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김지원 기자]
‘천태만상’으로 사랑받고 있는 트로트 가수 윤수현. /서예진 기자 yejin@
‘천태만상’으로 사랑받고 있는 트로트 가수 윤수현. /서예진 기자 yejin@
“천태만상 인간세상 / 사는 법도 가지가지 / 귀천이 따로있나.”

초등학생부터 중·고교생, 어른들까지 전 연령대에 걸쳐 골고루 사랑 받고 있는 트로트 인기곡 ‘천태만상’이다. 이 노래를 부른 트로트 가수 윤수현은 시원시원한 목소리에 재기발랄한 퍼포먼스, 밝은 성격과 재치 있는 말솜씨까지 갖춘 재주꾼이다. TV조선 ‘내일은 미스트롯’ 방영 이후 부쩍 늘어난 트로트의 인기에 힘입어 윤수현은 더욱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최근 출연한 MBC ‘놀면 뭐하니’에서는 트로트 가수 유산슬로 데뷔를 준비하는 유재석에게 귀에 쏙쏙 박히는 원포인트 레슨과 ‘리액션 부자’의 면모를 보여주며 시청자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밝은 에너지, 넘치는 흥을 가진 윤수현이 설을 맞아 서울 청파로 한경텐아시아로 인사를 왔다.

10. 요즘 트로트의 인기가 절정이다. 체감하고 있나?
윤수현: TV조선에서 ‘내일은 미스트롯’을 방영하기 전에도 ‘천태만상’은 순항 중이었다. 나 혼자서 붐을 일으키는 건 어려운 일이지만 방송 덕에 트로트의 인기가 치솟으니 나도 덕을 보는 것 같다. 전에는 행사를 하루에 두세 개 정도 드문드문 했는데 요즘에는 쉬는 날 없이 매일 네다섯 개를 한다. 행사 하나를 가면 네 개는 따오겠다는 마음으로 더 열심히 하고 있다. 트로트를 향한 대중들의 사랑이 쭉 이어질 거라고 생각한다.

10. 예능에 출연하면서 젊은층에도 더 얼굴을 알리게 된 것 같은데.
윤수현: 그렇다. 트로트를 좋아하는 세대의 폭이 넓어지고 있는 걸 느낀다. 얼마 전 KBS ‘전국노래자랑’ 연말결산에서는 여덟 살 아이가 ‘천태만상’을 불러줬다. 아이들 사이에서 유행인가 싶다.(웃음) ‘내 딸이 너무 좋아한다’고 말하는 어머니도 젊은 분인데 그럼 딸은 얼마나 어린 아이겠나. 예능 활동도 더 적극적으로 하면 20~30대 팬들도 늘어나고 팬들과 오래오래 같이 늙어갈 수 있을 것 같다.

10. 얼마 전 JTBC ‘막나가쇼’에서는 소장품들로 인생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는데 느낌이 어땠나?
윤수현: 방송을 보고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인생을 총정리하는 느낌이었다. MBC 대학생 트로트 가요제에서 받은 대상 트로피도 오랜만에 꺼내느라 찾는 데 한참 걸렸다. 이 트로피 덕분에 트로트 가수의 길을 걸을 수 있게 됐고 결국엔 잘 활동하고 있구나 싶어 울컥했다. 상을 탄 이후에도 얼마나 많은 역경을 겪었나 싶기도 하고, 해냈다는 생각에 뿌듯하고 대견하기도 했다. 천진난만하게 노래 부르던 예전도 생각나고 그때처럼 노래해야겠다는 초심도 다시 한 번 새겼다.

10. 타로카드점 아르바이트도 했더라. 타로카드엔 손때가 묻어있고 해설지는 너무 많이 봐서 바스러질 정도다. 타로점은 잘 맞히는 편이었나?
윤수현: 잘 맞았으니 하지 않았겠나.(웃음) 연애운 만큼은 백발백중이다. 나중에 한 번 봐드리겠다.

트로트 가수 진성을 ‘작은아버지’라 부르며 따르는 윤수현은 “선배님은 언제나 내게 잘될 거라고 격려해주셨다”며 고마워했다. /서예진 기자 yejin@
트로트 가수 진성을 ‘작은아버지’라 부르며 따르는 윤수현은 “선배님은 언제나 내게 잘될 거라고 격려해주셨다”며 고마워했다. /서예진 기자 yejin@
10. MBC ‘놀면 뭐하니’에서는 원포인트 족집게 레슨으로 유산슬의 가창 실력을 쑥쑥 키워줬다. 재밌는 리액션으로 분위기도 띄웠다. 처음 요청이 왔을 때 긴장하진 않았나?
윤수현: 긴장하기보다 ‘드디어 기회가 왔다’ 싶었다. 축제를 기다리는 것처럼 즐겁고 흥분한 마음이었다. 어떻게 해야 삭제 편집되지 않을까, 어떤 이야기를 하면 좋을까 고민하고 가서 적절하다 싶은 질문들을 탁탁 던졌다. 예명을 짓자고 제안한 것도 나다. 적어도 내가 출연했을 때 시청률이 떨어져서는 안 된다는 각오로 촬영했다.

10. 해 보고 싶은 예능이 있다면?
윤수현: MBC ‘나 혼자 산다’는 내가 부모님과 함께 살고 있어서 안 될 것 같은데 출연 요청이 오면 이왕 이렇게 된 거 독립해 볼 마음도 있다.(웃음) ‘전지적 참견 시점’이 내겐 딱일 것 같다. 내 매니저가 군인 출신인데 군인 생활이 몸에 배어서 독특한 습관을 좀 갖고 있다. 내 생활을 자연스레 보여줄 수 있는 거라면 다 좋다.

10. 유튜브채널 ‘윤수현TV’도 운영하고 있다. 언제 개설했나?
윤수현: 지난해 6월 쯤 시작했다. 열심히 해야 하는데 요즘 좀 소홀했던 것 같다. 매니저가 브이로그를 찍어주고 편집도 한다. 나도 거든다.

10. 구성진 트로트 창법으로 방탄소년단, 마마무 등 아이돌 노래를 커버하더라.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
윤수현: 전에 MBC ‘라디오스타’에 나갔을 때 방탄소년단의 ‘작은 것들을 위한 시’를 록 버전, 경극 버전 등으로 불렀다. 유튜브에도 커버 영상을 올렸다. 아미(방탄소년단 팬클럽)들이 싫어하진 않을까 걱정했는데 오히려 ‘감사하다’고 해줘서 감동했다. 젊은 아이돌 가수를 어르신들은 잘 모를 수 있는데 내 영상을 통해 아이돌 노래를 접하게 된다면 세대 간 화합을 이루는 데 일조하는 것 아니겠나.(웃음) 아이돌 노래로 트로트 메들리 앨범을 내는 것도 신선할 것 같다.

10. 아이돌 노래를 트로트로 바꿔 부를 때 팁이 있다면 알려 달라.
윤수현: 바이브레이션을 좀 더 굵직하고 무겁게 하거나 꺾기를 빠르고 간결하게 넣어준다거나, 당겼다가 풀었다가 하는 엇박을 정박으로 툭툭 부르면 트로트 느낌을 낼 수 있다.

윤수현은 ‘천태만상’에 대해 “‘귀천이 따로 있나’라는 가사가 서글퍼서 가끔 나도 울컥할 때가 있다. 그런 서글픔에 공감하는 분들이 제 노래를 들으며 위로 받으시는 것 같다”고 말했다. /서예진 기자 yejin@
윤수현은 ‘천태만상’에 대해 “‘귀천이 따로 있나’라는 가사가 서글퍼서 가끔 나도 울컥할 때가 있다. 그런 서글픔에 공감하는 분들이 제 노래를 들으며 위로 받으시는 것 같다”고 말했다. /서예진 기자 yejin@
10. 촌스럽고 어르신들만 듣는다는 이미지가 강했던 트로트가 이젠 전 세대가 신나게 즐길 수 있는 장르라고 인식이 바뀌고 있다. 트로트 가수로서 긍정적인 변화가 기쁠 것 같은데.
윤수현: 이러한 흐름이 좋다고 생각하고 트로트에 대한 편견도 계속 깨져나갈 것 같다. 또 그러길 바란다. 트로트로 유입되는 신인들도 환영한다. 트로트 시장 자체도 커진 것 같아 즐겁다. 정통 트로트를 하는 분들도 늘어났으면 좋겠다. 젊은층을 비롯해 대중들에게 정통 트로트도 폭넓게 알려지게 됐으면 한다.

10. 2014년에 데뷔했으니 벌써 7년 차 가수다. 신인일 때의 나와 지금의 자신을 비교해보면 어떤 변화가 있나?
윤수현: 내가 벌써 7년 차라니…. 소름이다.(웃음) 예전에는 파이터였다. 눈에서 막 불이 나갔다. 예전 영상을 보면 상태가 과한 것도 많다. 눈이 막 휙휙 돌아간다. 요즘에는 좀 더 무대를 자유롭게 즐기게 됐다. 우리 매니저는 내가 텐션이 높다면서 사람들이 놀랄 수 있으니 너무 세게 하지 말라고 자제시킨다.(웃음)

10. 무대에는 어떤 마음으로 올라가나?
윤수현: 어떻게 하면 관객들과 찰떡 같이 호흡할 수 있을까 생각한다. 점잖은 자리는 진중하게, 신나는 자리는 흥겹게, 내 공연은 ‘하이브리드 관객만족형’이다. 관객들이 졸도할 정도로 최선을 다하는 게 나의 임무다. 나는 하나지만 나를 보러 오신 관객들의 시간을 다 합치면 어마어마하다. 그분들이 후회하지 않도록 멋진 무대를 선보여야 한다. 링에 오른 복서가 강펀치를 날리듯 관객들을 흥으로 KO시키겠다는 각오로 한다.

10. 지금 이 시점은 윤수현의 가수 인생에서 어디쯤인가?
윤수현: 이제 막 기초 공사를 하고 기둥을 올리는 작업이 시작되는 참이다. 닦아놓은 기반은 절대 흔들리지 않는다. 그래도 부족한 부분들은 좀 더 다지자고 스스로를 노력하게 만들어주는 시기인 것 같다. 윤수현이라는 가수를 모든 이들이 완전히 알아버린다면 아마 나에 대한 호기심은 더 이상 없을 것이다. 하지만 대중들이 이제 막 흥미를 가지기 시작하는 단계인 것 같다. 나라는 사람의 가능성을 알아봐주시는 것 같아 감사하다.

밝은 에너지를 팬들에게 전하고 싶다는 윤수현. “2020년엔 좋은 일들이 가득하실 거예요!” /서예진 기자 yejin@
밝은 에너지를 팬들에게 전하고 싶다는 윤수현. “2020년엔 좋은 일들이 가득하실 거예요!” /서예진 기자 yejin@
10. 올해 계획이 궁금하다.
윤수현: 올해는 무조건 신곡을 낼 생각이다. 전에 발매한 곡 중에 ‘손님온다’가 있는데 이 곡이 SBS스포츠 채널에서 손흥민 선수가 출전할 때 주제곡으로 나간다. TV를 보다가 알게 된 엄마가 깜짝 놀라서 내게 말씀해주셨다. 안목이 뛰어나신 PD님이 좋은 선택을 해주셨다. 하하. 이 곡을 좀 다른 버전으로 바꿔낼지 아니면 아예 다른 곡을 낼지 고민 중이다. 최근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쪽에서 작업한 앨범이 나왔다. 그 앨범으로 중국, 베트남에서도 활동을 늘리려고 한다. 인도네시아에서의 활동도 논의하고 있다. 사실 지금보다 더 바빠지면 힘들 것 같긴 한데 세계적으로 트로트를 알리는 게 꿈이다.

10. 이번 설 연휴는 어떻게 보낼 예정인가?
윤수현: 라디오 스케줄이 특히 많다. 연휴 동안 하루 두세 개씩은 라디오 방송을 할 것 같다. 내가 귀성길을 즐겁게 해 드리겠다.(웃음)

10. 수현씨 집만의 ‘베스트 설날 음식’을 꼽는다면?
윤수현: 우리집에선 소고기뭇국에 토란을 넣는다. 설날에 그걸 먹으면 몸도 마음도 따뜻해지고 지나간 한 해와 새로운 해를 정리해보는 기분이 든다. 또 나는 만두를 좋아해서 떡국에 만두를 넣어먹는다. 어머니가 투덜대면서도 내 그릇에 만두를 넣어준다.

10. 독자들에게 설 인사를 해달라.

윤수현: 2020년엔 더 좋은 일들 가득하길 바란다. 제 노래를 들으시면서 함께 손 붙잡고 힘내는 한 해가 됐으면 좋겠다. 무엇보다 건강 챙기시고 새해 복 많이 받으시길 기원한다.



한복협찬: 베틀한복



김지원 기자 bella@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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