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광, 임기홍 “MT를 가야된다, 놀려고가 아니라 작품을 위해서!”
박성광, 임기홍 “MT를 가야된다, 놀려고가 아니라 작품을 위해서!”
코믹연기의 달인은 태어나는 것일까, 만들어지는 것일까. 오는 18일 개막을 앞둔 뮤지컬 의 박성광과 임기홍을 보며 그런 의문이 들었다. KBS 개그맨 공채에 1위로 합격한 후 특유의 술 취한 연기, 어딘지 억울해 보이는 캐릭터로 줄곧 주목을 받아온 박성광은 전자의 경우다. 반면 무역학과를 졸업하고 우연히 연기를 시작해 어느새 11년차, ‘임기홍이 하는 멀티맨은 다르다’는 평을 받지만 상대적으로 수줍음이 많은 임기홍은 후자다. 게다가 박성광은 ‘아님 말고’ 정신으로 사는 사람이고, 임기홍은 작은 것 하나까지도 신경 쓰는 사람이다. 연기의 시작도, 성격도 N극과 S극처럼 다른 두 사람이 ‘아름다운 사람들’의 아부쟁이 박 과장을 맡았다. 마치 짠 듯 파란 후드티와 빨간 바지를 입은 두 남자는 연습이 한창이었다.

새벽까지 KBS 촬영을 하다가 바로 뮤지컬 연습실로 달려왔다 들었다. 체력적으로 많이 힘들겠다.
박성광: 드라마도 하고, 최근엔 끝났지만 영화 도 찍었다. 그 와중에 행사도 해야 되고.

행사?
박성광: 다시 복귀 준비도 해야 되니까. 연기하다가 로 복귀했을 때 잘됐을 경우에는 좋지만, 반대의 경우라면 연기하다가 잘 안돼서 왔구나 라는 얘기를 들을 수 있다. 그래서 정신이 없고, 노래도, 춤도 힘들지만 열심히 하고 있다.

“실없는 말 많이 하는 게 나랑 많이 비슷하다”
박성광, 임기홍 “MT를 가야된다, 놀려고가 아니라 작품을 위해서!”
박성광, 임기홍 “MT를 가야된다, 놀려고가 아니라 작품을 위해서!”
‘발레리No’를 보고 이재준 연출이 러브콜을 보냈다던데 무대연기가 익숙하겠지만, 뮤지컬만의 어려운 점들이 있을 것 같다.
박성광: 해본 적이 없으니 못할 것 같다 말씀 드렸는데, 다 할 수 있다고 해서 시작했다. 그런데 안 된다. 연출님도 “웬만한 사람은 다 할 수 있는데, 성광 씨는 웬만하지 않나봐요” 라고도 말하고. 하하. 대학로에서 개그무대도 섰고, 연극도 해봤는데 뮤지컬은 또 많이 다르더라. 뮤지컬은 드라마가 중심이 되면서도 거기에 음악이나 춤으로도 표현해야 되니까. 안무도 나 때문에 쉬운 걸로 몇 개 수정됐을 거다. 안무선생님은 칼군무를 원하셨는데… 아마 인생관도 바뀌셨을 거다. (웃음) 그리고 개그무대는 애드리브가 많아서 상황에 따라 대사가 막 달라지고 그런다. 거기에 익숙해져서 애드리브를 할 때가 있었는데 받아주는 배우들이 많이 당황하더라. 무대 연기가 약속이라는 것, 그런 거 많이 배우고 있지.

이번 뮤지컬에서 소위 강자한테 약하고, 약자한테 강한 캐릭터를 연기하게 됐다. 잘못하면 진짜 못된 놈인데, 두 사람이 맡으면서 미워할 수 없는 인물이 되는 것 같다.
박성광: 실없는 말 많이 하고, 승질 부리고, 틱틱 거리고, 놀기 좋아하고, 술 좋아하고. 약간 까불까불하다는 점이 나랑 많이 비슷한 것 같다.
임기홍: 박 과장은 나보다는 성광이가 더 잘 어울린다. 제작발표회 때도 얘기했지만, 과장 연기의 달인 같다. (웃음) TV에서도 주로 그런 연기를 많이 했는데, 술 취한 연기 하는 것도 봐라.
박성광: 이번에는 술 취한 부분은 안 나오더라. 오히려 사장이 취해서 말리는 역을 하게 됐지. 근데 해보니까 내가 할 때 받아주는 사람들이 엄청 힘들었겠구나 싶었다. (웃음)

그러고 보면 에서도 밉상이거나 본인은 너무 억울한데 보는 사람은 엄청 웃긴 캐릭터를 주로 했던 것 같다.
박성광: 당해도 불쌍하다고 생각 안하고, 불쌍해도 맞는 게 웃긴 캐릭터를 많이 했다. 개그에서는 진짜 갖기 어려운 장점이다. 영구나 맹구가 쉽게 나오는 게 아니다. 때리거나 맞는 것들도 폭력적으로 보일 수 있는데, 그렇게 안 보이잖아.

기홍 씨는 그동안 1인 다역의 멀티맨을 주로 해왔는데, 오래간만에 끊어지지 않고 이어지는 캐릭터를 연기하게 되니 어떤가.
임기홍: 멀티를 주로 하다보니 사실 기회가 많이 주어지지 않아서 그동안 아쉬웠었다. 멀티맨은 명확하게 각각의 성격이 정해져있는데 서사가 있는 캐릭터는 직접 만들어 나가야 한다. 그래서 오히려 지금이 더 어렵다. 생소하기도 하고, 기대도 되고, 재밌기도 하고. 이런 박 과장 같은 캐릭터는 디테일한 아이디어가 많아야 되는데, 성광이가 아이디어가 많아서 고맙다. 약간 야하지만 재밌는 아이디어들. (웃음) 보면서 성광이한테 많이 배우고 있다.
박성광: 아유, 제가 배우고 있죠. 저렇게 하면 안 되겠구나 같은 것들. (웃음)

하지만 또 임기홍 하면 멀티맨이잖나. 그 분야에서는 독보적이라고 생각하는데, 올 여름에 로 드디어 남우조연상을 수상했다.
임기홍: 받을 때는 좋았는데, 받고 나서 생각해보니까 부담이 많아졌다. 저 사람 상 받은 사람, 이러면서 기대하는 분들이 있을 거 아닌가.
박성광: 그럼 상 반납해요.
임기홍: 아니야, 안 받아 줄거야.

멀티맨의 경우엔 백스테이지를 보여주고 싶을 만큼 무대 앞보다는 뒤가 더 힘든 작업이다. 특히 최근에는 부쩍 더 자주 했는데, 매너리즘에 빠질 때는 없었나.
임기홍: 사실 매너리즘에 빠질 시간이 없다. 같은 경우는 시간적 여유가 아예 없다. 특히 멀티맨은 남자와 여자, 젊은이와 노인 등 그 어떤 것에도 경계가 없다. 그래서 더 정신이 없는 거고, 음역대가 갑자기 바뀌기도 해서 성대에 무리도 많이 간다. 그런데 그것보다 더 힘든 것은 매 신 나가서 양념을 치고 들어와야 되는데 잘 되지 않으면 그 다음 신에서 부담이 된다는 점인 것 같다.
박성광: 근데 이번에는 쭉 이어지니까 걱정 안 해도 될 것 같다. 중간 중간에 웃긴 부분들이 있긴 하지만 안 웃기면 그냥 뻔뻔하게 있으면 된다. 여기 웃기는 데 아니야, 하고. 하하
임기홍: 그런 부분들이 참 좋은 성격인 거 같다. 난 왠지 모르게 미안하다. 관객들한테도 그렇고, 동료들한테도 그렇고. 굿 성격.

“이게 잘 돼서 기홍이 형 결혼자금으로 잘 쓰이면 좋겠다”
박성광, 임기홍 “MT를 가야된다, 놀려고가 아니라 작품을 위해서!”
박성광, 임기홍 “MT를 가야된다, 놀려고가 아니라 작품을 위해서!”
두 사람의 성격이 워낙 달라서 전혀 다른 박 과장이 탄생할 것 같다. 성광 씨는 솔직하게 다 드러내는 성격처럼 보인다.
박성광: 난 중학교 때 학교에서 진짜 엄청나게 나댔다. 보통 학교에서 학생들이 예고 간다고 하면 선생님들이 엄청 혼내지 않나. 근데 나는 예고 안 간다고 혼났다. 나는 나 같은 평범한 애 말고 특별한 애들이 가는 곳이니까 안된다고 했는데 네가 특별한 애야, 라고 하셨다. 근데 난 무서웠다. (웃음)

반면, 기홍 씨는 어떤 상황이 세팅 됐을 때 반응하는 것 같다. 말수도 적은데 계속 코믹연기를 하는 게 신기하다.
임기홍: 난 학창시절에도 엄청 조용했다. 낯도 많이 가린다. 근데 열심히 하려고 했던 게 재밌게 보였었나보다. 연습실에서 놀고 하다 보니 여기까지 오게 된 것 같은데, 뒤 돌아보면 신기하기도 하고. 낯을 가리고 수줍음이 많으니까 되레 밖으로 외향적으로 보이려고 그랬던 것 같기도 하고.
박성광: 이 얼굴로 뭘 하겠어요. (웃음) 근데 그게 좋을 수도 나쁠 수도 있다. 연극 이라는 작품을 했었는데, 마지막에 자살하는 장면이 있었다. 자살하러 간다는데 사람들이 막 웃는다. 조명이 사~악 들어오면 객석에서 큽흡흡흐 하고 웃는 소리가 들린다. 그때 집중이 흐트러지는데 그걸 극복하는 게 쉽지 않더라.
임기홍: 근데 어릴 때부터 워낙 작다 보니까 큰 친구들이 던지고 놀았다. (웃음) 고1 때는 좀 커서 3번이었지만, 계속 1번을 전담했었다. 남들 괴롭히는 것보다는 당하는 게 편하고 재밌더라.
박성광: 그게 키 작은 사람들의 특징이다! 근데 재밌게 당해주지 않으면 왕따처럼 보일 수도 있으니 조심해야 된다. (웃음)

관객들도 코믹연기를 주로 하는 사람들에게 더 편견을 갖는 편이고, 감초연기라는 게 기능적으로 쓰일 때도 많아서 아쉬운 점도 많을 것 같다.
박성광: 운명이지. 그렇게 시작하는 거 같다. 근데 개그맨을 했기 때문에 이런 기회도 주어지는 거다. 극복하는 수밖에 없다. 그리고 실력이 못나서라기보다는 역할이 그런 거니까 익숙해져야 하고.

개그맨들 중에서도 버라이어티로 나가는 사람들이 있는 반면 연기 쪽으로 눈을 돌리는 사람들도 있다. 고교 시절 조인성이랑 같은 연기학원도 다녔다던데 관심이 많았었나보다.
박성광: 난 계속해서 연기에 대한 갈증이 있어왔다. 그동안은 기회가 없었고, 기회가 있으면 타이밍이 안 맞았다. 뮤지컬을 하면서 피곤해도 시간이 왜 이렇게 안가지, 라는 생각을 단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다. 뭔가를 배운다는 점이 좋았다. 그리고 버라이어티는 관심이 없는 건 아니지만, 녹화 전날 부담이 많이 된다. 개그맨이니까 얼마나 기대감이 높겠나. 거기에 대한 죄책감도 있어서 잠도 잘 안 온다. 근데 연기는 내가 좋아서 하는 거니까 피곤해도 견디게 된다.
임기홍: 난 코미디 프로그램 중에서 를 제일 좋아하는데, 웃기기도 하지만 잘해서 좋아한다. 그냥 웃기려고만 하지 않고 그 안에 연기가 있고, 진정성이 있다.
박성광: 우린 연기도 연기지만 리액션 잘 하는 사람들을 좋아한다. 뮤지컬을 할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는데 여기에 있다. 사실 난 뮤지컬배우들에게 편견이 좀 있었다. 프라이드도 강하고 이 세계 안에만 있는 사람들인 줄 알았는데 아무도 그렇지 않더라. 너무 프리하고, 개그맨들이랑 똑같이 음담패설도 하고. (웃음)

이제 개막까지 얼마 남지 않았는데, 좀 더 중점적으로 연습하고 싶은 부분은 어떤 것인가.
임기홍: 같이 재밌게 좋게 만들고 싶은 욕심이 있다. 특히 이 작품은 개인신이 많다기보다는 함께하는 신이 많아서 유기적으로 가야된다. 그 부분이 가장 큰 숙제고, 잘 풀리면 대박칠 수 있는 부분도 거기다. 그래서, MT를 가야된다. 놀려고가 아니라 작품을 위해서! 아직 한 번도 못 갔다!
박성광: 아직 회식 한 번도 못했다.
임기홍: 눈 마주치기 애매한 부분도 있고 그런다.
박성광: 난 지금 미간 사이도 못 본다. 코 보고 말하다가 상대방이 코를 벌름거리면 웃기고. (웃음) 근데 MT 갔다 와서 더 어색해질지도 모른다.

야말로 그런 애증이 뒤섞인 이야기 아니었나!
임기홍: 그게 MT다! MT가 모든 것을 해결해 줄거라 믿는다. (웃음)
박성광: 난 이 작품이 진짜로 소문이 많이 나서 뉴스에도 나오고 그랬으면 좋겠다. 기홍이 형 결혼자금으로 잘 쓰이게. (웃음) 잘 되고 결혼하면 축의금도 달라진다. 항상 어른들이 말씀하시지 않나 잘 될 때 결혼하라고. 흐흐

글. 장경진 three@
사진. 이진혁 elev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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