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1500만 명의 케이블 TV 가입자들은 SBS 의 결말을 지켜보지 못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케이블 TV 업계는 14일 서울 코리아나호텔에서 비상총회를 열고 “SO(복합유선망사업자)들은 매일 간접강제 이행금이 발생하고 있는 상황에서 바로 방송중단을 하지 않고 있다. 최대한 협의체 논의에 참여한 후 협상이 결렬되면 (지상파) 재전송을 중단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고 밝혔다. 이어 “법원 판결 후 지상파 측에 원만한 논의를 위해 협의체 운영기간인 11월 23일까지의 간접강제 이행금 면제를 요청했지만 지상파측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만약 케이블 TV의 지상파 재전송 중단이 현실화되면 케이블 TV 가입자들은 오는 24일부터 지상파 방송을 볼 수 없게 된다.

케이블 TV 업계의 이 같은 입장은 지난달 28일 서울고등법원이 CJ헬로비전에게 내린 “지상파 재전송 행위가 위법하므로 방송을 중단하고, 위반 시 하루 1억 5천만 원을 지상파 방송사들에게 지급하라”는 명령에 대한 이행 조치다. 지상파 재전송에 대한 케이블과 지상파의 갈등은 최근 일이 아니지만 케이블 측에서 강도 높게 지상파 재전송 중단을 언급한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케이블 TV 업계는 매일 부과되는 비용을 더 이상 부담할 수 없어 이 같은 입장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현재 이행금 대상은 CJ헬로비전이지만 이번 판결로 인해 나머지 SO들도 이행금을 부담하게 될 가능성이 있어 케이블 TV 업계의 피해는 커질 수 있다.

현재 법으로는 해결되지 않는 문제

지상파 재전송은 케이블을 통해 KBS, MBC, SBS, EBS 등 지상파 방송을 재송출하는 것을 말한다. 지상파는 자신들의 독점적인 콘텐츠를 재전송을 통해 케이블 TV 업계가 대가 없이 쓰고 있다고 주장한다. 또한 법적 의무재전송 채널은 KBS 1TV와 EBS로 되어 있어 케이블 TV의 지상파 재전송은 법적으로 문제가 된다. 하지만 케이블 TV 업계는 케이블로 인해 넓어진 시청 커버리지로 오히려 지상파가 광고 수익을 더 얻고 있다고 주장하며 디지털 전송이 의무화하는 2012년부터 케이블 TV 없이 지상파가 넓은 커버리지를 감당할 수 없다고 말한다. 또한 지상파 난시청 해소를 위해 케이블 TV 업계가 인프라를 투자해 왔기 때문에 지상파 재전송에 대한 금전적인 대가를 지불하는 IPTV와는 다르게 취급되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숙명여대 도준호 교수는 지난해 열린 토론에서 “의무재전송은 최소한 둘이라도 재전송해야 하는 개념으로 봐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결국 법과 현실의 괴리가 큰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이렇게 법적 해결과 업계 간의 자율 합의를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면 합의 도출을 위한 방송통신위원회 및 정부의 적극적인 태도가 필요하다. 이번 문제가 현실적으로 케이블 TV를 통해 지상파 방송을 보는 1500만이 넘는 시청자들의 볼 권리를 침해할 수도 있는 심각한 문제라는 점을 고려하면 더더욱 그렇다. 방송통신위원회가 지상파와 케이블 TV 업계를 중재하기 위해 만든 대가산정협의체가 제대로 된 역할을 하지 못하는 상황 또한 정부의 적극적인 태도를 요구한다. 지상파와 케이블 업계의 오래된 갈등이 시청자들의 볼 권리 침해로 이어지기 전에 지상파, 케이블 TV 업계, 방송통신위원회가 원만한 합의점을 도출할 수 있을 지 주목된다. 그럴 수 없다면 시청자들이 입을 고통은 생각보다 더 크고 직접적일 것이다.

사진제공.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 SBS

글. 한여울 기자 sixte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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