상우. 상대 배우인 진세연에 대해 그는 “현장의 엔도르핀이었다”며 “힘든 촬영 속에서도 항상 웃고 내가 편안하게 연기할 수 있도록 만들어줬다. 다른 작품에서 다시 만나고 싶은 배우”라고 고마워했다. 또한 “이시언 씨, 안세하 씨, 김범진 씨, 김민규 씨 등 다 같이 만나는 장면이 많지 않은데도 늘 형, 동생들과 모두 무리 지어 다녔다. 궁합이 너무 좋았다”고 자랑했다.

2018년 1월 제대 후 같은 해 10월부터 방영된 드라마 ‘하늘에서 내리는 일억개의 별’을 찍은 도상우. 그는 그 후 다시 1년 정도 공백기를 가졌다가 ‘간택’에 출연하게 됐다. 도상우는 “연기를 하고 싶었는데 못 하기도 했고 여러 가지 정신적으로 힘든 시간들을 보냈다”고 털어놓았다. 그러면서도 “그 시간들이 있었기에 내면은 좀 더 성숙해졌고 다시 초심도 잡을 수 있었다”며 “지금은 그 시간들이 소중하다”고 이야기했다.

“2008년 모델로 데뷔해 2011년부터 연기 활동을 시작한 후에는 쉬지 않고 연기를 해왔어요. 군대를 가고 제대 후에 공백을 가지고… 연기가 이렇게 부족한데 더 할 수 있을까 고민도 하고 머리가 터질 것 같은 시간이었죠. 당시에는 일을 하지 못해 힘들었는데 지금 돌아보면 군 복무를 하고 제대 후에 휴식을 하지 않았다면 오히려 슬럼프를 심하게 겪었을 것 같아요. 전 힘들었던 시간도 슬럼프라고 생각하진 않아요. 제게 자양분이 됐죠.”

배우 도상우. /이승현 기자 lsh87@
배우 도상우. /이승현 기자 lsh87@
지금까지 드라마만 했던 그의 올해 목표는 영화를 찍는 것이다. 도상우는 “드라마든 연극이든 뮤지컬이든 영화든 무엇을 하든 처음에는 다 두려움이 있다”며 “또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크기 때문에 영화를 할 수 있는 기회가 온다면 철저히 준비할 것”이라고 각오를 밝혔다. 그러면서 “큰 스크린에 내가 어떻게 나올지, 관객들은 어떤 평가를 해주실지 궁금하다”고 덧붙였다.

“봉준호 감독님이나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님 같이 세계적인 거장들과도 작업해보고 싶어요. 비현실적인 것 같지만 어쩌면 이룰 수도 있는 목표 아닐까요? 하하. 꼭 거장 감독님이 아니더라도 외국 배우들, 스태프들과 외국처럼 경험해보지 못한 공간에서 연기해보는 느낌은 어떨지도 궁금해요.”

도상우는 “기다림의 시간이 힘들다는 걸 알기에 체력이 되는 한 계속 달리고 더 많은 걸 깨달으며 성장하고 싶다”고 말했다.

김지원 기자 bella@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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