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자’·’설국열차’ 할리우드 제작진과 손잡은 작품
‘기생충’ 자본부터 배우까지 온전한 한국 영화
“한국 영화 101년의 쾌거”

영화 ‘기생충’의 아카데미 각본상 수상 이미지. /사진=CJ엔터테인먼트 공식 인스타그램
영화 ‘기생충’의 아카데미 각본상 수상 이미지. /사진=CJ엔터테인먼트 공식 인스타그램


[텐아시아=김소연 기자]‘옥자’, ‘설국열차’가 아닌 ‘기생충’이라 더 의미있는 성과다.

영화 ‘기생충’이 9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할리우드 돌비 극장에서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이하 2020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최고상인 작품상을 수상했다. 이는 비영어권, 외국어 영화가 작품상을 수상한 건 92년 아카데미 역사상 최초의 사건이다.

‘기생충’은 작품상 외에 각본상, 감독상, 국제영화상까지 총 4개 부문을 수상하면서 명실상부 2020 아카데미 시상식 최고 영화로 꼽혔다.

무엇보다 ‘기생충’이 아카데미 작품상을 수상한 것과 관련해 “완전한 한국영화이기에 더 의미있다”는 평이다.

한국영화는 1962년 신상옥 감독의 ‘사랑방 손님과 어머니’ 출품을 시작으로 꾸준히 아카데미상에 도전했지만, 후보에 지명된 것은 ‘기생충’이 처음이다. 지난해 이창동 감독의 ‘버닝’이 예비후보에 오르긴 했지만 최종 후보까진 이어지진 못했다.

아카데미는 “백인 오스카”라는 비아냥을 받았을 만큼 보수적인 곳이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1991년 데뷔 이후 수많은 히트작에 출연했음에도 2016년에 오스카를 거머쥐었을 정도였다. 그동안 오스카를 수상한 아시아계 감독, 제작자들은 손에 꼽을 정도지만 그마저도 모두 할리우드에서 활약하며 할리우드 영화를 만든 사람들이었다.

각본상만 보더라도 아시아계 감독 혹은 작가가 각본상을 받은 건 ‘기생충’이 최초다. 영어가 아닌 외국어 영화가 각본상을 수상한 것 역시 2003년 ‘그녀에게’의 스페인 페드로 알모도바르 감독 이후 17년 만의 일이다.

앞서 ‘나의 아름다운 세탁소'(1986) 각본을 쓴 파키스탄 출신 하니프 쿠레이시, 인도 출신인 M. 나이트 샤말란이 ‘식스 센스'(1999), ‘이오지마에서 온 편지'(2006) 각본에 참여한 일본계 2세 아이리스 야마시타, 애니메이션 ‘인사이드 아웃'(2015)으로 피트 닥터 감독과 함께 지명된 필리핀계 로니 델 카르멘, 2017년 ‘빅식’에서 주연과 각본을 맡은 파키스탄 출신 쿠마일 난지아니 등이 후보에 올랐지만 수상까지 이어지진 못했다.

아카데미에서 봉준호 감독에 앞서 감독상을 받은 인물로는 이안 감독이 대표적이다. 이안 감독은 ‘브로크백 마운틴’, ‘라이프 오브 파이’로 오스카를 차지했다.

하지만 ‘브로크백 마운틴’, ‘라이프 오브 파이’ 모두 연출자만 아시아계였을 뿐, 할리우드의 자본과 배우들이 출연한 할리우드 영화였다.

작품상까지 ‘기생충’이 호명되자, 아카데미에서도 “작품상을 받은 최초의 외국어 영화”라고 소개했다.

봉준호 감독도 할리우드 배우, 스태프와 작업을 진행한 경험이 있다. 크리스 에반스, 틸다 스윈튼, 존 허트 등이 출연한 ‘설국열차’,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최초로 칸 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된 ‘옥자’ 등이 그것이다.

하지만 ‘기생충’은 봉준호 감독과 오랫동안 호흡을 맞췄던 한국의 영화제작사인 바른손 이앤에이와 손잡고 만들었고, CJ ENM이 투자배급을 맡은 완전한 한국 영화다. 가장 한국적인 콘텐츠로 세계인들의 공감을 자아내고 아카데미까지 장악했다는 점에서 “쾌거”라는 평가다.

곽신애 바른손 이앤에이 대표는 “상상도 해본적이 없는 일이 실제로 벌어져서 너무 좋고 기쁘다”며 지금 이 순간에 뭔가 굉장히 의미있고 상징적인, 그리고 시의적절한 역사가 쓰여진 기분이 든다”면서 감격스러운 모습을 보였다.

이미경 CJ 부회장도 “이 영화를 사랑해주고 지지해준, 참여해준 모든 분들께 감사하다”며 “저희의 꿈을 만들기 위해 항상 지원해준 분들 덕분에 불가능한 꿈을 이루게 됐다”고 감격을 표현했다.

김소연 기자 newsinfo@tenasia.co.kr

© 텐아시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