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혜교의 얼굴은 한 눈에 잘 들어오지 않는다. 물론 흘깃 봐도 예쁜 얼굴에, 그 조막만한 면적을 파악하는 게 뭐가 어렵냐고 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분명 송혜교는 오랜 시간 찬찬히 들여다봐야 하는 얼굴을 가졌다. 인터뷰가 진행되는 내내 뚫어져라 바라보았던 얼굴이 마지막 인사를 나눌 때 전혀 다르게 보이는 체험. 만약 10월 27일 개봉한 이정향 감독의 영화 <오늘>에서 송혜교의 얼굴이 낯설었다면, 어쩌면 당신에게 그녀의 얼굴을 긴 호흡으로 바라보았던 경험이 없어서 일 것이다. 이 인터뷰는 언제나 거기 있었지만 한 번도 자세히 살피지 못했던 그녀의 얼굴에 대한 감상, 그 시간 속에 흐르는 BGM이다.
<오늘>의 다혜는 1년 전 약혼자를 잃었던 끔찍한 경험과 상관없이 원래 감정을 크게 드러내지 않는 조금은 닫혀있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말도 별로 없고 뭐든지 참고 인내하고 용서하는 사람. 이런 캐릭터를 연기하는 것이 답답하다고 생각한 적은 없나요.
송혜교
: 극 중에 “어릴 적 워낙 엄마 아빠가 많이 싸워서 나까지 큰소리치면 모든 게 깨져 버릴 것 같아서 나는 늘 가만히 있었다”는 대사가 나오는데 아마도 다혜의 이런 성격은 어릴 때부터 점점 형성된 것이겠죠. 그러니까 결국 그런 용서도 가능했을 테고. 하지만 저는 한 번도 이 여자가 답답하다고 생각해본 적은 없어요. 사실 저와 비슷한 부분이 많은 사람이거든요.

“나와 속내가 가장 비슷한 건 <오늘>의 다혜”



<순풍산부인과>부터 <풀하우스>, 몇 몇의 광고까지 대중적으로는 사랑 받은 송혜교의 밝은 이미지를 생각하면 조금 의외네요.
송혜교
: 지금까지 출연했던 모든 작품에 제 실제 성격이 조금씩 다 들어있겠죠. 하지만 속내가 가장 비슷한 건 <오늘>의 다혜인 것 같아요. 물론 친한 사람들하고 있을 때는 밝은 편이고 말도 많이 하지만, 속 성격이 그렇진 않거든요. 좋고 싫은 것도 예전엔 아예 표현 못했고 지금도 잘 하는 편도 아니고. 내가 어떤 말을 해서 상대방이 불편함을 느낀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 그 이후의 대화들이 생각이 안 날 정도예요. 이 이야기를 괜히 했나. 기분이 나쁜가? 이걸 무마하려고 내가 딴 말을 해야 하나, 이런 게 너무 신경이 쓰이고 괴로워지니까 말을 하고 싶어도 차라리 아무 말 말자, 묻어두는 거죠. 하지만 결국 스트레스는 똑같이 받고 그게 쌓이잖아요. 집에서 혼자 끙끙대고 혼자 풀고 하는 거죠.

어른스럽다는 말, 많이 들으면서 자랐겠네요.
송혜교
: 예, 어렸을 때부터 그런 이야기 많이 들었던 것 같아요. 어릴 때는 사람들 만나면 말도 잘 못했어요. 아마 하고 싶었지만 말하는 방법을 잘 몰랐던 것 같아요. 괜히 쑥스럽고. 내가 이 말을 했을 때 상대방의 반응이 내가 생각한 대로 안 나오면 되게 무안할 것 같다는 공포가 아예 말문을 막았던 것 같아요. 이제는 한두 살 나이도 먹어가고 사회생활도 하면서 대화에 많이 자유로워진 것 같아요. 요즘은 재밌어 하기도 하고.

<오늘>의 메이킹 필름을 보니까 이정향 감독이 송혜교 씨 손을 꼭 잡고 놓지 않더라고요. 인터뷰에서 자식 같은 느낌도 들었다고 하시고. 가까이서 작업한 이정향 감독은 어땠나요.
송혜교
: 아마 그 때가 되게 추운 날이었는데 손 시렵다고 그렇게 잡아주셨던 기억이 나요. 예전에 <집으로> 메이킹 필름에서 감독님이 유승호 씨를 무섭게 혼내는 장면이 있는데 그 때 이미지가 워낙 강해서 정말 현장에서 무서운 분일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물론 그렇기 때문에 내 속의 연기를 잘 뽑아 내 줄 거라는 기대도 있었지만 따뜻한 현장은 포기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죠. (웃음) 그런데 정작 너무 각오를 하고 들어가서 인지 정 반대더라고요. 감독님에게 이런 훈훈한 현장은 기대도 안했다고 하니 농담 반 진담 반으로 “9년이 흘렀잖아요, 시간이 날 이렇게 만들었어요”라고 말씀하시더라고요. 그래도 작품에 있어서는 작은 소품 하나까지도 문제가 생기면 촬영을 접으실 만큼 정말 꼼꼼함이 장난이 아니세요.

배우는 모든 걸 감독에게 맡겨야 한다고 믿나요, 아니면 현장에서 적극적인 참여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나요.
송혜교
: 제 경우는 둘 다 인 것 같아요. 일단 크게 움직여야 할 부분은 감독님을 믿고 가죠. 물론 저 역시 시나리오를 보고 분석하고 준비하지만 이 영화에 대해 나보다 훨씬 많은 시간 고민했던 사람이니까. 대신 부분 부분 이해가 안 되거나 의견이 있으면 묻고 이야기하는 편이에요. 예전에도 말씀드린 적 있지만 제가 작품에 대한 책임감, 연기에 대한 욕심이 생긴 지가 그렇게 오래되지 않았잖아요. (웃음) 그 전까지 상대 배우들이 워낙 큰 분들이 많았기 때문에 그 분들이 주로 감독님하고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편이었죠. 내가 여기서 무슨 의견을 말 한들 뭐가 크게 달라지겠나 하는 마음도 있었지만, 한편으로 나름 생각해서 의견을 말했는데 너 무슨 딴 소리야? 라는 반응이 돌아올까 봐 무서워서 말을 못하기도 했죠. 그러다가 류승범 씨랑 드라마 <햇빛 쏟아지다>를 찍으면서 연기에 대한 재미를 알게 되었던 것 같아요. 그 이후로 <풀하우스> 감독님에게 말씀드린 제 의견이 드라마에 반영되어 방송으로 나오는 걸 보면서 더 욕심도 생겼고.

이정향 감독과는 시나리오도 없이 만나셨다면서요.
송혜교
: <황진이> 제작하셨던 씨네2000의 이춘연 대표님을 비롯해서 주변 분들로부터 이정향 감독님 이야기를 많이 들었어요. 재능 있는 감독인데 너무 오래 쉬는 것 같아서 안타깝다는 말도 들었고. 그러다 보니 점점 관심이 갔던 것 같아요. 감독님이 다음 작품 들어간 다는 이야기를 들었고 만나 뵙고 싶다고 했죠. 감독님도 처음엔 일반적인 시각으로 <오늘>과 송혜교라니 안 어울린다고 생각하셨대요. 그냥 편하게 뵙자고 했어요. 제가 마음에 안 들면 어쩔 수 없는 거니까. 그러다가 몇 번 만나고 대화하면서 그 모습이 아니구나 하는 걸 캐치 하셔서 같이하자고 하신 것 같아요.

그 에피소드만 들으면 관심이 생기는 작품이나 아티스트에 상당히 적극적으로 다가가는 스타일이라는 생각이 드는데요.
송혜교
: 욕심이 없다면 거짓말이겠지만 저는 제 손안에 없는 것에 대해 욕심을 부리는 사람은 아니에요. 대신 인연이 되어서 나한테 들어오게 되면 그 속에서 욕심을 부려서 더 잘 만들어나가려고 노력하는 편이죠. 아직 나한테 오지도 않았는데 욕심을 부려서 나 저거 할 거야, 가질 거야, 욕심을 부리지는 않아요. 내 거라면 언젠가 자연스럽게 나에게 올 거라고 생각하고, 내 것이 아니니까 떠나간다고 생각해요. 그것이 작품이든 뭐든 간에요.

일도, 사람도?
송혜교
: 네, 그런 것 같아요. 정말 내 사람이라면 어떤 일이 생기든지 어떻게 해서든지 내 옆에 있을 것 같고, 아니다 싶으면 작은 사소한 것 하나에도 큰 상처가 되어 떠나 갈 수 있는 것 같고.

“새로운 역할에 도전 할 수 있는 좋은 환경이 많이 만들어졌으면”



주변 사람들, 스태프들도 그렇고 한 번 맺은 인연을 꽤 오래 유지해오고 계시죠?
송혜교
: 서로가 큰 상처를 주었다거나 누군가 뒤통수를 치는 경우가 아니라면 (웃음) 제가 누군가를 먼저 떠나보낸 적은 없었던 것 같아요. 항상 그 사람들이 더 좋은 것들을 향해 떠났겠죠. 물론 정말 마음을 많이 줬던 사람이 떠났을 때는 순간 많이 외롭고 마음도 상하고 허한 기분이 들어요. 하지만 그 사람과의 인연은 거기까지라고 생각해요. 보내면서 힘은 들지만 본인 인생을 위해 스스로 결정한 건데 제가 어떻게 하겠어요. 하지만 보내고 나서도 계속 마음이 가는 사람과 안 가는 사람이 있거든요. 그런 사람은 제가 먼저 연락해요. 아닌 사람은 떠나는 순간 정말 안녕인 거죠.

아무래도 연예계 생활, 배우 생활을 해오면서 인간관계에 대한 맺고 끊음 혹은 체념이 생긴 걸까요.
송혜교
: 사람을 만나고 헤어지는 것에 대해서는…. 일을 해오면서 자연스럽게 그렇게 된 것 같아요. 물론 사람은 누구나 실수를 할 수 있잖아요. 저도 실수를 하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느 정도 선을 딱 두는 것 같아요. 그리고 그 선을 넘어가는 순간, 자연스럽게 정리가 되더라고요.

지금껏 살면서 했던 용서 중에 후회되는 용서가 있나요.
송혜교
: ‘용서’라는 단어를 쓸 만큼 제 삶에 그렇게 큰 일은 벌어지지 않은 것 같은데요. (웃음) 그냥 서로를 이해를 하냐 못하냐 정도였죠. 제가 ‘용서’를 함으로서 뭔가 크게 바뀔 정도의 일도 없었던 것 같고.

지금 송혜교 씨에게 ‘용서`라는 단어의 의미가 그만큼 크게 다가오는 것이군요. (웃음)
송혜교
: 이 영화를 찍기 이전보다는 확실히 용서라는 말 자체가 크기도 하고… 두렵기도 한 것 같아요. 예전에는 그저 좋은 말이라고 만 생각했는데 <오늘>을 찍고 난 이후에는 어떤 관계에 있어서도 그 말을 그렇게 쉽게 올리지는 못할 것 같아요.

나이가 들어갈수록 배우로서 스펙트럼이 넓어지기도 하지만, 사실 한국 시장에서 여배우로서 내릴 수 있는 선택의 범위가 더 좁아지는 느낌도 받으시죠?
송혜교
: 아무래도 그렇죠. 왜 그렇게 중국 것만 하냐고 하지만 선택 할 수 있는 작품이 많이 없기도 해요. 사실 모든 배우들은 기존에 안 했던 역할을 해보고 싶고, 새로운 장르를 경험해보고 싶게 마련이잖아요. 하지만 반대로 만드는 분들은 어떤 캐릭터, 어떤 장르에서 대중적으로 검증된 이미지만 안전하게 활용하고 싶어 하는 부분이 있죠. 배우의 다른 면을 잡아내서 만들어 보려고 하시는 분들은 그렇게 많지는 않고요. 남자 배우들은 선택의 폭이 다양하게 많은 편이지만 여배우들은 그렇지 않다 보니 시나리오 선택도 좁아지고, 괜찮은 캐릭터가 나왔다 싶으면 경쟁률이 높아지고. (웃음) 주변에 아까운 여배우들이 많아요. 그들에게 왜 그렇게 일을 안 하냐 변신을 안 하냐고 하지만 그 전에 많은 일을 할 수 있는, 새로운 역할에 도전 할 수 있는 좋은 환경이 많이 만들어졌으면 좋겠어요.

<황진이>, <패티쉬>, <카멜리아> ‘러브 포 세일’, <오늘>까지 영화의 필모그래피만 보면 참 용감한 배우라는 생각이 들 정도예요. 안전한 선택이 없었던 것 같거든요. <페티쉬>도 오컬트에 가까운 시나리오와 무당의 피가 흐르는 여자라니, 어떻게 보면 모험이잖아요.
송혜교
: 제가 소심한 성격 속에 약간은 ‘무대포’적인 성격도 있어서요. (웃음) <페티쉬>는 일단 소재도 새롭고 캐릭터도 너무 신선해서 꼭 해보고 싶었어요. 게다가 한 달 정도 촬영하는 독립 영화라 큰 부담이 없었고 뉴욕에서 찍는다고 하니까 그곳은 어떤 환경일까 궁금하기도 했고요. 모험도 있었죠. (웃음) 재밌을 것 같아서 결정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너무 재밌게 촬영하고 왔어요.

“해외 활동을 통해서 내 속의 촌스러움을 발견해요”



뉴욕을 비롯해 <일대종사>를 위한 중국 촬영도 새로운 환경, 게다가 이국에서의 촬영이었는데 적응이 어렵지는 않나요.
송혜교
: 뉴욕은 볼 것도 많고 돌아다니기도 쉽고 독립 영화라 부담 없이 촬영해서 전혀 어려움은 없었어요. 하지만 <일대종사>의 경우 왕가위 감독의 작업 스타일이 워낙 템포도 느리고 완벽주의잖아요. 내일 촬영을 준비하고 자려고 하면 내일 촬영 취소라고 밤에 전화가 오는 식이었거든요. 게다가 촬영지가 광저우에서 3시간 정도 차를 타고 가야 하는 카이핑이란 곳인데 언제 또 촬영이 잡힐지 모르니까 여기에 거의 갇혀있다시피 했어요. 촬영 없는 날엔 중국어 공부나 운동을 빼면 할 게 아무것도 없어요. 그러다 보니 무료해지고 지루해지고 나 여기서 뭐하고 있나 하는 생각도 들었죠. 다행히 통역하는 언니가 늘 함께 있어줘서 힘이 많이 되었어요.

왕가위 감독의 <일대종사>는 짧은 예고편을 제외하면 그야말로 미지의 영화인데요. 송혜교 씨가 여기서 어떤 역할인가에 대해서도 잘 알려지지 않았을 만큼요.
송혜교
: 사실 저도 몰라요. (웃음) 일단 시나리오나 캐릭터를 보고 결정한 영화가 아니었잖아요. 엽문의 이야기라는 것과 양조위가 엽문으로 나온 다는 것, 제가 그 분의 부인이라는 걸 빼면요. 게다가 양조위-장쯔이, 양조위-장첸, 양조위-송혜교 식으로 모두 양조위라는 공통 분모를 제외하면 함께 하는 신이 하나도 없어요. 정말 이 영화야 말로 모험이죠. 이렇게 찍어 놓고 결국 한 장면만 나올 수도 있는 거고. (웃음) 촬영 할 때도 똑같은 상황을 놓고 가녀린 여자라고 생각하고 연기하라고 해서 한번 찍고 굉장히 강하고 억센 여자라고 생각하고 한번 찍고 이런 식이죠. 어떤 날은 ‘섹시한 여자처럼 연기해 달라’고 말하기도 하고. 이렇게 매번 종류 별로 느낌을 다르게 해서 촬영했어요. 그러니까 이 여자가 어떤 캐릭터인지 제가 도통 알 수가 없는 거죠. (웃음)

배우로서 그런 환경에서 오는 스트레스는 없나요?
송혜교
: 이게 뭐야 도대체! 할 때가 한 두 번이 아니었죠. (웃음) 그래도 어느 정도 정확한 캐릭터를 그리면서 연기를 해왔는데, 왕가위 감독은 늘 이 그림 그려 놓으면 딴 그림 이야기를 하고, 딴 그림 그려 놓으면 또 다른 그림을 들이미니까 어느 순간 열도 받고 성질도 나는 거예요. 그래서 감독님께 반항도 몇 번 했어요. 그런데 반항하면 뭐해요. 그냥 으음- 하고 넘어가시는 거죠. 속에서 열불이 나죠. 그러다가 정말 제가 위태위태해보였나 봐요. 하루는 감독님이 통역하는 언니에게 ‘여권 누가 가지고 있냐’고 물어서 ‘혜교가 가지고 있는데요’라고 하니까 ‘야! 빨리 여권 뺏어`라고 했다잖아요. 정말 도망 갈 것 같이 보였나 봐요. (웃음)

가까이서 함께 연기했던 배우 양조위는 어떤가요.
송혜교
: 제가 어떤 상황에서, 어떤 연기로 수십 테이크를 가던 간에 그 사람은 흔들리지 않아요. 사실 몇 번 반복해서 촬영하게 되면 상대 배우들이 에너지를 뺏겨서 자기 페이스를 잃거나 처음과는 조금 다른 연기가 나오는 경우가 많거든요. 그런데 양조위는 제가 수십 테이크를 가고, 감정이 격해지면서 중국어 성조가 틀리는 상황이 되어도, 나 같으면 정말 빵 터지면서 웃었을 텐데, 이 사람은 변함없이 진지하게 자기 연기를 해내요. 대단한 배우죠.

중국 내 인기를 반영하듯 송혜교 씨의 일거수 일투족에 관한 중국 언론의 관심이 엄청나기도 하고, 또래 여배우들 중 가장 활발한 해외 활동을 하고 있는데 이렇게 큰 시장에서의 활동이 어떤 변화를 주었나요.
송혜교
: 사실 가수처럼 무대에 서는 사람이 아니니까 몸으로 느껴지는 인기는 잘 모르겠어요. 아! 예전에 티벳 근처에 촬영 갔을 때 시골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알아보는 걸 보고는 좀 놀라긴 했지만요. (웃음) 일단 인기나 연기를 떠나서 사람 자체가 달라지는 것 같기는 해요. 아무래도 보통 사람들도 해외여행을 한번 다녀오면 조금씩 자극 받아서 오기도 하고 그걸 통해 조금씩 커나가기도 하잖아요. 저 역시 해외 활동을 통해서 내 속의 촌스러움을 발견하기도 하고 새로운 사람들과 인연 속에서 발전했던 것 같아요.

어떤 것이 송혜교의 촌스러움이었나요?
송혜교
: 꽉 막혀 있던 것들? 더 큰 세상에서 여기저기 자극들을 받으면서 그 막혀있던 게 점점 뚫려나갔던 것 같아요. 사람을 대할 때도 막연하게 내 잇속만 챙기는 게 아니라 서로 같이 잘되는 것을 찾기도 하고, 세상을 대하는 마인드 자체도 넓어진 것 같고.

승부욕이 있는 편이예요?
송혜교
: 뭔가를 시작 했을 때 승부욕은 있는 편이죠. 그건 단순히 경쟁 상대를 향한 승부욕이라기보다는 전작보다는 더 잘해야지 하는 승부욕이 있죠. 영화 흥행 부분은 연기가 끝난 이후 배우가 온전히 책임질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니까 그걸 놓고 경쟁한다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대신 영화 안에서는 이 전의 나와 싸우죠. 더 나아져야 한다는 생각이 제일 크기도 하고, 적어도 퇴보 되었다는 소리를 들으면 안 되니까요. (웃음)

<10 아시아>와 마지막으로 인터뷰를 했던 드라마 <그들이 사는 세상>도 벌써 3년 전이네요. 주준영을 떠올리면 이제 어떤 기억으로 남아 있나요.
송혜교
: 일단 그렇게 많은 대사를 해본 것도 처음이었고 (웃음) 그 때 그 시간들을 통해 여러모로 정말 많은 걸 배웠죠. <햇빛 쏟아지다>를 끝내고 느꼈던 재미와는 또 다른, 연기에 대한 새로운 재미와 욕심도 가지게 되었고요. 거의 매 신마다 연기를 끝내고 난 후의 보람을 가장 많이 느꼈던 작품이었어요. 그리고 그 때 그 시간들을 지나왔기 때문에 <오늘>이라는 영화도 선택 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그리고 버겁지 않게 해낼 수 있었고요. 요즘엔 이제부터가 되게 재밌어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물론 해봐야 알겠지만 20대와는 조금 다른 즐거움이 기다리고 있을 거라고 믿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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